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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어린이날 인기선물, 삼성전자주..안 망할 기업이라서?

신성진 입력 2021. 05.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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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95)
매년 찾아오는 어린이날, 늘 선물이 화두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어린이날 ‘주식을 선물’하라는 얘기가 자주 들렸는데, 이제는 최고의 선물로 자리 잡아간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주가가 상승하고 연일 들려오는 코인 소식 등으로 투자 열풍이 불고 있고 덩달아 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산 가격 급상승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한 30~40대 부모들이 투자나 재테크 공부를 일찍 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식’이 최고의 인기 선물로 떠올랐습니다. 주위에 손주들 어린이날 선물로 주식을 사주겠다는 스마트한 할머니, 할아버지도 많아졌습니다.

어린이날에 아이들에게 주식을 선물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미성년 주주의 수가 2019년보다 6배 늘었다. [사진 삼성전자]


언론에 보도된 자료를 보면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미성년 주주의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16년 말 1290명에서 2019년 1만 8301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는데, 2020년 말 삼성전자의 20대 미만 미성년자 주주는 11만 5083명으로 2019년보다 6배 넘게 늘었습니다. 전체 미성년자 주식계좌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전체 증권사의 미성년자 주식 계좌는 2019년 말 20만 4696개에서 지난해 말 60만 1568개로 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투자를 시작해 장기투자의 대명사가 된 워런 버핏처럼 자녀나 손주를 부자로 만들려면 주식을 선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우리가 워런 버핏처럼 될 수는 없지만 그를 따라 투자를 할 수는 있으니까요.


자녀에게 주식 선물할 때 고려해야 할 것

한 기업에 자녀의 미래를 건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종목 외에 몇 가지 종목으로 나누는 게 필요하다. 우수한 회사들이 한꺼번에 가격이 하락하거나 망하지는 않는다. [사진 pxhere]


어린이날, 자녀의 생일, 명절 때 주식을 사주는 모습은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모습도 있습니다. 최근 자녀에게 주식을 선물하는 부모들이 ‘절대 망하지 않을 기업’이라고 생각하면서 삼성전자 주식 한 종목만을 사주는 부모가 많습니다. 물론 국내에서 주식을 고른다면 누구나 1등으로 삼성전자를 고르겠죠. 하지만 늘 시장을 볼 수 있고 판단을 할 수 있는 부모가 아니라 20년, 30년 후를 바라보면서 자녀를 위해 투자한다면 하나의 종목에만 투자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GE는 에디슨이 설립한 회사로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장기적으로 세계 시총 1위로 주가가 60달러 가까이 올랐지만 지금은 13.3달러입니다. GE 이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시가총액 1위였던 엑손 모빌은 록펠러가 1882년 설립한 회사로 2014년 104.76달러까지 올라갔지만 2021년 5월 현재 62.43달러로 세계 10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현재 미국 시가총액 1위는 애플이고 지속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뒤에도 그럴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2010년 미국 시가총액 10위안에 있었던 기업 중에서 지금도 그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는 기업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뿐입니다.

한국 시장도 비슷합니다. 2010년 말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었던 기업 중에서 2020년 말 기준으로 여전히 10위권에 머물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차 셋밖에 없습니다. 결론은 한 기업에 자녀의 미래를 건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그 회사가 삼성전자이든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다른 회사든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 위한 투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들에게 주식을 선물하는 것은 단순하게 투자수익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돈에 대해, 경제에 대해, 세상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아주 좋은 교육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결정할 때는 아이들이랑 같이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회사나 아이돌이 속한 회사도 좋겠죠. 관심 있는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회사도 좋겠죠. 자동차를 좋아하면 현대차나 테슬라 같은 주식을 살 수 있고요. BTS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소속사인 하이브 주식을 사주면 좋겠죠. 로블록스라는 게임 회사도 핫한 회사입니다. 스타벅스 같이 늘 보이는 회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주식만 사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위험합니다.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종목 외에 몇 가지 종목으로 나누는 게 필요합니다. 우수한 회사들이 한꺼번에 가격이 하락하지도 않고 망하지도 않으니까요.

분산투자, 장기투자, 지속적인 수익 측면에서 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나 ETF도 좋고 장기적으로 업종대표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좋습니다. 펀드에 편입된 회사 이야기도 아이들과 나누고, 수익과 손실이 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들과 늘 공부하면서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의 투자 기간은 짧으면 20~30년에서 길게는 50~60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마도 5년에서 10년 정도 기간을 두고 정기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할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가면서 아이들의 관심도 바뀌고 세상을 이끌어가는 업종이나 기업도 바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투자하면서 이런 큰 추세를 보면서 운영해 나간다면 자녀들은 경제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주식을 선물하려고 하면 하이브, 테슬라 같은 회사는 좀 비싸긴 합니다. S&P500지수에 투자하는 ETF도 한주가 400달러가 넘고, 나스닥에 투자하는 QQQ 같은 ETF도 300달러가 넘습니다. 어린이날 선물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이런 가격은 지나치게 비싸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선물로 없어지는 돈이 아니라 아이에게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고 또 금융 교육을 위한 좋은 계기도 되니까 절대 후회하지 않을 아주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녀에게 주식이나 펀드 통장을 선물하는 것은 큰 선물이자 매우 중요한 교육이다. 미래에 어떤 직업을 꿈꾸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부모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고 알게 된다. [사진 pixnio]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입니다. 수익률도 중요하고 종잣돈의 크기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5%이든, 10%이든 1년, 2년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좀 달라집니다. 5% 수익률이면 10년이면 2.6배가 되고, 20년이면 2.6배, 30년이면 4.3배가 됩니다. 하지만 10%이면 10년이면 2.5배, 20년이면 6.7배가 된다. 30년이라면 17.4배가 됩니다. 30년이면 투자는 누구나 큰 자산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날이든, 생일이든 자녀에게 주식을 선물하거나 펀드 통장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고 가장 중요한 교육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주식에 대해 대화하기 시작하면 밥상머리 대화가 달라집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달라지면 왜 내가 투자한 주식 가격이 오르내리는지 알게 되고, 미래에 어떤 직업을 꿈꾸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부모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고 알게 됩니다. 이런 교육을 통해 투기꾼이 아니라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돈을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돈에 대한 태도와 지혜를 가지고 자라가게 됩니다.

‘어린이날 주식 선물하기’는 언론에서 증권사 광고나 마케팅 광고처럼 언급하는 내용이지만 아직 자녀에게 주식 계좌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면 가정의 달 5월에, 또는 아이들 생일 등 계기를 만들어 자녀들을 건강한 투자의 세계로 초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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