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로, 당대표로..국힘 접수한다는 서울대 '똥파리'들

허진 2021. 5.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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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원희룡 제주지사,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조해진 의원. 이들은 모두 서울대 법대 82학번이다. 중앙포토


‘저녁 7시/동파리 모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기 전까지 조해진(3선,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국민의힘 의원의 일정표에는 ‘동파리 모임’이라는 일정이 2개월에 한 번 정도 등장했다고 한다. 조 의원을 비롯해 원희룡 제주지사와 나경원 전 의원(법학), 강석훈·이혜훈 전 의원(경제학), 신성범 전 의원(인류학) 등 정치권 인사와 기업·학계·언론계에 있는 서울대 82학번 동기 10여명이 함께 모이는 자리였다. 조 의원은 “따로 모임 이름이 있지는 않았지만 나는 차마 ‘똥파리’라고 적기는 그래서 ‘동파리’ 모임이라고 적어두곤 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82학번에게는 흔히 ‘똥파리’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곤 했다. 숫자 82의 발음이 파리와 비슷하고, 졸업정원제가 실시되면서 다른 학번보다 입학생 숫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디 가나 많이 보이고 많이 몰려다닌다고 선배들이 “똥파리 같다”고 놀린 데서 비롯된 별명이다.

서울대 똥파리, 그 중에서도 법대 똥파리는 정치권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수석 입학 뒤 검사 생활을 거쳐 2000년 16대 총선 때 국회에 들어온 원희룡 지사,판사를 하다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특별보좌관을 거쳐 2004년 17대 총선 때 금배지를 단 나경원 전 의원이 오래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1965년생으로 또래에 비해 2년 빨리 입학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진보 성향의 서울대 법대 교수로 유명했다.


‘모범생’ 나경원, ‘노동 운동’ 원희룡, ‘고학’ 조해진

같은 똥파리라고 비슷한 길을 걸어온 건 아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법대 재학 시절 국제법학회에 가입해 활동하는 등 “공부 열심히 하는 모범적인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원희룡 지사는 인천 숟가락 공장에 들어가 일을 하는 등 노동 운동에 투신했다. 초등학생 때 구두닦이를 했을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조해진 의원은 대학 4년 내내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했다. 스스로 “학생인지 돈버는 사람인지 혼란스러운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할 정도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982년 3월 서울대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입학 선서를 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 측 제공


82학번 서울대 법대 입학생이 360명이었고 활동 반경도 달랐던 까닭에 이들 모두가 학창 시절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원 지사와 나 전 의원의 경우 같은 반이긴 했지만 원 지사가 수업에 잘 나타나지 않은 탓에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 조국 전 장관과 조해진 의원이 오히려 가까운 사이였다. 같은 반인 데다 같은 창녕 조씨여서 친하게 지냈다는 것이다.

원 지사와 조 전 장관의 친분은 외부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2012년에는 ‘소통’이란 주제로 한 방송사가 주선한 여행을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조 전 장관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이자 원 지사는 영상 편지를 통해 “제가 친구로서 우리 조국 후보에게 정말 권한다. 이미 국민들이 심판을 했다. 국아, 이제 그만하자”며 장관 후보직 사퇴를 권유했다.


원희룡(대선), 조해진(대표 경선) 출마…나경원, 결단 임박

어느덧 환갑을 목전에 두게 된 이들은 각자의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내년 3·9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12일 국민의힘 초선 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와 가진 온라인 간담회에서 “(내가) 보수의 신뢰를 받으면서 중도로의 확장이 가능한 후보”라며 “강경 보수층의 비합리적 모습과 단절하는 게 (대선) 승리 방정식”이라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의 생사가 걸린 운명의 분수령”이라며 “국민의힘을 세상의 온갖 새들이 날아와 깃드는 울창한 나무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4·7 재·보궐선거 때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4선 출신의 나경원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전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본인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조만간 대표 경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하게 되면 같은 똥파리끼리 경쟁하게 된다. 나 전 의원은 조 의원에게 최근 “만약 우리 둘 다 출마하게 되면 서로 돕자”는 말을 했다.


유승민·윤석열, 주호영·김웅 등 경쟁자 넘어서야 접수 가능

이들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 대표가 되면 이른바 서울대 법대 똥파리가 야권을 접수하게 되는 셈이 된다. 물론 유승민 전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원 지사에게는 강력한 범야권의 대선 경쟁자가 있다. 마찬가지로 나 전 의원과 조 의원에게도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5선, 대구 수성갑) 의원과 ‘초선 대표론’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웅(서울 송파갑) 의원 등 경쟁자가 도사리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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