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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한 딸 학생증 안고, 아빠는 '그놈들' 재판 지켜봤다

신민정 입력 2021. 05. 14. 19:26 수정 2021. 05. 1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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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알고 지내던 또래 중학생을 성폭행·성추행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한 고교생 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를 추행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강아무개(20)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유죄가 선고돼도 우리 딸이 되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원하는 건 우리 딸을 살려내는 거예요. 속마음은 피고인들을 다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이성으로 쭉 참았어요." 아버지는 "딸이 (영면해) 있는 곳에 가려 한다"며 법원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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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폭로 빌미로
중학생 성폭행한 남고생
항소심서도 실형 선고받아
<한겨레> 자료사진

평소 알고 지내던 또래 중학생을 성폭행·성추행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한 고교생 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구속 전 이들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선고를 지켜본 피해자 아버지는 말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품에는 세상을 떠난 딸의 학생증이 걸려 있었다.

14일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배형원)는 청소년보호법 위반(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아무개(18)군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장기 5년에 단기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피해자를 추행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강아무개(20)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 당시 미성년자였던 강씨는 1심에선 장기 5년에 단기 3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피해자를 에스엔에스(SNS)에서 비방한 혐의(명예훼손)를 받는 안아무개(19)군도 1심과 동일하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혐의는 2018년 7월 피해자가 인천에 있는 자신의 집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지면서 알려졌다. 강씨는 중학교 3학년이었던 2016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피해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피해자가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김군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김군은 이걸 빌미로 도리어 피해자를 협박해 성폭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군은 ‘피해자를 협박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김군이 피해자를 협박해 성폭행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김군이 성관계를 요구했을 때 욕을 하는 등 거절했다”며 김군이 피해자와 나눈 문자 내용과 피해자 친구의 진술, 김군이 친구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 등을 종합하면 김군이 피해자를 협박하고 성폭행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러한 협박이 ‘강간죄가 규정한 협박’에 해당하려면 피해자의 항거가 불가능하다는 사정 등이 있어야 하는데, 재판부는 피해자가 숨졌기 때문에 “협박이 어느 수위였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강간죄가 규정한 협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신 검찰의 예비적 공소사실(주위적 공소사실에 무죄가 선고될 경우를 대비해 다른 죄목을 추가한 것)인 위계에 의한 간음을 유죄로 인정했다. 피해자를 성추행한 강씨도 “성추행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보석을 허가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임해온 김군과 강씨는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되면서 다시 구속됐다. 이들은 실형이 선고되자 “미성년자임을 참작해 법정구속은 면해달라”(김군), “너무 억울하다”(강씨)고 했지만, 곧바로 구속됐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나와 선고를 지켜봤다. 딸의 중학교 학생증을 목에 건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유죄가 선고돼도 우리 딸이 되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원하는 건 우리 딸을 살려내는 거예요. 속마음은 피고인들을 다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이성으로 쭉 참았어요.” 아버지는 “딸이 (영면해) 있는 곳에 가려 한다”며 법원 문을 나섰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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