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여정, 한반도 평화로 향한 길

입력 2021. 5. 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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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태 정책기획위원(국립통일교육원 교수)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4년이 됐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환희와 감동, 그리고 아쉬움도 함께 느껴진다. 한반도 평화로 향한 쉽지 않은 여정에서 과거엔 상상도 하지 못할 가슴 벅찬 일들을 해내었다. 2017년 정부 출범 초기부터 맞닥뜨린 무력 충돌과 전쟁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한반도의 봄’이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은 북미관계 교착으로 남북관계마저 길 위에 멈춰 서 있다. 마음 속 기대가 컸던 만큼 안타까움과 답답함도 깊다.

앞으로의 길은 더욱 험난할 수도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양 진영은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군사·기술·가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쿼드(Quad) 협의체를 가동하고 해양세력의 네트워크를 통해 대륙세력 중국에 맞서는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그 중심에 놓인 한반도를 둘러싸고 중국은 북한을 끌어당기고 미국은 한국을 끌어당긴다. 남북이 서로 가까워지려고 해도 이렇듯 한반도에는 둘을 서로 떼어놓으려는 지정학적 원심력이 작용한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서는 지정학적 충돌 국면에서 자칫 잘못하면 양자택일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어느 한쪽을 선택해서 한반도의 미래 번영과 평화가 보장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고민이다. 냉혹한 국제관계의 정글 속에서 우리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반도에서는 그 길로 꿋꿋하게 걸어가기 위해선 큰 용기가 필요하다. 

2018년 4월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07년 10월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에서 사상 처음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땅을 밟았고 남북 정상은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다.


한반도의 평화를 향해 걸어가는 길, 이것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여정이다. 그 어떤 가치도 한반도 주민의 삶을 지키는 ‘평화’보다 우선할 수 없다. 우리에겐 이 어려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미·중 사이에서 배타적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피해야만 한다.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이며 외교·안보의 근간이다. 아울러 중국은 우리와 가까운 이웃이자 최대 교역국이며 전략적 협력 관계다. 결국 한미 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하면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 

한반도의 경쟁력은 대륙으로 접근하거나 해양으로 진출하기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륙과 해양의 대립으로 한반도는 분단됐고, 한국은 ‘섬 아닌 섬’으로 전략해 버렸다. 이제 다시 본래 한반도가 보유하고 있었던 지리경제학적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 그러므로 대륙과 해양의 충돌 국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함으로써 대립과 단절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반도를 무대로 대륙과 해양이 만나 평화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화해와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

70년 동안 한반도 분단이 고착화돼 남북이 서로 대립함으로써 주변 열강들이 가지게 된 기득권이 있다. 우리에겐 ‘평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소중한 가치지만, 한반도 주변국들 입장에선 실질적 이익 없이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지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 경제개발 과정에 주변국들을 참여하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분단과 갈등 상황에서 얻는 혜택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오랜 전부터 북한 개발에 관심이 많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구축과 경제특구 개발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면 어떨까. 북한이 경제를 개방해 성장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열매를 한반도 주변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모두가 함께 나눠 가질 수 있는 이익 공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정말 꿈같은 일일까?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해도 비록 실현 가능성이 낮다 해도, 그 작은 희망마저도 버릴 수는 없다. 한반도 평화를 향해 가는 이 길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변 열강이 각축하는 가운데 지난 4년 동안 길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버텨온 우리 정부, 이제 앞으로 더욱 힘을 내어 이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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