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의 돌직구] 문재인,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이 되어버렸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를 향한 정치적 중립성이 우려된다는 질문에 "정치적 의혹 사건들에 검찰이 중립을 지키며 엄정히 수사 잘할 것이라 믿는다. 원전수사 등을 보면 검찰은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모든 증거와 정황을 확보한 검찰이 그에 합당한 수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대통령의 입에서 청와대 권력을 겁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다니 웬 말인가.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檢 원전수사 칼날 자신 향하자 "靑 두려워해야"
공수처, 성역 없는 수사 반기던 모습 어디갔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를 향한 정치적 중립성이 우려된다는 질문에 "정치적 의혹 사건들에 검찰이 중립을 지키며 엄정히 수사 잘할 것이라 믿는다. 원전수사 등을 보면 검찰은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 권력을 두려워해야 하는 검찰. 그가 이해하는 '정치적 중립성'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탄로 난 순간이었다. 반대로 이날 문 대통령은 '성역 없는' 원전 수사 지시를 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일축했다. 적어도 문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성은 성역 없이 공정한 수사를 원하는 국민 정서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
이를 계기로 작년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원전 의혹'의 본질은 무엇이었지 곱씹게 된다. 바로 청와대-정부-공기업 간 부당 유착이 낳은 정책 추진의 투명성 훼손이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보좌관에게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 물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한수원 이사회가 조기 폐쇄 결정과 즉시 가동 중단을 내리도록 관여했다. 산업부 공무원은 야심한 밤에 월성1호기 폐쇄 청와대 보고 문건을 대량 삭제하기까지 했다.
청와대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직접 개입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청와대 전 비서관이 2018년 4월경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에게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을 위한 '수치 조작'을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이 정도면 국가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이 청와대-산업부-한수원 유착 관련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을 살 수 있는 흐름의 전개 아닌가.
원전은 국민 생존과 직결된 에너지 산업이자 국가 기간 산업이기 때문에 최소한 여론 수렴과 합리적 절차를 거쳐 진행돼야 할 요체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부는 한밤 중 컴퓨터 파일을 삭제하는 등 원전 폐쇄를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추진하다가 뒷덜미 잡혔다. 이러한 모든 증거와 정황을 확보한 검찰이 그에 합당한 수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대통령의 입에서 청와대 권력을 겁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다니 웬 말인가.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그간 그의 행적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회 통과 소식에 가장 먼저 반색하고 연내 출범 준비를 끝낼 것을 주문한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사정·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공수처 설치를 반겼다.
'대통령 등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주문한지 불과 반년도 채 안돼 '청와대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바꾼 대통령에 국민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원전 의혹에 성역 없는 수사의 칼끝이 실제로 자신을 향하자 단번에 "청와대는 성역"이라며 말바꾸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그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제왕적(帝王的) 대통령'이 보인다.
문 대통령은 기억하는가. 2017년 5월 10일 제19대 대통령 취임식날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게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당찬 어조로 내뱉은 스스로의 말을.
데일리안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준상의 돌직구] 文대통령이 말한 '적폐'는 국민인가
- [유준상의 돌직구] 제주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허상이다
- [유준상의 돌직구] 北 원전 건설 '윗선 지시' 있었다
- [유준상의 돌직구] 전세계가 탈원전 폐기하는데..문통만 왜 고집하나
- [유준상의 돌직구] 산업부와 한수원의 '유체이탈화법'
- 尹대통령-이재명 첫 영수회담, 29일 '차담 형식' 개최…"의제 제한 없이 만난다"
- 안철수 "총선 패배 책임 커"…이철규 원내대표 출마 비토
- "민희진 배임죄 성립하려면…의심·정황 아닌 객관적 자료와 증거 필요" [법조계에 물어보니 397]
- '진심' 전하기엔 '태도와 형식'이 아쉬웠던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 [D:이슈]
- 고개 숙인 축구협회,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사과 “총괄적 책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