감쪽같이 사라진 검체..조사해보니 치매 노인이 슬쩍 가져가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부산 한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방문자들 검체가 들어 있는 진단키트를 부실하게 관리해 치매 노인이 들고 가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수영구 한 종합병원이 어제(12일) 오후 6시 32분쯤 "진단 키트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해당 진단 키트는 어제 병원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사람들에게서 채취한 검체가 들어있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32명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한 것으로 판단해 강력팀을 현장에 급파,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습니다.

영상 속에는 70대 여성 A씨가 응급실 입구에 놓인 비닐봉지에 든 진단 키트를 가져가는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A씨 동선을 추적해 하루만인 오늘 오전 6시 10분에 검거했습니다.

A씨가 들고 간 진단키트도 모두 회수했습니다.

다행히 진단키트가 훼손되지 않아 검체가 밖으로 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현재 치매를 앓고 있으며, 최근에는 거리에서 물건을 집어와 집에 보관하는 증상도 잇따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제도 A씨가 병원에 치료를 위해 방문한 것이 아니라 거리를 헤매다가 진단키트를 들고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70대 노인이 아무런 제재 없이 들고나올 정도로 검체가 든 키트를 부실하게 병원이 관리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채취한 검체 중 코로나19 확진자 것이 포함됐다면, 감염 확산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해당 병원 측은 당일 오후 6시 선별 진료소가 문을 닫은 뒤 오후 9시 진단업체가 검체 키트를 수거하러 올 때까지 응급실 입구에 검체를 부실하게 놔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영구보건소는 해당 병원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한 뒤 행정 조처할 계획입니다.

경찰은 "치매 할머니가 고의로 절도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형사처벌로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