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인터뷰 >병마와의 싸움 이봉주 "한시간이라도 똑바로 서서 뛰어 봤으면.."

박현수 기자 2021. 5.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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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신도림역 도림천 광장에서 열린 한국마라톤TV(대표 이규운) 창립 21주년 기념 이봉주 완치 기원 공원사랑마라톤대회 출발지점에서 포즈를 취한 이봉주. 행사장에 마련된 보스턴마라톤대회 우승 사진처럼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자 ‘배 당김’ 증상으로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보였다. 그는 “꼭 완치해 예전의 패기 찬 모습으로 여러분들 앞에 나타나겠다”고 말했다. 김선규기자
인터뷰를 마치고 일행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는 이봉주 모습.

■ 17개월째 난치병 투병… ‘마라톤 영웅’ 이봉주

허리·목 굽어지는 고통 시달려

“훈련때도 이보다 힘들진 않아”

흉추사이 낭종이 신경을 눌러

최근 제거수술 검토하고 있어

처음보다는 상태 많이 나아져

지난달엔 프로 야구서 시구도

“많이들 걱정… 인생 헛살지않아

마라토너의 패기로 다시 설것”

난치병으로 알려진 ‘근육긴장이상증(디스토니아 · Dystonia)’으로 17개월째 투병 중인 ‘마라톤 영웅’ 이봉주(51). 지난해 1월부터 복근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근육이 앞으로 잡아당겨지는 증세가 나타나 허리와 목을 구부리고 다니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휠체어에 의지하기도 했다. “선수생활 훈련 때도 이보다 힘들진 않았다”는 그의 말에서 지난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이 갔다.

근육긴장이상증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근육이 비틀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신경계 질환이다. 최근 그 원인이 흉추 6번과 7번 사이에 생긴 낭종이 신경을 누르기 때문으로 알려져 그동안 했던 비수술적 치료 방법에서 적극적으로 수술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그의 몸 상태는 다행히 어둡고 힘들었던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지난달 10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 야구경기에서 시구하던 모습에서도 상태가 많이 호전됐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마라톤TV 주최 이봉주 완치 기원 공원사랑마라톤대회가 열린 지난달 25일 서울 신도림역 도림천광장에서 그를 만났다. 완치를 기원하는 기금 전달식을 겸한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그는 수원 영통 자택에서 행사장까지 직접 차를 몰고 왔다. 오전 10시 30분쯤 도림천 변에 주차하고 등산용 스틱을 지팡이 삼아 허리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걸어오는 그를 맞이했다. 인터뷰는 12일과 13일에도 전화와 SNS로 진행됐다.

―현재 몸 상태가 어떤가요.

“복근 경련과 배가 당겨지는 증세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요즘 들어서 조금은 좋아진 것 같아요. 작년까지는 누워서 잠도 못 잘 정도로 힘들게 지냈어요. 선수 시절 훈련할 때도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진 않았는데…. 이젠 잠도 좀 자고, 식사도 잘하고, 허리도 조금씩 펴지는 느낌이 들어요.”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병원 치료와 한방 치료를 병행하고 있어요.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며 복근 부분을 치료하고 있어요. 집에서 재활운동도 하고요. 약물 치료와 보톡스 치료도 했어요.”

―병의 원인은 찾았나요.

“얼마 전까지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최근에 나온 결과는 흉추 6번과 7번 사이에 생긴 낭종이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그게 원인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 낭종 제거 수술을 하기로 한 건가요.

“되도록이면 수술은 마지막 단계에서 할 생각으로 비수술적 치료에만 열중했는데, 모든 걸 종합한 결과 낭종 때문이라고 하면 제거 수술을 해야겠어요.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고요. 올 때까지 온 거 같아요.”

그는 이날 응원 나온 팬들과 기념촬영도 하고, 사인 요청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그의 평소 성품대로 일일이 다 응해주었다.

―지난해 1월 JTBC ‘뭉쳐야 찬다(뭉찬)’ 팀의 사이판 전지훈련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던데요.

“사이판에서 훈련도 많이 하고 경기도 했어요. 한번은 모래사장에서 폐타이어에 동료를 앉혀놓고 끄는 게임을 했는데, 아무리 끌어도 타이어가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상대팀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요. 그래서 순간 힘을 과도하게 썼는데 아마 그것 때문에 몸에 무리가 오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부터 복근이 아프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나 그 때문이라고 꼭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봉주는 사이판을 다녀온 후 몸에 이상 증세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나, 반드시 ‘뭉찬’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몸 관리를 잘못해 온 자신의 탓”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지금까지 너무 많이 달려서 부작용이 일어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던데요.

“(웃음) 너무 많이 달려서 부작용이 생긴 건 아닌 것 같고요. 마라톤 대회에 가 보면 70∼80세 어르신들도 풀코스를 계속 뛰시는데 그러면 그분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마라톤 후유증이라기보다는 운이 없었던 거죠.”

실제로 2018년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인 서승우 박사가 풀코스 1000회를 완주한 3명과 달리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릎 및 허리를 자기공명촬영(MRI)으로 찍어 비교한 결과 일반인들보다 달리기를 오래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도 복근 경련이 있었나요.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몸에 칼을 대본 적도 없었고요.”

―발병 이후 바로 큰 병원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나요.

“처음엔 ‘며칠 지나면 좋아지겠지, 좀 쉬고 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허리 이상인 줄 알고 허리 쪽에 집중치료를 받았어요. 신경차단술도 받고 허리 치료를 하던 중 수원에 있는 모 한의원 원장님이 큰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아 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대학병원을 찾게 됐어요. 그동안 안 가본 병원이 없을 정도예요. 그러다가 1년이 넘은 거죠.”

―팬을 비롯해 국민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께 걱정을 끼쳐서 부담스럽습니다. 너무 오래 끌다 보니 아무래도 제 마음도 더 약해지는 거 같고요. 난치병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는 연락도 많이 받았어요.”

―완치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뭔가요.

“1시간만이라도 똑바로 서서 뛰는 게 소원이에요. 그리고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봉사활동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와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투병 소식을 듣고 브라질에서 한의사 한 분이 침술 치료차 고향인 천안까지 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점심 식사도 않고 떠날 채비를 했다. 장거리 운전에 안전이 걱정스러워 천안까지 동승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먼 곳까지 괜찮다”며 혼자 가겠다고 했다.

―끝으로 걱정하고 성원하는 국민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걱정해주시는 분이 참 많으셨어요. 제가 인생을 헛살진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꼭 회복해서 건강한 모습을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거고요. 예전 마라토너 이봉주의 패기 찬 모습으로 여러분들 앞에 꼭 다시 나타나겠습니다.”

자택이 있는 수원 영통에서 서울로, 다시 천안으로 바쁜 일정을 손수 운전하며 가는 그의 모습에서 코오롱마라톤 군단 정봉수 감독이 이끌던 황영조·이봉주·김완기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각의 거친 호흡이 내일의 완치를 위해 포효하는 듯했다. 투혼으로 똘똘 뭉친 국민 마라토너로 지금까지 달려온 것처럼 병마를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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