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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당한 박근혜는 사면 대상이 아니다"

김종일 기자 입력 2021. 05. 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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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보고서' 대통령 사면권의 한계 논쟁 불지펴
헌법학계, 국회·헌재 탄핵 결정 뒤집히는 효과 우려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과 관련해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 사법정의와 형평성, 국민 공감대 등을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그간 사면 필요성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것과는 다르게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사면의 적절성을 따지기 전에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사면의 가능성'이다. 주인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입법부인 국회와 사법부인 헌법재판소에 의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탄핵을 당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우리 법조계와 헌법학계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탄핵된 자'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관점을 주류적 입장으로 갖고 있다. 삼권분립이란 측면에서 볼 때 입법부와 사법부가 협동적으로 진행한 탄핵을 대통령이 뒤집는 것은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017년 3월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선고에서 판결문을 읽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탄핵된 자에 대한 사면' 관련 규정 명확히 없어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 79조가 규정하고 있다. 헌법 79조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구체화한 게 바로 사면법이다. 그런데 사면법에서도 대통령 사면권의 절차적 측면만 규정하고 있을 뿐 실체적인 한계나 제한 등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즉 현행 헌법과 사면법의 규정을 보면 대통령은 일정한 절차만 거치면 어떤 사면도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대통령은 사면권을 행사하는 데 어떤 한계나 제약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헌법학계를 중심으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도 일정한 헌법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사면은 매우 예외적인 권한으로 법치주의에 작든 크든 충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국가 이익과 국민 화합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삼권분립으로 '견제와 균형' 정신을 추구하는 우리 헌법 원칙에 비춰볼 때 사법권의 본질을 훼손·침해하는 사면권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입법부인 국회와 사법부인 헌재에 의해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 우리 헌법은 탄핵과 사면의 관계에 대해 깔끔하게 규정해 두지 않았다. 명시적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금지'한 미국 헌법과 달리 우리 헌법은 이런 내용을 규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이 모호성에서 시작된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공식 연구기관인 헌법재판연구원은 2019년 '사면권의 한계에 대한 헌법적 검토'라는 제목의 아주 흥미롭고 논쟁적인 보고서를 선보였다. 보고서 작성을 책임진 이석민 연구관은 여기서 "미국 헌법처럼 명시적 언급이 없더라도 사면의 대상에서 탄핵 사건은 제외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탄핵은 예외적이고 중요한 헌법 보장 수단이기 때문에 국회와 헌재의 탄핵에 대한 권한을 형해화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우리 헌법학 교과서를 작성한 헌법학 원로인 성낙인·정종섭·허영·권영성 교수 모두가 이와 같은 입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헌법론》에 쓴 그대로가 내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헌법론》에서 허 교수는 "탄핵 결정을 받은 자에 대한 사면의 문제도 탄핵 제도의 본질을 바르게 이해하고 헌법을 규범조화적으로 해석한다면 마땅히 부정적인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석민 연구관은 '탄핵된 자에 대한 사면'이란 말의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①'탄핵 그 자체'에 대한 사면 ②탄핵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와 동일한 사항에 기초한 '형사재판' 결과에 대한 사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 연구관은 우선 ①을 '징계의 면제' 관점에서 따져본다. 그러면서 매우 흥미로운 논점을 제시한다. '징계의 면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탄핵에 대한 사면은 국회와 헌재의 협동적 진행으로 나온 결과인 탄핵을 뒤집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관은 "이것은 논리적으로, 헌법이론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견제와 균형 체계를 무력화해 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다"고 했다. 

이 연구관은 이런 견해가 힘을 얻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탄핵 결정의 대상자를 대통령이 사면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행정부 및 대통령을 견제하도록 마련한 국회의 주요한 권한인 탄핵 소추권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이와 같은 탄핵 결정의 대상자에 대한 사면은 헌법해석상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탄핵이 국회뿐만 아니라 사법적 판단(헌재)까지 거친 경우라면 이에 대한 사면은 헌법의 구속이란 측면에서 불가능하다고 해야 하며, 우리 헌법이 규정한 사면권에도 이와 같은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봐야 논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석민 당시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연구관이 2019년 내놓은 '사면권의 한계에 대한 헌법적 검토' 보고서ⓒ시사저널 임준선

'박근혜 사면'은 '탄핵 결정'도 뒤집는 것일까

이 연구관은 ②와 관련해서도 "이미 형사재판의 대상이 된 것과 동일한 사실관계(same offence)를 이유로 탄핵이 이뤄졌다면 탄핵제도는 예외적이고 중요한 헌법 보장 수단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들에 대한 사면은 국회와 헌재의 탄핵에 대한 권한을 직간접적으로 형해화할 수 있는 점이 있어 사면이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그는 사법부(헌재 포함)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사면 제도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면 모르겠지만, 사면에 대해 사법부도 국회도 의견을 제출하거나 특별히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없는 우리 상황에 비춰볼 때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으로 인한 사면은 권력분립 원칙의 취지를 해치게 돼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강하게 피력했다. 

이 보고서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탄핵당한 당사자는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결국 이 연구관의 분석을 대입해 보면,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 파면 조치라는 행정처분은 물론 국정농단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현직 대통령이 사면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에 대한 보고서 작성 당사자의 좀 더 자세한 입장을 묻고 싶었지만, 현재 이 연구관이 헌법재판연구원을 퇴사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헌법학계의 우려와 반대에도 현실정치에서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했을 때 이를 제어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는 어떤 절차도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을 심사하거나 재판할 수 있는 길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결론은 문 대통령이 내려야 한다. 기준은 이미 제시됐다.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 사법정의와 형평성, 국민 공감대 등이다. 여기에 삼권분립이란 헌법 정신이 추가돼야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중요한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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