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쏘는 대신, 빈틈없이 키웠다..깨어나는 삼성 스포츠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입력 2021. 5. 1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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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지난달 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5회에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때 삼성은 프로스포츠계의 큰 손으로 통했다. ‘1등 주의’ 구호 아래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아낌없는 투자를 했고, 원하는 만큼의 성과도 거뒀다.

2삼성 프로스포츠단은 2014년 대변혁기를 만난다. 수원 삼성(축구)을 시작으로 대전 삼성화재(배구), 용인 삼성생명(여자농구), 서울 삼성(남자농구), 삼성 라이온즈(야구) 등 5대 프로스포츠단이 차례로 제일기획 관리 체제로 이관된다. 투자 규모가 급속히 줄었고, 그에 따라 성적도 쭉쭉 내려왔다.

암흑기를 보내던 삼성 프로스포츠단이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2021년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삼성생명이 여자농구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것을 기점으로 최근 몇 년간 악전고투했던 야구와 축구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육성으로의 기조 전환이 만들어낸 신선한 바람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시리즈 4연패 위업을 이뤘던 삼성은 2016년 9위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한 번도 5위에 들지 못하며 명가의 체면을 구겼다. 삼성은 이번 시즌 확 달라졌다. 20승에 선착하며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4연패로 시즌 초반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지난 시즌과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였으나 이후 29경기에서 20승을 따내며 선두로 나섰다.

구단의 투자 규모는 대체로 줄어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이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2015년 선수단 운영비는 423억5055만7907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237억633만5763원으로 5년 사이 200억원 가량이 줄어들었다. 이번 시즌 운영비는 발표 전이지만,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육성에서 성과가 보이는 것이 값지다. 강민호와 오재일, 이원석 등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수혈도 있었지만, 삼성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자체 생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왔다. 이런 기조는 2019년 9월 삼성 전력분석팀장 출신의 허삼영 감독이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주축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18년 1차 지명 선수인 최채흥이 11승에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급성장했고 최지광, 김윤수 등도 불펜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번 시즌은 3년차가 된 원태인이 확실한 에이스로 성장했으며, 스피드로 주목받는 김지찬은 역대 최초로 ‘한 이닝 멀티히트와 3도루’라는 진기록을 작성하는 등 일취월장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가인 수원 삼성은 바닥을 치고 올라석도 있다. 수원 역시 2000년대에는 막대한 모기업의 자금력을 앞세워 K리그 판도를 주도했다. 하지만 투자 규모가 줄어들면서는 순위에서도 밀리도 또 밀려왔디. 지난 시즌 수원의 선수단 연봉 총액은 87억450만원으로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4위로 적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1위 전북 현대(169억629만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2년 연속 파이널B(7위 이하)로 추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수원도 이번 시즌 예상을 깨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3-2 역전승을 거두고 승점 25점을 쌓아 전북(승점 29), 울산(승점 26)에 이은 3위로 올라섰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 수원의 선전 역시 육성의 힘이 크다. 모기업이 제일기획으로 바뀐 뒤 수원은 외부 영입보다 유소녕 육성에 힘을 기울이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이에 빠듯해진 예산에서도 매년 10~12% 정도를 산하 유스클럽인 매탄중·매탄고에 배정한다. 유스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2008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를 통해 수원은 민상기, 장호익, 고승범 같은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자리를 든든하게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매탄소년단’으로 통하는 정상빈, 강현묵, 김태환 등 2000년대 출생 선수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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