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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임명 강행..과기계 "정치가 과학을 바보로 만들어"

정종오 입력 2021. 05. 14. 11:13 수정 2021. 05. 1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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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여러 논란에도 임명됐다. 지난 4일 인사청문회 이후 자진 사퇴 혹은 지명 철회가 따르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청와대는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로 방어막을 치고 나머지 장관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이 반대한다고 인사검증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여성들이 진출하려면 성공한 여성들을 통해 보는 로망, 또는 롤모델이 필요하고 그런 많은 생각을 담고 여성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같은 흐름 변화는 감지됐다. 대통령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국회에 다시 요청했고 민주당은 13일 밤 과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보고서 채택을 밀어붙였다.

이번 과기정통부 장관 청문회 과정에서 논문 논란, 자녀동반 해외출장, 소득세 누락,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등 여러 의혹 앞에 국민은 실망했다. 무엇보다 여러 국제학회에 참석하면서 여러 차례 가족을 동반한 것을 두고 분노했다. ‘공정’을 외치는 문재인정부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또 한 번 봤다고 지적했다.

과기계에서는 특히 원칙을 깬 인사라는 실망감이 크다.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후보 3인에 임혜숙 장관이 이름을 올렸을 때 과학기술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가 NST 이사장에 도전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NST는 25개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데 임혜숙 후보자는 해당 업무를 맡아본 적도 없고, 잘 알려지지도 않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임혜숙 충격파’는 과기정통부 장관에 그가 지명되면서 재연됐다. NST 이사장에 임명된 지 87일 만이었다. NST 업무 파악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그를 청와대가 장관 후보자로 긴급(?) 호출한 것이다. 3년 임기가 보장된 NST 이사장을 종이쪽 던지듯 가볍게 던져버렸다. 원칙을 깨버린 것이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되기 위한 디딤돌로 이용만 했을 뿐이란 지적이 나왔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임혜숙 장관 후보자 지명 브리핑에서 “NST 이사장을 거치면서 연구현장 과기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야말로 정치가 과학을 바보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과기정통부 장관까지 지낸 비서실장이 ‘NST 이사장 3개월 경험’을 두고 ‘과기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해석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청와대의 섣부른 판단과 해석, 선택은 결국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임혜숙 후보자에 대한 여러 논란이 불거졌다. 무엇보다 학회에 참석하면서 가족을 동반해 여러 차례 함께 다녀왔다는 사실은 젊은이는 물론 국민의 분노를 샀다.

더욱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는 그의 태도였다. 여기에는 여권의 인식도 ‘우리만의 공정’이 드러났다. 여당 의원들이 “학회에 참석할 때 가족 동반으로 가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으냐”고 질문했고 임혜숙 후보자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조국 사태에서부터 불거진 ‘공정 논란’이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다시 한번 후벼팠다. 국비로 학회에 참석하는 것은 공무에 속한다. 사적인 일이 아니다. 공적 업무에 사적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자비로 가족을 동반했다고 하더라도.

국제 행사 등에서 상을 받았을 때 가족을 데려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개인의 영광이며 가족이 함께 누려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반면 논문을 발표하거나 학회를 주재하는 등의 일로 학회에 참석하면서 학회가 열리는 며칠 동안 가족과 동행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이는 ‘공정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에 우리는 분노하고 있다. ‘찬스의 대물림’이기 때문이다. 기회의 균등이 사라지면서 공정이 무너지고 있다. 변호사의 아들이 변호사로, 의사의 아들이 의사로 ‘계층 이동’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학회에 누군가를 데려간다면 그 대상은 관련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원이어야 한다. 공정하게 선발해 데려가는 것이 이치에 맞다. 그것이 공정이자 균등이자 공평이다.

임혜숙 후보자는 이화여대 교수로 있으면서 학계에서 이른바 ‘잘 나가는’ 연구자였다. 전자 분야 등에서 많은 연구실적을 쌓았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을 거쳤다. 여성 공학자로 새길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자의 길을 걷던 그가 굳이 NST 이사장에 응모한 것도, 청와대가 과기정통부 장관에 내정했을 때 이를 덥석 수락한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리더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권력의 길에 뛰어들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아니면 이 나라 과학기술계를 혁신할 수 없다는 ‘착각’에 빠진 것일까.

한 과기계 인사는 임혜숙 후보자 임명강행을 두고 “결론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든, NST든, 국민이든 어느 것 하나 도움 된 게 없는 것 같다”며 “청와대로서는(과기정통부 첫 여성장관, 여성장관 비율 등) 얻은 게 있는지 몰라도 과기계에서는 한 분야에서 잘 나가던 연구자의 슬픈 추락 현장만을 목격했을 뿐”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첫’ ‘여성’이라는 키워드에만 매몰된 나머지 다른 것을 판단하지 못했거나 알았더라도 애써 무시한 것 같다”며 “정치권이 연구자로서 연구에만 전념하고 해당 분야에서 더 진보할 수 있도록 과학에 대한 지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발 가만히만 내버려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하는 사람은 연구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상식이고 자연스럽다. 그 자리를 통해 자신을 빛내는 것이 ‘진정한 맛이자 멋’이다. 굳이 기관장이 되고 장관이 되려고 ‘연구자의 가치’를 내팽개쳐버리는 현실이 슬프다. 그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다른 연구자들을 욕보이는 짓이다. 정치가 과학을 바보로 만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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