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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코인·주식·영끌·갭투자.. 30대 직장인들 재테크 결과는? [김범수의 좌충우돌 경제만상]

김범수 입력 2021. 05. 15. 11:13 수정 2021. 05. 1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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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YOLO·You only live once)’가 유행일 때만 해도 ‘2030세대’들 사이에 어디로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거나, 명품 시계를 장만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대화 소재로 등장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미래를 위해 희생하기보다는 현재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이 낫다는 정서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MZ세대의 화두는 단연 재테크다.

2년 전인 2019년, 30대 초반 동갑내기 5명이 모였다. 이런저런 일상 대화를 나누다 언제나 그렇듯 재테크를 두고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비슷한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개성이 무척 강했던 5명은 당시 회사 규모는 달랐지만 월급쟁이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토론 끝에 5명은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 처럼 각자의 방법으로 재테크 길을 걸은 뒤, 나중에 서로 성적표를 살펴보기로 했다. 2년이 지난 지금 5명의 재테크 결과는 어떨까.

#. 적금으로 ‘개미’식 재테크에 충실했던 이씨

이모(34)씨는 공기업에서 근무를 한다. 화려한 것을 싫어하고 보수적인 성격과 잘 어울리는 직무다. 이씨의 성격을 한 단어로 말하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 모험을 싫어하지만 묵묵하게 꾸준히 일을 한다. 재테크 역시 그의 성격을 반영했다.
이씨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꾸준히 적금으로 모았다. 한 달에 약 120만원, 1년을 모으니 1500만원 가량이었다. 2년을 모으니 그의 적금통장엔 3000만원이 쌓였다.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재테크는 하지 않았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투자는 극도로 싫어하는 이씨였다. 주변에서도 그에게 주식 등 다양한 재테크를 권유했지만, 이씨의 고집은 변치 않았다. 이씨는 “요즘 같이 불확실한 정보가 많은 세상에서 돈을 잃지만 않아도 남는 재테크”라며 “30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다. 허튼 곳에 돈을 쓰지 않고 모으는 성격도 훌륭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하이리스크-하이리턴’ 가상화폐 세계에 뛰어든 박씨

박씨는 이씨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다. 리스크가 크더라도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큰돈을 벌수 있다는게 박씨의 신조였다. 박씨는 가상화폐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주변의 만류로 빚을 내 투자하진 않았지만, 월급을 쪼개 모았던 돈 대부분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주식에도 투자를 했지만 포트폴리오 상 비중은 20%가 되지 않았다.

올해 초 까지만해도 박씨는 가장 큰 수익을 내고 있었다. 유동성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가상화폐 특성상 상승장에서도 폭락하는 코인에 투자하기도 한 박씨는 수익에 못지않은 손실도 경험을 했다. 특히 최근 비트코인 시세가 약 8000만원에서 6000만원 초반까지 급락하는 등 가상화폐가 급락하자 손실은 더 커졌다.

박씨의 2년 재테크 성적표는 약 2000만원이다. 이 중 1600만원은 월급을 쪼개 모았고, 400만원은 가상화폐 등의 수익이다.

박씨는 “가상화폐로 많이 돈을 벌 땐 ‘돈 복사’라고 보일 정도로 수익률이 100%가 넘은 날도 많았다”며 “하지만 급락장에는 ‘돈 삭제’일 정도로 쑥쑥 빠졌다. 손실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 ‘영끌’로 부동산에 투자한 백씨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백씨는 자신의 근로소득으로 자신의 인생을 꾸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월급도 친구들 중에서 가장 낮은 축에 들어갔고, 진급을 해도 성장을 할 수 있는 한계가 너무나 뚜렷했다.

백씨는 일찌감치 재테크에 눈을 돌렸다.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어느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생계형 재테크였다.
위례신도시 신축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백씨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모았던 월급과 대출을 받아 ‘영끌’해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지 전인 2019년이라 분양가는 2억원 정도였다.

백씨는 지난해 분양받은 아파트 단지의 상가 하나를 1억여원에 사들였다. 학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가 공간은 한 달 150만원씩 백씨에게 임대수익을 안겨줬다.

최근에 백씨는 실거주했던 수도권의 아파트를 매각했다. 아파트 매각 차익과 추가 대출을 받아 수도권에 위치한 원룸 건물을 알아보는 중이다. 40여 가구의 원룸 건물 하나 구입한다면, 대출 이자를 제외하고도 앉아서 웬만한 직장인 월급 정도의 임대수익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백씨의 지난 2년간 재테크 수익은 약 2억2000만원. 이 중 1억8000만원이 실거주하던 아파트를 팔아 남긴 차익이다. 나머지 4000만원은 임대수익과 모은 월급이다.

백씨는 “재테크를 하면서 대출을 무서워하면 돈을 벌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물론 대출을 크게 받으면 밤잠이 사라지고, 손이 떨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출을 받지 않고 재테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 적극적 주식투자에 나선 권씨

권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프로주식러’(주린이의 반대개념으로 주식투자를 잘하는 사람을 뜻함)로 불린다. 유일한 취미가 주식공부인 권씨는 특기를 살려 자신의 재테크를 주식투자에 ‘올인’했다.

인맥이 넓었던 권씨는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주식 정보를 수집해 자신만의 분석으로 공부했다. 뜻이 같은 사람들을 모아 주식투자 모임도 만들었다.

권씨가 투자하는 주식 종목은 삼성전자나 SK이노베이션 같은 우량주도 있지만, 생전 처음 듣는 테마주나 변동이 심한 바이오주도 있었다.

일부 종목에서는 손실도 봤지만, 사들였던 상당수의 종목에서 수익을 냈다. 저점에 사들였던 일부 종목에서는 100% 넘는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다. 권씨의 2년 재테크 수익은 약 8000만원. 이 중 7000만원이 주식 투자로만 벌어들인 액수다. 월급은 많이 모으지 못했다.

권씨는 “가진 자본이나 자산이 적을수록 투자금이 적게 드는 주식투자가 답이라고 생각했다”며 “정보에 의존해서 주식 종목을 선택하지 않고, 충분한 종목 분석과 확인 후 사들였던 게 수익을 낸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 수도권 아파트에 ‘갭투자’한 김씨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씨는 인센티브까지 포함해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았지만, 월급을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 주 6일 일하며 고된 노동을 하는 김씨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과소비’를 택하는 바람에 버는 만큼 써버렸다.

그러다보니 김씨는 재테크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런 그를 갭투자의 세계로 이끈 건 그의 아버지였다. 아들의 과소비를 보다 못한 아버지는 전세 보증금과 부동산 매매 가격 차이가 크지 않던 2019년에 김씨에게 경기도 분당구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갭투자로 사게 강권(?)했다. 김씨가 갭투자했던 아파트는 지난해 급등했고, 시세차익으로만 4억원 넘게 벌어들였다. 김씨는 “솔직히 이렇게 쉽게 돈을 벌어도 되나 미안할 정도로 운이 좋았다”며 “힘들게 돈을 버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어디 가서 갭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말도 못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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