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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 인도에 구세주 떴다, 부르면 달려오는 '산소 인간'

석경민 입력 2021. 05.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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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 의료용 산소통 무상 제공
전재산 털어 자원봉사 뛰어들어
뭄바이서 '산소 인간'으로 유명

#인도에 거주하는 코로나19 확진자 레슈마 압 샤이크(37)의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샤이크의 가족들이 그를 오토바이 택시에 태우고 13시간 동안 병원을 전전했지만, 병상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가족은 인터넷에서 유명한 ‘산소 인간(Oxygen man)’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한 시간 만에 산소 실린더를 제공받았고, 샤이크는 무사히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5세의 칸찬 데디히야는 한 달간 ‘산소 인간’의 도움을 최소 네 차례 받으며 위기를 넘겼다. 그의 손자는 “산소 인간은 한 번도 도움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즉시 산소 실린더를 가지고 찾아왔다”며 감사 인사를 남겼다. (미 CNN 보도)
매일 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 명 이상 쏟아지는 인도에선 의료 시스템이 붕괴 상태다. 코로나19 중증 환자임에도 병동이 모자라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자체적으로 의료용 산소를 구비하는 아파트 단지도 있다.

인도 뭄바이에 거주하는 샤나와즈 샤이크(32)가 산소실린더를 정비하고 있다. 그는 뭄바이의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무료로 의료용 산소 등을 제공하는 '산소 인간'으로 유명하다. [CNN 캡처]


이런 상황에서 발 벗고 나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의료용 산소를 제공하고, 의료진을 연결해주며 인도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샤나와즈 샤이크(32)가 미 CNN에까지 등장했다. 인도 뭄바이에 거주하는 샤이크는 현지에선 ‘산소 인간’으로 불려진다.

미샤이크는 뭄바이에서 지난해 6월 ‘희망의 빛(Ray of Hope)’ 단체를 설립하고 뭄바이의 코로나19 환자를 돕고 있다. 이 단체는 자원봉사자 20명, 산소실린더 240개를 구비하고 있다. 산소 실린더는 산소가 떨어진 코로나 환자들의 호흡을 위해 의료용 산소를 담아넣은 산소통이다.

단체는 마트를 개조해 코로나19 간이 병상을 갖춰놨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이용 가능한 병원와 병상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의 의료비를 대신 지불하기도 한다.

CNN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금까지 약 7000명의 코로나19확진자를 도왔고, 현재도 약 500건의 도움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인도 뭄바이에서 샤이크가 설립한 봉사 단체 '희망의 빛(Roy of Hope)'. 약 2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 단체에 속해있다. [트위터 'Shahnawaz Shaikh']


그는 지난해 5월 친한 지인의 여동생이 코로나19로 사망한 뒤 코로나19 자원봉사에 뛰어들게 됐다. 임신 6개월 차였던 여동생은 코로나19 증상이 악화했음에도 병상을 구하지 못해 끝내 숨졌다. 샤이크는 CNN에 “그에게 필요한 건 산소뿐이었다. 태아와 산모 모두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뭄바이 빈민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샤이크는 건실한 건설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인도의 봉쇄 조치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는 먼저 2000달러(약 225만원)로 산소 실린더 30개를 구입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이후 도움 요청이 늘어났지만, 자금은 다 떨어져 갔다. 결국 그는 갖고 있던 자신의 차를 1만 2000달러(약 1400만원)에 팔았고, 이 자금으로 160개의 산소 실린더를 추가로 구매했다. 샤이크의 선행은 뭄바이에서 유명해졌고, 같이 돕겠다는 봉사자들이 모이면서 봉사 단체가 모습을 갖췄다.

인도 뉴델리에서 코로나19 감염자들이 의료용 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인도에선 병상과 의료용 산소 부족으로 코로나19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AP=연합뉴스]


도움이 필요한 환자는 늘어나는데 의료 체계는 붕괴되면서 안타까운 일도 겪었다. 샤이크 팀은 최근 고령의 코로나19 확진자를 구급차에 태우고 7시간 동안 약 20개의 병원을 돌았지만 결국 병상을 찾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간 이 환자에게 의료용 산소를 제공했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로 환자에게 제공할 산소 확보도 어려운 상태다. 10ℓ에 약 2달러 수준이던 의료용 액체 산소는 암시장에서 최근 47달러까지 치솟았고, 산소 실린더 통 가격도 40달러에서 135달러까지 뛰었다. 샤이크는 “나라가 코로나19로 절망에 빠졌는데, 일부는 이를 수익 창출의 기회로 쓰고 있다. 정말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샤이크는 온라인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현재 목표액 14만 달러(약 1억 5800만원) 중 약 2만 1000달러(약 2400만원)를 모았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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