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장관 오른 '낙마 1순위'.."안타까운 결정" 과기부 내부 반발
자질 논란에 과기계·정치권 반대 여론
與 의원도 "공직 수행에 온전한 리더십 힘들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임기가 14일 시작됐다.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여러 논란을 낳아 야당이 ‘낙마 1순위’로 지목했고 과기부 조직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거셌던 만큼, 임명 후 당분간 내부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부가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최초의 국산 로켓 누리호와 달 탐사선 발사 등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이 27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가 된 상황에서 임 장관이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내부 결속을 빠르게 다져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임 장관의 임명 반대를 주장해온 과기부 산하 출연연구기관 1만3000여명의 연구원들이 소속된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의 최연택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부가 연구 종사자들의 반대에도 임명을 끝까지 강행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라며 “노조는 장관 임명에 대해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임 장관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최근 장관 후보자 검증 절차에서 임 장관은 야당의 ‘낙마 1순위’로 지목됐다.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복수 국적,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직 조기 사임으로 업무 공백 유발, 부동산 투기, 다운계약, 위장전입, 배우자 논문 내조, 논문 표절, 외유성 출장 등 12가지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다.
당시 야당은 “의혹·하자 종합세트인 임 후보자를 두고 ‘여자 조국이냐’는 말까지 나온다”며 후보자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여론을 의식한 여당 초선 의원들도 임 장관을 포함해 저마다 논란을 빚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중 최소 1명은 여당 차원에서 부적격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의원인 이상민 의원도 “전체적으로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 의혹들을 살펴볼 때 공직 수행을 하는 데 온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며 임명 반대를 주장했다.
정치권을 넘어 과학기술 연구현장에서도 반대 여론이 일었다. 지난 7일 공공연구노조는 과기부 산하 출연연 연구 종사자 36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52.5%가 임 장관 임명을 반대했고, 19.7%만 찬성했다고 밝혔다. ’법적·도덕적 흠결이 많다’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필요한 경험·역량이 부족하다’ 등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와 여당이 임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임 장관이 낙마하면 여성 장관이 3명뿐이라 현 정부가 목표하는 여성 장관 비율(30% 이상)을 충족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임명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문 대통령은 “성공한 여성의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임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다”라고 했고, 지난 12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여성 후보자를 찾기가 참 어렵다”고 말해 이런 주장에 개연성을 더했다.
과학기술계 내부선 임 장관을 지지하는 여론도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한국과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과편협) 등 과기계 3개 주요 단체는 임 장관의 주요 의혹 중 하나인 논문 표절에 대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도 “여성 과학자로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기·전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과학발전에 이바지해 온 것은 부단한 노력과 전문성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임 장관에게 과기부 장관으로서의 전문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과기계 일부 관계자들은 이날 임명된 임 장관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경험을 살려 앞으로 연구현장과 밀착 소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화여대 전자공학과 교수 출신인 임 장관은 지난해 여성 최초로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NST 이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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