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당신이 집 없는 사람이라면 '이것'을 주장하자

오건호 입력 2021. 5. 14. 10:23 수정 2021. 6. 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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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는 집 한 채 갖는 게 최고의 안전망이다.

집값이 오를수록 임대인에게 내야 하는 전월세는 높아지니 인상분을 충당하려면 지금보다 더 일해야 한다.

자신이 집 없는 사람이라면 건너편의 로또 축제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집값 인상을 막고 점진적인 하향까지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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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하자. 유휴 토지에 매기는 세금이다. 보유세를 강화하자. 부동산을 가졌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에서는 집 한 채 갖는 게 최고의 안전망이다. 지난 역사에서 확인되듯이 집값이 떨어질 리는 없다. 예전에도 가끔 부동산이 폭락할 거라는 예견이 돌아다녔으나 공연한 위협에 불과했다.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도 든든한 원군이다. ‘빚내서 집 사라’는 박근혜 정부를 그토록 비판하더니만 대출을 늘려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단다. 돈을 더 빌려주겠다는 제안은 결코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증과 다름없다. 집값이 내렸을 때 자신에게 되돌아올 부메랑을 생각해 집값 하락만은 허용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람마다 집을 사자 달려들면 집값은 더욱 오르고 참여자는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다.

위 이야기는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집을 가진 절반의 사람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파티다. 신규 입장권은 무주택자 중에서도 자금을 동원할 능력이 있는 일부에게만 제공될 수 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완전 반대편 자리에 서 있다. 집값이 오를수록 임대인에게 내야 하는 전월세는 높아지니 인상분을 충당하려면 지금보다 더 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축은 먼 꿈이 되고 앞으로 집을 살 가능성도 희박해진다. 그도 그렇고 아마 그의 자녀들도 그럴 것이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 위해 재산권 제한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집 소유를 기준으로 계층화하고 있다. 일해서 버는 소득보다는 자산으로 인한 격차가 빠르게 증가하는 부동산공화국이다. 이미 세상이 집을 두고 나뉘었다면 양편 사람들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집 없는 사람이라면 건너편의 로또 축제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집값 인상을 막고 점진적인 하향까지 말해야 한다. 불가능하지 않다. 현행 헌법과 법률의 가치와 내용을 엄격하게 실행하자는 일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토지공개념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되 그 행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하고(제23조), 나아가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하여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해놓았다(제122조). 이대로 하면 된다. 토지 사재기가 공공복리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대기업들이 당장 사업에 사용하지 않음에도 전국 방방곡곡에 대규모 토지를 가지고 있는 게 국토의 효율적 이용인가? 유한한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에 따른 세금 의무는 다해야 하는 거 아닌가?

두 가지를 꼭 추진하자. 먼저 토지초과이득세를 부활하자. 이는 개인의 주거나 기업의 경영에 꼭 필요하지 않음에도 보유하고 있는 유휴 토지에 매기는 세금이다. 1990년 시행 이후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적이 있어서 위헌 제도로 오해되곤 하나, 곧바로 불합치 내용들을 모두 보완하여 완전 합헌 제도로 시행되었다. 서울올림픽 등 개발 바람으로 1989년에는 전국 평균 지가상승률이 32%까지 달했으나 1990년 토지초과이득세가 도입된 후 1990년 20.6%, 1991년 12.9%, 1992년 1.3%로 낮아질 만큼 효과를 발휘했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를 맞아 김대중 정부가 부동산 부양을 명분으로 이 제도를 폐지해버렸다. 사실상 헌법이 지향하는 토지공개념을 상자 안에 가두어버린 셈이다. 최근 국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토지초과이득세법 제정안을 발의했고 여당 의원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법안 제정 운동을 벌여나가자.

또 하나는 보유세 강화다. 부동산을 가진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우리나라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은 2018년 0.16%로 OECD 주요 8개국 평균 0.53%보다 턱없이 낮다. 이후 공시지가가 단계적으로 현실화되고,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도 상향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 최근 보유세 완화 논란은 이러한 추세를 되돌리려는 부동산 기득권의 요구를 반영한다. 그만큼 고가의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이전보다는 보유세를 부담으로 느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금 추진하는 보유세 강화 흐름을 유지해서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집값 하향 안정화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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