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어 병원 갔더니 "눈 제거"..코로나뒤 '검은 곰팡이' 악몽

정은혜 입력 2021. 5. 15. 05:01 수정 2021. 5. 1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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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 코로나19 치료자들에 번져
의료진 "지난달에만 11명 안구 제거"
뉴델리의 한 코로나19 환자가 길가에 설치된 병상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 있다. [AFP=연합뉴스]

뭄바이에 사는 47세 주부 닐람 바크쉬는 최근 눈이 심하게 부어오르는 증세에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진찰하던 의사가 "두 눈을 제거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바크쉬는 한참 뒤, "다시는 아이들을 볼 수 없겠네요"라고 말하며 진단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눈이 너무 건조한 탓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인도에서 눈이 붓고, 시력을 잃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검은 곰팡이'로 불리는 털곰팡이증(모균증)이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 사이에서 번지면서다. 13일 현지 매체 더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카르나타카주(州) 라이처르시에서 전날 처음으로 털곰팡이증 환자가 보고됐다. 55세 남성으로 최근 코로나19에서 완치된 환자였다. 주정부는 이 환자의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자라트주(州)에서도 사례가 늘고 있다. 1년에 1~2건이던 감염 사례가 하루 6~8건으로 늘어났다.

뭄바이시가 속해 있는 마하슈트라주(州)는 피해가 가장 극심하다. 라제시토프 주 보건장관은 12일 "현재 우리 주에 2000명 넘는 털곰팡이증 환자가 나왔다"고 발표하면서 "코로나19 피해가 확산할수록 털곰팡이증 환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하슈트라 주 정부는 전용 치료센터를 지정하고 가난한 환자들에겐 건강보험으로 무료 치료한다고 밝혔다. 뭄바이 대형병원의 이비인후과 책임자 브라두 박사는 현재 상황을 두고 "(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 번지는 (털곰팡이증) 감염병 유행"이라고 말했다.


치사율 50%, 눈 감염되면 안구 제거해야

인도 뉴델리의 한 병원 레지던트 의사가 병원에 밀려드는 코로나19 환자를 27시간째 돌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털곰팡이증은 치사율이 50%에 달한다. 비강에서 시작해 눈을 감염시킨 뒤 폐와 뇌까지 침투하면 사망에 이른다. 눈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까지 가면 안구나 턱뼈를 제거해야 생존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조기에 발견해 항진균제를 맞으면 치료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난한 환자들은 감염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병원을 찾는다.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털곰팡이증은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에게서 드물게 나타나는데, 최근 인도에서 나타나는 발병 사례들은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암 또는 당뇨병 환자나,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으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서 다수 나타나고 있다. 의사 스리니바스카킬라야 박사는 "이 곰팡이는 당을 좋아한다"며 "코로나19가 체내 당분 수치를 증가시키는 탓도 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말했다.

의사들도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마하슈트라주 주도 뭄바이의 안과 의사 아크샤이나이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에만 11명의 안구를 제거해야 했다"고 말했다. 뭄바이의 외과 의사무라르지는 "지난 자정에 누군가의 눈을 제거하고 새벽 3시에 또 다른 환자의 눈을 제거했다"며 "오늘은 젊은 여성의 턱뼈와 볼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이런 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뭄바이 의사는 "악몽 속의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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