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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미디어②] 술주정도 예능이 되는 시대

박정선 입력 2021. 05. 14. 08:17 수정 2021. 05. 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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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1~11월 청소년 시청률 상위 10위권 드라마 120개(편수 1351회)와 예능 120개(편수 873회) 등 총 240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음주 장면이 노출된 프로그램은 220개, 편수는 1218회, 음주 횟수(직접 음주 및 정황상 음주 추정 장면)는 2441건에 달했다.

그럼에도 방송에서 음주 장면을 다수 노출하는 것과 관련해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 전개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로 음주 장면을 삽입한다. 예능의 경우 최근 관찰 예능 즉 리얼리티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술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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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춤' '마시는 녀석들' '신과 함께' 등 음주 콘텐츠 잇따라
지난해 음주 장면 노출 프로그램 220개, 노출 횟수는 2441건
ⓒSBS

#지난달 11일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대장 내시경을 준비하는 김준호의 집에 후배 권재관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금식 중인 김준호 앞에 족발 안주로 술상을 차린 권재관은 술을 안 마시겠다는 김준호에게 “언제부터 다 지키고 살았냐. 의사 중에 술 먹으라는 의사가 어디 있냐”며 악마의 유혹을 속삭인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술잔을 기울이던 권재관은 김준호에게 서운했던 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주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2일 ‘미운 우리 새끼’에는 방송인 고은아가 기상 직후 아침식사 대신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방송됐다. 고은아의 냉장고 안에는 술이 가득했으며 집을 방문한 친구들도 그에게 소주 상자를 선물로 건넸다. 고은아는 방송 내내 맥주와 소주를 번갈아 들이켰다.


비단 ‘미운 우리 새끼’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지상파 및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음주에 관한 콘텐츠들이 늘어났다. 요리프로그램에서 ‘먹방’을 하면서도 술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자신의 주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술부심’을 부리는 것도 웃음을 주는 목적으로 그려진다. 뿐만 아니라 아예 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취중진담’을 요구하거나, 술을 매개체 삼은 프로그램들도 다수 제작되고 있다. 예능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이 술잔을 기울이는 연출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을 제작하는 iHQ는 7월 중 시리즈 개념의 새 예능 프로그램 ‘마시는 녀석들’(가제)을 방영할 계획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프로그램은 국내 안주 맛집을 탐방하는 형식으로, 애주가들과 함께 술, 미식을 주로 다룬다. 연예계 대표 애주가로 불리는 신동엽은 지난달 9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채널S ‘신과 함께’로 대중을 찾고 있다. 이 프로그램도 ‘우리의 인생에는 늘 술이 있었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술과 그에 맞는 안주를 추천해주는 토크쇼다.


이에 앞서 tvN은 ‘신서유기’ 시리즈를 통해 조정뱅이(조규현+주정뱅이) 캐릭터를 얻은 규현을 내세워 지난 1월까지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를 방송했다. 최고의 안주로 차린 한 상과 함께 다양한 풍류를 즐기는 규현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당연히 매회 각종 술이 등장했고 술에 취한 듯한 출연진의 모습도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tvN, 채널S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1~11월 청소년 시청률 상위 10위권 드라마 120개(편수 1351회)와 예능 120개(편수 873회) 등 총 240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음주 장면이 노출된 프로그램은 220개, 편수는 1218회, 음주 횟수(직접 음주 및 정황상 음주 추정 장면)는 2441건에 달했다.


이런 음주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음주 공감대를 자극하고, 예상치 못한 즉 술에 취한 모습에서 오는 돌발 변수에서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 예능적 효과 이면에는 음주문화를 조장하고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술자리 게임이나 유행하는 술의 종류, 술집 등 술과 관련한 각종 문화들이 미디어의 영향을 받고 있다.


관계자들 역시 최근 음주 범죄 처벌 수위가 강화된 와중에 일부 예능에서 음주 장면이 여과 없이 방송되는 것은 사회 분위기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것엔 동감한다. 그럼에도 방송에서 음주 장면을 다수 노출하는 것과 관련해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 전개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로 음주 장면을 삽입한다. 예능의 경우 최근 관찰 예능 즉 리얼리티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술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방심위 심의 후 실제 제재가 이뤄지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개발원이 모니터링을 통해 2018년 81건, 2019년 20건, 지난해 28건(11월 말 기준)의 문제 음주 장면에 대해 심의를 요청했으나 3년간 법정 제재 조치가 내려진 건 2019년 주의 조치 달랑 1건 뿐이었다.


방심위는 올해 초 출연자들의 음주 장면을 장시간 노출한 ‘노는 언니’를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한 3개 방송사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최종 의결하면서 “음주를 미화하거나 부추길 수 있는 내용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장시간 방송했다는 점에서 법정제재는 불가피하다”며 “그동안 여러 번 심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방송사들은 음주 장면에 대해서는 관대한 측면이 있다. 청소년들의 정서를 고려해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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