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형님들의 도쿄·베이징올림픽 응원 "즐기는 자가 승자다" [창간 16th]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21. 5. 1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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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스포츠경향 창간 16주년 기획인터뷰. 케이블채널 E채널 예능 ‘노는 브르’ 출연진. 배구 김요한, 유도 조준호, 농구 전태풍, 야구 박용택이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우리 인생의 하프타임은 과연 언제 오는 것일까. 누구나 직업에서의 은퇴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젊음을 쏟고, 열정을 불태웠던 뒤 은퇴의 순간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와버린다면 어떨까.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운동선수들이 공통적인 고민을 한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선수생활, 그러나 누구에게든 은퇴는 온다. 심지어 운동선수는 채 나이 마흔이 되기 전이다. 과연 그 시기에 오는 허무함과 인생 2막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떨칠 수 있을까.

여기 ‘노는 형님’들이 있다. 야구의 박용택(42), 농구의 전태풍(41), 배구의 김요한(36), 유도의 조준호(33), 펜싱의 구본길(32) 그리고 복싱의 김형규(29). 이들은 지난 5일 케이블채널 E채널을 통해 첫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노는 브로’로 뭉쳤다. 운동밖에 몰랐고 운동을 위해 젊음을 바쳤던 이들에게 치유와 여유는 다른 세계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들은 방송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부담감을 덜어내며 다가올 인생 후반전에 대한 용기를 얻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시 마포구 소재의 한 스튜디오, ‘노는 브로’가 촬영을 위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스포츠경향’ 창간 16주년을 기념하는 인터뷰가 이뤄졌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들이 얻은 치유와 여유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금도 진천에서 태릉에서 올해 도쿄하계올림픽 그리고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응원에 나섰다. 인터뷰 당시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훈련을 했던 구본길과 김형규는 따로 서면과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방송가에서 가장 섭외에 공을 들이는 이들은 스포츠스타들이다. 전문 MC 뺨치는 입담에 신선한 이미지 그리고 주어진 과제를 무엇이든 해내고 마는 승부욕과 의지는 예능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는 브로’의 방현영CP(책임 프로듀서)는 “남자 스포츠 선수들의 막연한 기시감을 돌파하기 위해 인터뷰 과정의 의외성에 집중했다”면서 “박용택은 권위적인 모습 대신 ‘캐주얼한 허당’의 이미지가 있었다. 그리고 ‘야구가 싫었다’는 고백으로 삶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구본길의 다정함, 조준호의 진정성 그리고 은퇴 후 아내의 창업을 위해 삼남매의 전업육아를 도맡은 전태풍의 이야기도 신선했다. 김요한이 보여주는 게임회사 이사로서의 새로운 삶, 분위기를 주도하는 ‘복싱 막내’ 김형규의 역할도 제작진을 끌어당겼다.

스포츠경향 창간 16주년 기획인터뷰. 케이블채널 E채널 예능 ‘노는 브르’ 출연진. 배구 김요한, 유도 조준호, 농구 전태풍, 야구 박용택이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촬영 후 몇 번 안 본 사이였지만 인터뷰 당시 형님들의 사이는 부쩍 가까워져 있었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서로의 모습에 감탄하며 “오~”를 연발했다. 여전히 밝은 색 정장을 선호하는 박용택의 모습을 보고 “역시 패셔니스타야”하는 환호성이 오갔다.

선수 출신이라 카메라가 어색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은 말 그대로 선입견이었다. 박용택은 “야구가 힘든 부분이 100이라면 방송은 1이다”면서 “방송을 본 지인들이 ‘너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니’라고 해준다. 선수생활을 그야말로 잘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많은 것을 참고 자제해야 했다. 하지만 방송에는 하나도 준비 안 하고 그냥 간다. 동생들과 어울려 노는 일이 이렇게 편하고 즐겁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택을 바라보는 동생들의 시선도 비슷했다. 김요한은 “항상 가장 점잖게 야구를 하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반전매력이 있다”고 했고, 전태풍은 엄지를 들어올리며 “완전 아저씨, 개그맨”이라고 했다.

전태풍은 분위기메이커다. 2009년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배운 한국어가 아직도 서툴지만 촬영현장에서 그보다 솔직하게 리액션을 하는 이는 없다. 김형규는 “정말 편하고 친한 형이다. 제가 훈련 때문에 빠졌을 때도 전화를 하며 챙겨주셨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비속어(?)가 많아 형이 하는 말의 10% 밖에 방송에 담지 못 한다”고 웃어보였다.

김요한은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JTBC ‘찰떡콤비’ ‘뭉쳐야 찬다’ 등으로 이미 에능 경력이 풍부하다. 선한 미소와 살가운 행동으로 ‘멍뭉요한’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내심 멤버 중 진행을 꿈꾸고 있다. 김형규는 “요한이 형은 카메라가 꺼질 때마다 ‘이렇게 이렇게 하면 잘 나올 것 같아’라는 식으로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덧붙였다.

조준호는 ‘유교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구본길, 김형규 등 동생들에게는 살갑게 잘 하지만 형들에게는 꽤 엄격하다. 김요한은 “예전에는 그런 캐릭터를 ‘어린 꼰대’라고 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유교보이라고 부르더라. 말하는 것도 좋아해 예능적으로 크게 성장할 스타일”이라고 칭찬했다.

구본길도 살가운 매력이 있다. 매번 펜싱선수 특유의 마스크 때문에 얼굴을 많이 못 보여줘 속상한 구본길은 잠자리에서 정성스럽게 팩을 하고, 벌칙에 걸려 설거지를 하는 조준호를 돕는 따뜻한 마음씨가 있다. 김형규는 자타공인 ‘관심종자’다. 방송에서는 아직 묵묵해 보이지만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사람을 좋아한다. 본인이 촬영하고 편집하는 유튜브 채널 ‘복싱하는 남자, 헝크’를 통해 끼를 발산한다.

박용택은 19년을 정상급 KBO 리거로 뛰면서 최다안타 기록을 세웠다. 전태풍 역시 2011년 소속팀 전주 KCC에게 챔피언을 안겼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요한,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구본길, 같은 올림픽에서 편파판정 논란 끝에 아쉽게 동메달을 땄지만 진한 스포츠맨십의 여운을 남겼던 조준호 그리고 아시아를 제패한 젊은 복서 김형규 역시 선수시절 운동에 미쳤었다. ‘노는 브로’는 형님들이 함께 모여 힐링여행도 가고 도전하고 싶은 소소한 일에도 도전하면서 우애를 나눈다. 비슷한 성장과 아픔, 성취를 이뤘던 멤버들이기에 더욱 빨리 뭉쳤다.

박용택은 “해설을 시작하면서 바빴지만 주말에 ‘노는 브로’ 촬영을 상상하면서 기뻐지곤 한다. 방송을 안 했다면 골프로 힐링을 했을 텐데 그만큼 기쁘다”고 말했다. 전태풍은 먼저 예능에 도전했던 동료 하승진과 선수시절 은사였던 허재의 응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김요한 역시 “부모님이 선수시절 만큼 TV를 자주 챙겨보신다”고 반색했다. 구본길과 조준호, 김형규도 각각 펜싱과 유도, 복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기뻐하고 있다.

형님들은 올해 도쿄하계올림픽,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후배들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그저 대책 없는 성원이 아니었다. 그 길을 먼저 걸었고 그에 따르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또한 일생의 한 번 오는 기회에 대한 중압감도 알고 있다. 형님들은 그저 “지상 최대의 스포츠 축제를 후배들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이번 올림픽 야구대표팀이 선전해서 과거 ‘베이징키즈’처럼 ‘도쿄키즈’들이 많이 나오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태풍은 “(구)본길이가 나가고, (김)형규도 나갈지도 모른다. 두 명 모두에게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요한은 “선수라면 누구나 태극마크가 꿈이고, 올림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만큼 마음가짐이 특별할 수밖에 없다”며 “힘든 고통 속에 준비하는 선수들을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다. 출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런던올림픽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던 조준호는 “올림픽을 파트너, 선수, 지도자로 세 번 갔다. 선수들은 보통 올림픽을 대하면서 ‘인생을 걸어야 한다’ ‘인생을 바꿀 도박이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그런 부담에 짓눌리는 것을 많이 봤다”면서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에 이렇게 미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뭔가 하려고 하지 말고, 미친 그 기분 그대로 ‘지상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를 마음껏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놀다 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도쿄올림픽의 길목에서 맞은 ‘스포츠경향’의 창간 16주년에도 축하의 인사를 남겼다. 작은 실랑이(?) 끝에 맏형 박용택이 나섰다. 박용택은 “창간 16주년을 축하드린다. 작년에 은퇴를 했지만 선수시절 좋은 기사를 많이 써주셔서 감사드리고 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양질의 기사 부탁드린다”면서 “프로야구 중계는 KBSN, 해설은 박용택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8시50분 ‘노는 브로’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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