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선 넘은 中 게임.."정치권 칼 빼 들었다"

황병서 2021. 5. 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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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내용. 의안정보시스템 캡처.
'샤이닝니키' 한국판 서비스에 등장한 한복. 샤이닝니키 캡처
중국 청나라 시대 배경 모바일 게임(왼쪽), 고려 시대 배경 드라마 속 '한복'(오른쪽). 트위터 캡처
중국 판호 발급 위한 채점제 주요 내용. 콘텐츠진흥원 제공

중국 모바일 게임들이 국내 출시돼 역사 왜곡을 시도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이 같은 게임 내 동북 공정 시도를 막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간 중국 게임들이 한복과 유사한 의상을 청나라 의상으로 버젓이 속이는 등 역사 왜곡을 일삼아 왔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승수 국민의 힘 의원은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을 차단하기 위한 게임산업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승수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최근 중국에서 제작돼 국내 출시된 게임 중 한복이 중국 청나라 의복으로 둔갑된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중국은 새로운 판호 발급 기준으로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부합 여부 등을 판단하고 있어 국내 제작된 게임들이 중국 버전에서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콘텐츠를 변경하고 있기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은 게임물의 사전 검열 형태가 아닌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게임물관리 위원 자격으로 '역사분야'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현행 게임진흥법 제32조에는 '반국가적 행동 묘사, 역사적 사실 왜곡'에 위반되는 게임에 대해서는 등급분류 거부를 통해 규제할 수 있으나, 실제 게임물관리위원회 내에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의 왜곡 등을 판별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

김승수 의원은 "중국의 동북공정이 이제는 방송, 드라마, 게임 등 우리나라 문화산업까지 침투하며 역사 왜곡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면서 "중국 등의 거대 자본이 투입되면서 게임 속 내 한국 역사와 문화를 왜곡한다면 정부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문화예술법안소위원장으로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왜곡되고 있는 한국 역사와 문화를 바로 잡고 대한민국의 올바른 역사문화 세우기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게임 동북공정' 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은 역사 왜곡 등에 대한 사전 심의 강화이다. 게임물위원회가 등급분류를 진행할 때 과도한 반국가적 행동, 역사왜곡, 미풍양속 저해, 범죄, 폭력, 음란 등의 내용을 담았는지를 확인하게 해서, 불법 게임물에 대한 사전 규제를 강화하고 건전한 게임 문화를 확립하겠다는 취지이다. 관련 내용은 현재도 게임법 시행 규칙 및 게임 등급분류 규정에 포함되어 있긴 하나, 이를 '게임법'에 반영해 명문화하고자 한다는 것이 의원실 측의 설명이다.

황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최근 국내에 진출하는 중국 모바일 게임이 선정적인 표현을 넘어 의도적인 역사왜곡, 즉 동북공정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중국 게임산업 확산이 국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특히 아동, 청소년에게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 게임은 잘못된 역사의식과 문화를 확대, 재생산할 우려가 있어 이러한 중국 모바일 게임에 대한 사전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이 같은 동북공정을 막기 위해 법안 마련에 나선 것은 중국 게임사들이 만든 콘텐츠에 역사가 왜곡된 내용이 버젓이 담긴 채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모바일 게임 '황제라 칭하라'에서는 청나라 의복을 입은 한 캐릭터가 한복을 입은 가수 아이유의 복장과 매우 유사해 논란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국내 출시된 이 게임에 등장하는 의복이 지난 2016년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아이유가 입었던 한복과 흡사하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아이유는 드라마 포스터 촬영 당시 하늘색과 노란색이 섞인 한복을 입었는데, 게임 속 여성 캐릭터 역시 아이유가 입었던 한복과 비슷한 색감과 디자인의 의상을 착용했다. 또 아이유가 들고 있던 하얀색 꽃 또한 비슷한 자세로 들고 있어 논란은 가중됐다. 이 게임은 지난 2018년 중국 게임사 클릭터치가 제작한 모바일 게임으로, 과거 청나라 시대로 돌아간 이용자들이 황제로서 자질을 갖추고 인재를 등용해 나라를 일으켜 세우며 아름다운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중국 게임 속 한복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국내 출시한 '샤이닝니키'에서도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중국 누리꾼들은 "한복은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 누리꾼들은 "우리나라 의상인 한복을 왜 강탈해가냐"라며 중국의 억지 주장에 반발했다. 결국 샤이닝니키에 대한 한국 누리꾼들의 불매 운동이 이어지자 게임사 측은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당시 페이퍼게임즈는 "최근 전통 의상 문화에 대한 논란을 깊이 주목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의 입장은 항상 조국(중국)과 일치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며 "의관 제도는 중국과 동일하다라는 관점을 밝힌 문장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또 게임사 측은 서비스 종료 안내문에 동북공정 논리를 담은 게시물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중국 게임사들이 게임 내에서 역사 왜곡을 일삼는 사이, 중국 정부는 해외 게임사들이 자국 내 서비스 허가증이라 할 수 있는 판호를 발급받기 위한 체점제를 도입해 논란이 됐다. 지난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낸 '위클리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선전부가 배포한 새로운 채점 제도를 지난달 1일부터 도입해 운영 중이다. 새로운 채점 제도는 관념 지향, 원조 창작, 제작 품질, 문화적 의미, 개발 정도 등 크게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각 항목별 최고는 5점이며, 평균 3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다만 한 항목이라도 0점을 받으면 판호 승인이 거절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관념 지향'과 '문화적 의미' 두 가지 항목이다. '관념 지향'에서는 게임 주제와 플레이어 역할 및 메인 플레이 방식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평가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문화적 의미'에서는 중국의 우수 문화 전파 또는 확산 가능 여부를 심사한다. 즉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가치관과 중국 문화를 알리는 요소'가 게임에 포함되어야 하는 셈이다.

정확한 판호 발급 기준이 공개 되었다는 점에서는 환영하는 입장도 있으나 국내 게임 업계는 이 두 가지 항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0점을 받지 않으려면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게 수정해야 하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서비스를 위해서 중국 버전을 따로 만들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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