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말하는 '코로나 2년차'.."덧뺄셈도 힘든 초등학생"

최유경 2021. 5.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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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5일)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원격수업이 시작된 뒤 두 번째로 맞는 ‘스승의 날’입니다. 학교 현장은 지난 한 해 그 어느 곳보다 큰 변화와 혼란을 겪었습니다.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낯설었던 일상. 곳곳에서 터져 나왔던 우려는 현실이 됐을까요? ‘스승의 날’을 맞아, KBS가 서울 시내 초·중학교 교사 4명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 “덧뺄셈도 힘들어하는 아이들”…‘학습 결손’에 ‘학력 격차’까지

양재규/ 서울 노원초등학교 2학년 교사

“가장 기본적인 한자릿수 내에서의 덧뺄셈 계산도 힘들어하는 친구들. 2학년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조차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교실에 있다는 것이 바로 학습 면에서 결손을 보여주는 단적인 게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전반적으로 글쓰기나 맞춤법 쓰기 등이 1학년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구나 많이 알게 되더라고요.”

학생들이 등교수업을 받지 못하면서 생긴 가장 큰 걱정거리는 ‘학습 결손’이었습니다. 교사들은 이를 실감한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내내 원격수업을 받았던 초등학교 2학년생들이, 가장 기본적인 한자릿수 덧셈과 뺄셈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겼습니다.

신창복 / 서울 광남중학교 과학교사
“작년에 제가 시험 봤을 때 평균은 비슷하더라고요. 근데 그 평균의 편차는 이만큼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평균이 비슷하다는 거예요.”

또 한가지 문제는 ‘학력 격차’입니다. 전체적인 평균 성적은 비슷하더라도, 상위권과 하위권이 늘고 중위권 학생은 줄어드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생님의 손길이 얼마나 미치는지에 따라 학습 이해도가 달라지는 중위권 학생들이 원격 수업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겁니다.

■ “공부만 하는 학교가 됐구나”…‘관계 형성’ 구멍

신창복 / 서울 광남중학교 과학교사
“대면 수업을 해도 애들 모둠 수업이나 행사 같은 걸 전혀 못 하잖아요. 딱 보면 애들은 학습만 하는 거야. 학습만 하고 빨리 쉬는 시간도 짧고 밥 먹고 빨리 가야 하는 거예요. 학교라는 공간도 이제는. 그러다 보니까 저는 중3을 많이 하는데 애들이 앨범 찍을 게 없어요. 졸업하고 나서 앨범을 보는데 마스크 낀 사진 뒤에 행사사진이 거의 없어요. 아, 이게 참… 진짜 공부만 하는 학교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라는 공간의 의미도 사뭇 달라졌습니다. 교과 학습뿐 아니라 소통과 관계 형성을 통해 성장했던 아이들은 이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없습니다.

등교수업을 하는 날도 모둠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체육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얼굴을 가린 마스크 너머 친구들과의 추억을 쌓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양재규/ 서울 노원초등학교 2학년 교사
“학습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들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법을 배우는, 그게 올해도 그렇고 작년에도 그렇고 굉장히 중요한데 빠질 수밖에 없는 학교생활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초등학교에선 정말 놀이를 통해서 인간관계의 모든 것을 배우는 그런 시기의 연령인데 그 부분이 빠지다 보니까 학습활동을 하면서도 이게 뭔가 채워지지 않는듯한 게 계속 있는거죠.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1, 2교시와 3, 4교시 사이 30~40분가량의 ‘중간놀이시간’이 사라진 게 큰 변화입니다. 아이들 간의 관계, 또 아이들과 선생님 사이 관계가 돈독해지는 계기가 줄어든 겁니다.

아이들에게 쉬는 시간에 돌아다니지 말고, 친구와 이야기하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마음도 좋지 않습니다.


■ “대면 수업 확대 필요”…‘현장 목소리’ 귀 기울여야

양재규/ 서울 노원초등학교 2학년 교사
“대면 수업이 최선이라는 생각 속에서, 그럼 코로나 상황에서 대면 수업이 그나마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학교의 모습이라든지 이런 걸 좀 들어봐야죠.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정책이나 지침들을 만들 때 보지 않고 듣기만 하고 내지는 듣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문으로만 내리는 거 보다는. 칭찬받을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안 하시는 또는 모른척하시는 게 저는 제일 답답하더라고요.”

교사들은 ‘대면 수업’을 확대하는 데 지향점을 둬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 교육 당국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학교들을 먼저 둘러보고, 현실에 맞는 정책과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성옥규 / 서울 인수초등학교 6학년 교사
“교사나 학생이나 학부모나 서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그걸 안에서 조율할 수 있는 내부적인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그들이 학교에서 한 덩어리가 되고 함께 잘 지낼 수 있을까, 민원이나 그런 문제가 어떻게 학교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시스템을 만들까, 이게 교육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이현숙 / 서울 미양중학교 역사교사
“저희가 코로나 상황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가장 안 들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원래도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말을 잘 못 하는데, 아이들이 이제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대면 수업에서도 사실 의견을 많이 표출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요. 더 자기들을 가리기가 쉽고 표현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거 같아요. 내년에는 진짜 아이들이 교실에서 다 마스크 벗고 얼굴도 보고 자기표현도 잘할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목소리가 모두 잘 수렴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학교 공동체가 민주적이고 균형 있게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나름의 대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마스크 속에 숨어버린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게 또다른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내년 스승의 날에는 좀 더 활기있는 학교 현장을 만날 수 있길 교사들은 바랐습니다.

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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