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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고(故) 손정민씨 혈중 알코올농도..법의학자 3인에게 물었더니

전준홍 입력 2021. 05. 15. 10:16 수정 2021. 05. 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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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손정민씨의 발인 현장

고(故) 손정민씨의 부검 결과가 알려지면서 '혈중 알코올농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찰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일부 언론이 ‘음주운전면허 취소수준인 0.154%의 혈중 알코올농도’라고 보도하면서 부터다. <알고보니>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질의를 했지만, “구체적인 수치 공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유족들이 명확히 반박하고 있지 않은 상황인 점을 감안해, 해당 수치가 사건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법의학 전문가 3명(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원장, 서중석 SJS법의학연구소 소장, 김윤신 조선대학교 법의학 교수)에게 질문을 했다.

한강 공원 수색 중인 경찰

"0.154%는 술을 상당히 많이 마셨다는 의미"

중요한 포인트는 0.154%라는 수치가 사람이 얼마나 취한 걸로 볼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얼마나 취했는지 예단할 수 없지만, 술을 상당히 많이 마신걸로 볼 수 있다"는 거였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따르면 0.154%는 65kg의 성인 남성 기준으로 소주를 9잔~14잔 가량 마신 농도에 해당된다. 물론 이는 그날의 건강과 컨디션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일반적인 참고 수치이다.

법의학에서는 술을 마신 뒤 혈중 알코올농도에 따라라 명정도(酩酊度, degree of drunkenness)를 분류하기도 한다. 그에 따른 몸의 반응과 증상도 규정했다. 해당 분류에 따르면 0.154%는 경도 명정과 중등도 명정의 경계, 혹은 중등도 명정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고력이 떨어지고 판단능력이 저하되며 말이 불명확해지는 정도다. 약간의 운동의 실조(失調)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혈중 알코올농도에 따른 명정도 (『법의학』 윤중진)

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증상일 뿐,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누구는 잠이 들고, 누구는 멀쩡해보이는 등 반응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0.154%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술을 많이 마셨다는 정황은 될 지언정, 정신은 멀쩡했다거나 반대로 인사불성이었다, 물에 빠져도 모를 정도였다라고 하는 추정은 성급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망 닷새만에 부검… "혈중 알코올농도 대체로 믿을만"

한걸음 더 나아간 의문은 그렇다면 숨진지 닷새만에 이뤄진 부검에서 혈중 알코올농도를 믿을만 하냐는 것이다. 사람이 사망하면 알코올 대사는 정지된다. 따라서 사망 당시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유지된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물'과 '부패'다. 물은 알코올 농도는 떨어뜨리는 변수이다. 익사의 경우 숨지기 직전까지 호흡을 하는데 이때 물이 기도와 폐로 들어가면서 알코올이 소폭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부패는 알코올 농도를 높이는 변수다. 부패가 이뤄지면 몸 안에서 에탄올 성분이 생성된다. 이것이 기존의 알코올과 합쳐져서 혈중 농도를 높일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낚시 여행에서 익사했던 은퇴 육군장교가 술을 마신 적이 없었는데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2%가 나왔다는 보고가 있었다. (관련기사: https://www.atlantainjurylawblog.com/uncategorized/blood-alcohol-scores-after-death-can-be-false-positive-up-to-0-20.html)

법의학자들은 국과수가 이같은 조건을 이미 숙지하고 있으므로, 가장 외부요인의 영향을 적게 받는 방식의 측정을 통해 부검소견을 내놨을 것으로 봤다. 김윤신 교수는 "영향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우리가 고려할 만큼 물속에서 혈액이 희석돼서 알코올 농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라며 "0.154가 나왔다는 것은 검사를 통해 확인된 수치인데, 5일 정도 됐으니까 부패정도를 감안해서 추가 검사를 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윤성 원장도 "어디를 측정했느냐에 따라서도 좀 달라질 수 있지만 주변의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에서 시료를 채취를 해서 검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중석 소장은 "부패 때문에 약간 올라간 것도 있지만, 익사한 경우에는 사망하기 전에 물을 어느 정도 마시는 걸 감안하고, 사망 직전에 구토를 하고 물을 마셨다면 실제 최고 피크때보다는 알코올 농도가 조금 낮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추정해본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시신의 부패로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과학적인 방법으로 지표를 삼을 수 있는 것도 감정해서 내보낸다"며 "(농도 수치의) 몇 십%까지 왔다갔다 하지는 않는다"며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통해서 결국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다(=술을 많이 마셨다)는 것과 사인인 익사 사이에 연결고리가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혈중 알코올농도가 0.154%여서 '물에 빠졌다' 혹은 '물에 빠진 줄도 몰랐다' 혹은 '물가에 갈 수도 없었다' 등을 예단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익사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결국 수사의 영역인 셈이다.

김윤신 교수는 "0.154%가 나왔다면 멀쩡한 사람보다는 그럴 위험성이 높아지는건 상식으로 인정하지만, 그것 때문에 추락했다고 말 할 수는 없다"고 소견을 밝혔다. 김 맥 손해사정사는 "통상적으로 0.154%를 (사리 판단을 할 수 없는) 심신미약으로 간주하진 않는다"면서도 "알코올농도 수치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행동과 CCTV와 목격자의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고사인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혈중 알코올 농도는 절대적인 지표라기보다는 하나의 참고일 뿐, 사건의 해결의 성패는 손씨의 행방이 묘연해진 이후부터 익사에 이르기까지의 무슨 일이 었었는지, 그 '과정'을 꼼꼼히 밝혀내는데 달려 있다.

(전준홍jjh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179648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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