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上] 가정 황폐화 주범.. '노력'만으론 못 고친다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 5. 13. 17:08 수정 2021. 5. 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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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청소년, 코로나 후 게임 사용률 증가
성격 변한 2단계부터 전문가 도움 필요
아이가 과도하게 게임에 빠져 정서적 변화가 일어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적극적으로 게임중독 치료에 임할 필요가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씨(45)는 최근 게임 문제로 아이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가 코로나19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몰래 게임을 하다가 들키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이는 기존에도 집에 있는 시간이면 늘 게임을 할 정도로 게임을 좋아했고, 최근에는 부모가 집을 비운 시간, 취침 시간 등에 몰래 게임을 하는 등 중독된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를 혼내고 PC·스마트폰을 뺏는 등 강하게 대응해봤으나, 충돌만 잦아질 뿐 게임에 대한 욕구나 게임 사용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독 증세는 심해지고 있으며, 갈등과 훈육 사이에서 김씨의 고민 깊어지고 있다.

◇게임 사용 해마다 증가… 코로나19 이후 더 심해져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김씨와 같은 일을 겪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스마트폰, 인터넷 사용량이 늘면서 자녀 게임중독 문제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졌다.

실제 지난해 국내 청소년 게임 사용률은 2019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초·중·고등학생 중 ‘게임 비사용자군’ 비율은 20.1%로 2019년(22.9%), 2018년(23.1%)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과몰입군(0.3%) ▲과몰입위험군(1.6%) ▲게임선용군(20.6%) ▲일반사용자군(57.4%) 등 이용자 비율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중독 포럼’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게임을 비롯한 스마트폰, 인터넷 등 전체적인 디지털 매체 이용량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여러 조사들을 보면 국내 청소년 게임사용이 꾸준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디지털 매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으로, 최근에는 아이가 혼자 집에 있거나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게임의 유혹에 더욱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없는 청소년 게임중독

청소년이 게임중독을 겪는 이유는 청소년기 특성과 연관돼 있다. 청소년의 경우 성인에 비해 눈앞에 보이는 유혹을 뿌리치거나 중독된 행동을 조절·중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성인은 심한 중독이 아니라면 생계를 위해서라도 일상생활·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하지만, 청소년은 게임에 대한 욕구와 게임사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브레이크’ 기능이 없거나 약한 경우가 많다. 실제 게임중독으로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찾는 청소년들은 일 평균 게임사용 시간이 10~14시간에 달한다. 자는 시간이나 학교·학원을 가는 시간 외에는 온종일 게임을 하는 셈이다.

◇1~3단계 중독 증상… 2단계부터는 전문가 도움 필요

게임중독 증상은 크게 3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1단계에서는 아이가 노는 시간이나 취미 활동이 지나치게 게임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2~3단계와 달리 게임이 아이의 정서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1단계는 아이에게 게임 외에 다른 놀이 수단이 없거나 PC·스마트폰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는 등 환경적인 변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지금과 같이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시행되면서 PC 사용이 증가한 경우다.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2단계는 정서적인 변화다. 잦은 게임으로 인해 현실성·사회성이 떨어지고 고립되는 기분을 느끼면서 아이가 점차 우울함이나 내성적인 성격, 타인에 대한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 이때부터는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게임을 통해 보상받으려 하고 더욱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3단계에 들어서면 우울증, ADHD 등과 같은 정신질환을 함께 겪을 수 있다. 또 게임 속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자극적인 것들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로 인해 또래 아이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3단계에 이를 경우 현실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게임을 제외한 다른 일을 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중독과 집착도 심해진다.

1단계에서는 부모·자녀의 노력과 환경 변화만으로 게임 사용량을 조절해볼 수 있다. 그러나 정서적인 변화가 생기고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하는 등 2~3단계에 접어들었을 경우 전문가 상담이나 약물 치료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 이해국 교수는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주는 단계까지 진행됐다면 가정에서 중독 증상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 경우 전문가 상담을 받거나 동반 질환에 대한 약물 치료 등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중독 자가진단 문진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전혀아님(0점)’, ‘가끔(1점)’, ‘자주(2점)’, ‘항상(3점)’으로 나눴을 때 총점이 10점 이상이라면 인터넷게임장애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이 경우 전문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1. 전에 했던 게임을 계속 생각하거나, 게임할 생각에 몰두했다.

2. 게임을 하지 않으면 초조하거나 불안하거나 슬프다.

3. 게임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4. 게임 시간을 조절하려했지만 실패했다.

5. 게임으로 인해 예전의 다른 취미 생활이나 오락 활동에 대한 흥미가 줄었다.

6. 사회적·심리적 문제에도 계속해서 게임을 과하게 한다.

7. 가족, 치료자, 또는 그 외의 사람에게 게임 시간을 속인 적 있다.

8.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거나 회피하기 위해 게임을 한다.

9. 과도한 게임으로 인해 중요한 인간관계나 일, 교육, 경력 상의 기회 등을 위태롭게 하거나 읽은 적이 있다.

출처: 중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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