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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추왓추] 마약조직 돈세탁하려 시골행.. 남자는 '착한 악인'이 됐다

라제기 입력 2021. 05. 15. 10:20 수정 2021. 05. 1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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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자크' 시리즈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마티와 웬디 부부는 마약카르텔의 임무를 수행하기에 한적한 시골지역으로 급작스레 이사하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오자크'. 넷플릭스 제공

안정적인 삶이다. 미국 시카고에 회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돈을 꽤 잘 번다. 딸과 아들은 잘 자란다.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다. 아내가 수상쩍다. 외간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모습을 담은 영상까지 봤다. 고민이 깊어가려 할 때쯤 생각지도 않았던 ‘삶의 지뢰’가 터진다. 친구이자 동업자가 돈세탁을 하다 회계부정을 저질러 돈을 빼돌렸다. 피해 고객은 멕시코 거대 마약카르텔이었다. 돈 앞에 인정사정 없다. 취조를 하다 바로 친구를 쏴 죽인다. 마티(제이슨 베이트먼) 역시 똑 같은 최후를 맞을 위기에 처한다.


①기지를 발휘해 도착한 시골

마티는 죽음 직전 기지를 발휘한다. 미주리주 호수 지역 오자크 관광 홍보전단을 꺼내 들고 마약조직원들을 설득한다. 한적한 지역이라 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나 돈세탁을 대량으로 할 수 있으니 기회를 달라고 애원한다. 조직원들은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약속을 지키라고 한다. 그리고 당장 오자크로 떠날 것을 명령한다.

마티는 “왜?”를 묻는 가족들을 밴에 태우고 야반도주를 한다. 오자크에 도착해 싸구려 집 한 층을 빌린다. 집주인은 괴팍하나 인정이 있다. 마티는 마약카르텔의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돈세탁할까 고민한다. 젊은 목사에게 기부를 한다며 교회를 지어주고선 돈세탁을 할 궁리를 한다.

한적한 시골이라고 범죄자가 없는 게 아니다. 마티 가족을 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마티는 루스(줄리아 가너) 일당에게 속아 돈뭉치를 도난 당한다. 농장을 경영하는 제이콥은 교회 건립이 자신의 사업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마티 가족을 위협한다. 갑작스런 이사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반항한다. 아내 웬디(로라 리니)와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기도 하다.

마티와 웬디 부부에게는 늘 감시자가 따른다. 넷플릭스 제공

②범죄는 더 큰 범죄를 낳고

마티는 마약카르텔의 압박을 견뎌내고, 미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피하면서 범법행위를 해야 한다.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더 큰 문제가 닥친다. 허들 하나를 넘으면 더 높아진 허들이 기다리는 식이다. 그의 인생과 가족의 운명이 외줄타기처럼 위태롭다.

마티가 가족의 생존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할수록 주변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간다. 마티는 회계 조작 정도만 생각했는데, 사람까지 죽여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한가지 얻은 이득이라면 아내와의 사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하니 부부간 결속력은 강해졌다. 정계에서 일하고 싶은 욕망을 접고 전업주부로 일하다 우울증에 걸린 웬디는 마약카르텔 돈 관리에서 활력을 발견한다. 남의 돈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고, 자기가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마티는 그런 웬디가 위태로워 보이지만, 아내의 협조 없인 위기를 헤져나가기 어렵다.

마티와 우정을 쌓는 루스는 욕이 입에 붙은 레드넥이다. 총들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마티에게 큰 힘이 되나 언제 변심할지 알 수 없다. 넷플릭스 제공

③가족은 최고의 가치인가

마티가 몸이 부서질 듯 일하며 위기를 돌파하는 이유는 오로지 가족이다. 가족 유지와 가족의 안녕이 보장된다면 무슨 일이든 할 각오다. 마티는 교과서처럼 살아온 인물이지만, 마약카르텔과 손 잡으면서 범법자로 변한다. 자신은 그런 상황에 회의하고 괴로워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 그는 ‘착한 악인’ 또는 ‘악한 선인’으로 살아간다.

마티가 위기를 하나 둘 넘기며 카르텔 두목의 신임이 두터워진다. 마티는 악연으로 만난 루스와 신뢰와 우정을 쌓기도 한다. 아이들도 가족의 상태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만사형통이라 할 수 있을까. 마티가 생존하려 할수록 그 앞에 시체가 쌓인다. 친한 지인들까지도 목숨을 잃는다. 마티가 자신의 존재이유로 생각하는 가족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권장지수: ★★★☆(★ 5개 만점, ☆는 반개)

위기에 빠진 한 가족을 매개로 스릴을 펼쳐낸다. 자신은 딱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악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 한 남자의 분투가 흥미를 빚어낸다. 일이 꼬이고, 마티와 가족이 더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과정이 음료수 없이 고구마 먹듯 답답하기도 하다. 마티가 위기를 돌파해낼 때 주는 쾌감이 뒤따라 볼 만하다. 미국 하류층 백인인 레드넥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점도 이 드라마의 미덕이다. 사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부부로 출연한 제이슨 베이트먼과 로라 리니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시즌 3편까지 볼 수 있다. 4편이 제작되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1%, 시청자 89%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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