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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의 취재진담] "받아쓰기는 그만" 사건기자가 말하는 한강 대학생 사건

김도연 기자 입력 2021. 05. 14. 13:40 수정 2021. 05. 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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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락인 사건전문 기자 "물음표는 기자 본인에게 던져야…독자들에게는 느낌표를"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정락인 기자(54)는 동료 사이에서 '수사반장'이라고 불렸다. 기자 생활 대부분을 사건 취재에 할애했다. 책상에만 앉아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고참 기자였음에도 사건 현장을 찾았다. 사건 기사는 주로 저연차 젊은 기자들이 맡는 게 관행인 한국 기자사회에서 그 별명은 특기할 만하다.

1996년 1월 물류 전문지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디딘 그는 2001년 화물차 지입 사기 조직 66개를 폭로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중앙일보가 창간한 생활 유통경제지를 거쳐 시사저널 사회팀장, 사회전문기자, 탐사보도팀장,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군 의문사, 연쇄살인 등 사건 현장이 그의 관심사였다. 지난해 9월을 끝으로 시사저널 지면에서 그의 이름을 볼 수 없었다.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그의 집을 찾았다.

▲ 정락인 기자가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해에는 시사저널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지금은 기사를 지면에서 찾기 어렵다. 회사를 그만둔 것인가?

“회사를 그만둔 것은 2014년이었다. 그해 3월 사표를 내고 나왔다. 제도권 언론에 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시사저널에서 정년을 하거나 더 다닐 수도 있겠지만 미래가 막막했다. 한 달 정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나는 가족이 있는 가장이기 때문에 막상 사표 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만두고 나서도 작년까지 6년 동안 사건·사고에 특화한 사건전문 객원기자 활동을 했다. 지난해 가까웠던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도 그만뒀고 해서 나도 이제는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제도권 밖 활동에 성과는 없었나?

“2015년 SNS를 기반으로 한 시민단체 'SNS 시민동맹'을 만들었다. 실종자나 해외 입양인 가족을 찾아다녔다. 성과도 있었다. 2018년 5월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선 경찰청장 감사장을 받았다. '장기실종자 찾기 활동과 경찰이 배포한 지명수배·실종자 전단을 SNS를 통해 전파하고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에 적극 참여해 실종자 발견에 기여했다'는 이유였다. 1980년 광주 518 당시 전남 경찰국장 고 안병하 치안감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동분서주했다. 기사로도 많이 다뤘다. 그는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며 신군부의 강제진압과 발포명령을 거부하고 고문을 당했던 인물이다.”

- '정락인닷컴', '정락인의 사건추적' 등 여러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 활동은 예전부터 했다. 정락인닷컴을 통해 실시간 사건 이슈를 다뤘다. 이를 전문화해 사건을 심층으로 파헤친 사이트가 '사건추적 25시'다. 하루에 10만명씩 들어온다.(기자 질문: 홈페이지 활동으로 버는 수입은?)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벌고 있다. 원래는 연쇄살인 사건, 미제사건을 주로 다뤘는데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더라. 주제를 다양화했다. 그러니까 독자들 구독이 늘었다. 연예, 스포츠, 해외 토픽, 해외 미스터리까지 사건 외연을 확장했다.”

- 미스터리 사건 콘텐츠에 구독 수요가 있나?

“강력사건 마니아들이 있다. 작년 8월에는 한 달에 400만명이 들어왔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사건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과거의 ○○○사건은 어땠지?'라는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건이 벌어질 당시에는 수많은 언론이 집중 보도하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자료를 축적한 기사는 찾기 어렵다. 연쇄 살인범 유영철 사건과 관련, 지난해에는 현장을 다시 다녀왔다. 그런 식으로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사건 기록도 다시 살펴보기도 한다. 내 홈페이지만 찾으면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있게끔 기록하고 정리한다. 정치 이슈에는 유통기한이 있지만 '사건'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나는 오랜 세월 사건 기자로 활동했고 사건으로 성장했다. 나만의 콘텐츠를 확실히 만들어놓는 것이 기자로서 장수하는 비법이다.”

- 시사저널 마지막 기사가 '디지털교도소'였다. '범죄자 응징'을 명분 삼아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한 디지털교도소의 위험성을 비판했다.

“충분한 검증 없는 폭로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됐다. 역기능이 순기능을 압도했다. 우리나라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이 디지털교도소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됐지만, 사적 보복은 허용될 수 없다. 이를 악용하는 집단이 세력화하면 공권력이 무력해진다. 일례로 멕시코, 브라질 같은 나라는 사적 보복과 자경단이 횡행하다. 치안과 시스템이 무너진 결과다. 다만, 고도화하고 있는 디지털범죄에 대응하는 우리 수사기관 역량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디지털 성범죄, 살인, 아동학대 등 사건 피의자 신상 정보를 게시한 온라인 사이트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30대 A씨는 지난달 28일 개인 신상 정보 무단 공개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에 추징금 818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악성 댓글과 협박 전화 등으로 일상 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할 정도로 피해를 보고 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도 있다”고 했다. 무고한 인사의 신상이 게시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다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있었다.

▲ 지난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 손정민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취재 노하우가 있나? 사건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나다.

“아무래도 주변에 오랜 세월 함께 한 경찰 인맥들이 있다. 사건 기록과 언론 보도도 중요한 소스다. 기록과 보도를 최대한 모은 뒤 퍼즐 맞추듯 사건을 재구성한다. 경찰이 놓친 범인 단서들을 찾으려 한다. 이를테면, 대구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9살 소년이 살해당했다. 범인은 왜 12층을 노렸을까. 보통 강도는 고층에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출구를 막아버리면, 쉽게 검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건이 발생했다면, 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는, 잘 아는 사람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황과 근거, 단서를 바탕으로 모자이크식 추적을 해본다.”

- 한강 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로 발견된 고 손정민씨 사건에 이목이 집중됐다. 어떻게 지켜봤나?

“명확한 (타살)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손씨 아버지로서는 여러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아버지 입만 따라다니는 언론이 오히려 손씨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지금은 시의성 때문에 언론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가족들만 남는다. 그들만의 시간이 왔을 때 겪을 상실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 관심이 컸던 만큼 가족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

- 손씨 친구 A씨가 마치 범인인 양 몰아가는 보도도 적지 않았다.

“어떤 사건에서 합리적 근거를 갖고 보도한 뒤 의심이 가는 대상에게 해명을 요구할 수는 있다. 한 매체가 새 팩트를 보도하면, 뒤따르던 다른 매체가 더 나아간 팩트를 보도하고, 그런 식으로 사건 진상이 파악되곤 한다.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다. 단순히 경찰 수사 발표만 받아쓰기보다 기자가 새 팩트를 경찰에 던지고 제대로 수사하는지 감시하는 취재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무조건 '너 범인이지, 빨리 말 안 하냐'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보도가 적지 않다. 손씨 아버지 블로그도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일 뿐이다. 그걸 중점적으로 받아쓰면 곤란하다. 언론이 사건 해결보다는 조회수 늘리기에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씁쓸한 뒷맛만 남기고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22세 대학생 손정민씨는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누리꾼들은 손씨와 술을 늦게까지 마신 친구 A씨를 명확한 근거 없이 용의자로 의심했고, 언론의 받아쓰기 보도는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찰청은 13일 손씨 사망 원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감정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정 기자는 “물음표는 기자 본인에게 던져야 한다. 독자들에게는 느낌표를 줘야 한다”며 “언론 보도를 보면, 의문형 제목들이 너무 많다. 근거 없는 의문과 의혹을 남발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해서 결과와 해답을 독자에게 전달해야지, 궁금한 것을 독자에게 물어보는 기사는 가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 정락인 기자가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언론사에서 사회부나 사건을 다루는 부서는 인기가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기자생활 대부분을 '사건'에 쏟았다.

“실제 현장 가는 기자가 별로 없다. 귀찮아한다. 현장을 가면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은 더 그런 것 같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기자가 현장에 가면 비용이 든다. 밥값, 차량비, 숙소 값을 대줘야 하니까. 2008년 강호순 사건 때 내가 현장에서 최고참이었다. 고작 40대 초반이었는데 말이다. 이것도 오래된 시절 이야기 아닌가. 현장에서 '네,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라고 인증할 뿐이지…. 현장과 기사가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런 제도권 언론에 실망했기 때문에 1인 유튜버들이 득세하는 것 아닐까 싶다. 현장을 가지 않는 기자들이 연차가 쌓여 보도·편집 데스크가 되면, 자기 후배들에게 무엇을 지시할 수 있을까.”

- 2019년 12월 책 '미치도록 잡고 싶다'를 썼다. 국내 미제사건을 총정리한 것인데, 미제사건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미제사건 80%는 경찰 초동수사 실패에서 비롯한다. 수사에 미온적이다가 때를 놓친 것이다. 경찰은 사건이 '사건화'되는 걸 싫어한다. 사건이 시끄러워지고 언론 주목을 받게 되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자기 승진과 진급이 결정된다. 큰 실수 안하려고 몸을 사린다. 경찰 간부들을 만나보면, '요즘 후배들은 인터넷을 뒤져서 사건을 찾는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영화에 나오는 정의로운 기자를 현실에서 찾기 어렵듯, 영화 속 경찰과 현실의 경찰은 다르다. CCTV 의존도가 높은데 사각지대 등 한계가 분명하다. 전문화한 수사요원들이 초기부터 제대로 수사해야 미제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

-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에 힘을 싣는 정책이라는 평가다. 신뢰 받지 못하는 경찰 수사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상하 관계에 있었다. 이제는 경쟁 관계가 돼야 한다. 그 차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필요하다. 다만 지금은 지나치게 검찰 힘을 빼는 데 초점이 있는 것 같다. 경찰 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 지휘를 하는 것인데, 힘의 논리로 (정부·여당이) 이 사안을 다루는 것 같아 우려스러운 것도 있다.”

- 제도권 기자가 다시 될 생각은?

“기자 생활을 정말 치열하고 열심히 했다. 더 이상 미련이나 아쉬움이 없다. 앞으로 5년 안에 전원 생활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고향인 전북 익산과 서울, 그 중간 어디 아름다운 지역에 터를 잡고 정말 멋진 정원을 만들고 싶다. 회사에 매여 마감 압박을 받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삶이다. 2400여명의 휴대전화 주소록도 정리해 지금은 300명이다. 더 정리할 생각이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안 받는다.(웃음) 기자보다 정원사가 좋다. 나는 우리집 정원사다. (기자 질문 :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진중권 받아쓰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이준석하고 진중권이 싸우는 걸 왜 알아야 하나. 자꾸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언론이 누군가 입만 따라가지 말고, 앞선 팩트를 보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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