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文정부, 멀쩡한 산 밀어버렸다

선정민 기자 2021. 5. 15. 03: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 거의 없는 원전 줄이고.. "나무 30억그루 새로 심겠다"
드론에 포착된 마구잡이 벌목 현장 - 지난 13일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일대 숲이 벌채로 인해 민둥산이 돼 있다. 40~50년생 잣나무가 자라던 이곳은 산림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어린 나무를 심기로 하고 벌목을 진행했다. 이 사진은 드론으로 촬영했다. /고운호 기자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멀쩡한 숲을 대거 벌목(伐木)한 다음 어린 나무 30억 그루를 새로 심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령(樹齡) 30년 이상 된 나무가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댔지만, 전문가들은 “오래된 숲의 탄소 저감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고 반박한다. 현 정부 들어 탄소 배출량이 적은 원전을 하나둘 줄이면서 탄소 저감 목표가 차질을 빚자 엉뚱하게 ‘오래된 나무’에 화살을 돌리는 모양새다.

14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이산화탄소 저감량을 2050년까지 3400만t으로 늘리기 위해 연간 조림 면적을 현재 2만3000㏊(헥타르)에서 3만㏊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금보다 연간 7000㏊를 늘린다는 것. 이만큼 매년 늘리면 2050년까지 30년간 서울 면적(605.2㎢)의 3배 이상 면적(약 2100㎢)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무를 심을 땅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결국 있는 나무를 베고 새 나무를 심는 식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 산림청은 이를 위해 연간 벌목 규모를 목재 수확량 기준 500만㎥에서 800만㎥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벌목 과정에서 긁어낸 나무와 각종 부산물 모습. /고운호 기자

산림청은 30억 그루 나무 심기 목표 가운데 3억 그루는 북한에, 1억 그루는 도시 등 신규 조성 숲에 심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인 26억 그루는 기존 숲을 베고 심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산림청은 토종 소나무와 잣나무 등은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테다소나무와 백합나무 등 외래종 속성수를 집중적으로 심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경북 등지 대규모 경제림 단지 내 수령 40~50년 된 나무들이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정부가 조림 비용의 90%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벌목 규제도 완화하면서 민간 사유림에서도 갑작스러운 ‘벌목 붐’이 일어날 조짐이다. 윤 의원은 “지금보다 벌목 면적을 60% 정도 인위적으로 늘리겠다는 뜻”이라며 “산림청이 탄소 감축 효과도 미지수인데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산림청은 “우리나라 산림은 20년생 또는 30년생에서 가장 왕성하게 자란다”면서 “나무가 적정 연령에 이르면 수확해서 젊은 숲으로 순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대규모로 수확한 목재는 앞으로 친환경 건축 자재 활용과 바이오매스 발전 등으로 수요를 창출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부산대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는 “나무는 200~300년 이상까지도 꾸준히 탄소를 몸체에 축적해 나가는데, 중간에 나무를 베어버리면 저장됐던 탄소가 그만큼 공기 중에 배출돼 버리는 것”이라며 “엔진톱과 포클레인, 트럭 등 화석 연료 장비를 동원한 벌목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돼 저감 효과가 더 떨어진다”고 했다. 윤여창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더 자라면 고급 건축이나 가구에 쓰일 나무들을 보조금을 줘가며 베라고 권장하는 셈”이라며 “산림의 효용은 탄소중립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중국 등 16국 과학자들이 2014년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름이 50㎝인 나무보다 지름이 100㎝인 나무가 3배 더 빨리 커진다. 나이가 들수록 탄소를 잡아두는 능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