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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심장, 굿바이 강남.. 빅4 기획사 사옥 이전

이혜운 기자 입력 2021. 05. 14. 04:37 수정 2021. 05. 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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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4대 기획사 사옥 이전.. 해외 활동 많아지며 강남 지리적 이점 줄어

방탄소년단의 ‘하이브(구 빅히트)’, 블랙핑크의 ‘YG’, 엑소의 ‘SM’, 트와이스의 ‘JYP’. K팝 전성시대를 이끄는 4대 대형 기획사가 강북의 신사옥으로 이주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신사옥의 모습. 하이브 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사명이다. / 장련성 기자

서울 삼성동에 있었던 하이브는 지난 3월 용산으로, 압구정동에 있던 SM은 다음 달 성수동으로 이전한다. 서울 청담동에 있었던 JYP는 이미 2018년 서울 강동구 성내동으로 이전했다. 처음부터 강북에 터전을 잡았던 YG는 기존 합정 사옥 옆에 신사옥을 짓고 지난해 입주했다. 일명 ‘탈(脫)강남 시대’다.

과거 연예 기획사들이 강남에 밀집해 있었던 이유는 활동에 편했기 때문이다. 미용실이나 의상 편집숍, 광고사, 제작사 등이 강남에 밀집해 있었다. 트렌드의 중심지기도 하고, 방송가인 여의도 진입도 편했다.

그러나 스스로 거인이 된 기획사에 ‘강남 이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K팝 가수 대부분은 국내 활동보다 해외 활동이 많고 패션 스타일리스트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헬스 트레이너도 직고용한 지 오래다. 방송사 촬영도 상암이나 일산 등에서 더 많이 진행한다. 땅값과 임대료 비싼 강남에 굳이 있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제는 강북이 K팝의 새로운 전진기지가 된 셈이다.

BTS는 용산·엑소는 성수… “K팝 강북 전성시대 연다”

국내 4대 대형 기획사는 더 이상 가수만의 기획사가 아니다. 가수뿐 아니라 배우, 드라마·방송 제작, 공연·미디어, F&B(식음료)와 라이프스타일(화장품)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갖고 있다. 이들이 신사옥으로 이사하는 이유도 흩어져 있던 계열사를 모두 모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게 첫째 이유다.

◇소설 ‘데미안’에서 영감받은 방시혁의 꿈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 사옥들이 밀집한 신용산역에는 지상 19층, 지하 7층 규모의 거대한 은색 건물이 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 신사옥이다.

지난 12일 언론에 처음 공개한 하이브 사옥에는 전체 면적 약 6만㎡에 1000여 명이 근무한다. 내부는 음악 작업실과 촬영 스튜디오, 사무용 공간, 복지 공간 등 크게 세 부문으로 구성됐다. 아티스트 공간은 4~7층, 14일 개관하는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는 지하 1~2층이다.

4대 기획사 신사옥 / 그래픽=김하경

방탄소년단만으로 먹고살았던 하이브는 현재 세븐틴의 플레디스, 여자친구의 쏘스뮤직, 저스틴 비버의 이타카 등 여러 레이블을 거느린 글로벌 기획사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네이버 브이라이브 합병’ 등으로 종합 미디어 회사를 꿈꾼다. 하이브 신사옥이 입주한 빌딩은 2019년 완공된 용산 트레이드 센터다. 연간 임차료가 약 25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신사옥을 총괄한 민희진 최고브랜드책임자는 “구성원 모두가 제각각 영감과 편의를 얻을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에는 방탄소년단을 만들 당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영감을 받은 소설 ‘데미안’이 전시돼 있다. 방시혁은 ‘데미안’ 중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에 밑줄을 치고 옆에 ‘영 피버(young fever)’라고 적었다.

SM도 마찬가지다. SM이 다음 달 입주할 신사옥은 지난해 완공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빌딩 중 업무동이다. 건물의 일부 층(5000평 정도)을 사용한다.

현재 SM의 사업은 가수 관리만큼 방송·드라마 제작, 공연 기획, F&B 사업 비중이 크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20년간 K팝 사업을 만들어 온 SM이 벤처 사업과 트렌드의 중심이 된 성수동으로 옮겨 문화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성수동은 큐브, 이든 등 중소 기획사들이 지리상의 이점으로 이전한 상태. K팝의 ‘대부’가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가우디 파밀리아 성당 같은 양현석의 야망

올해로 25주년인 YG엔터테인먼트는 기존 구사옥보다 10배 큰 신사옥을 지난해 완공해 입주했다. 건축 비용만 약460억원이다. 양현석 회장은 “디자인에만 3년 소요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며 “신사옥에 YG 전 직원을 집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합정동에 있는 신사옥은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연상시키는 곡선이 인상적인 지상 9층, 지하 5층의 건물이다. 입구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는 빅뱅, 블랙핑크, 위너, 악동뮤지션 등 가수뿐 아니라 김희애, 최지우, 차승원, 강동원 등 배우 사진들이 펼쳐진다. 현재 YG는 연예기획사일 뿐 아니라 영화·드라마 등도 직접 제작한다. 내부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3개 TV의 미디어 아트 중 하나가 비어 있는 식이다. 양 회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바꾸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수정해 아직도 공사 중인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같다고 했다. 양 회장의 음악 작업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3년 전 서울 강동구 성내동 건물을 약 200억원에 매입해 본사를 이전한 JYP는 DC의 ‘원더우먼’을 연상케한다. 박진영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건물을 매입해 안전하면서도 부드러운 경영을 지향한다. 현재 JYP는 오디션 등으로 인기가 검증된 아이돌들로 안전한 일본 시장부터 겨냥한다. 최근 박진영 JYP 회장은 유기농 화장품 사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대기업이 밀집한 오피스타운인 용산으로는 종합 미디어사를 원하는 하이브가, 새로운 문화 중심지가 되고 있는 성수, 성내로는 SM, JYP가, 서브 컬처의 대표였던 홍대 부근에는 터줏대감인 YG가 중심을 잡고 각자의 세력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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