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가 올린 염소 두마리 사진..암호화폐가 들썩였다

윤상언 2021. 5.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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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염소 두 마리가 찍힌 사진을 사회관계망(SNS)에 게재하자 암호화폐 업계가 들썩였다. [사진 저커버그 페이스북 캡쳐]

“내 염소들: 맥스와 비트코인(My goats: Max and Bitcoin)”

지난 10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가 염소 두 마리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자 암호화폐 업계가 들썩였다. 게시물에 ‘비트코인’이 언급된 만큼 오는 26일 예정된 페이스북 주주총회에서 저커버그가 비트코인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반대로 저커버그가 비트코인에 맞선 또 다른 암호화폐 발행을 예고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암호화폐 ‘디엠(Diem)’이 그 주인공이다. 2019년 페이스북이 야심 차게 발표했지만 금융 당국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초했던 비운의 암호화폐가 부활할 것이란 기대감도 생겨나고 있다.


페이스북이 만든 스테이블 코인 ’디엠’

디엠은 페이스북이 주도해 발행하려는 암호화폐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는 성격이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다. [사진 디엠 홈페이지 캡쳐]

디엠은 페이스북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암호화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는 성격이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다.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실물 화폐나 자산에 연동돼 변동성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은 테더다. 예를 들어 1테더 혹은 ‘디엠 당 1달러로 가치를 고정해 교환해주는 식이다.

때문에 가격 변동 폭이 큰 다른 암호화폐보다 안정성이 높다. 가치의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등은 주식이나 원자재 등 금융 자산의 성격이 짙다. 반면 시중에서 사용되는 돈만큼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화폐 성격에 더 가깝다. 실물이 없는 디지털 형태인 덕에 저장과 송금이 간편한 암호화폐의 장점과 가치의 변동성이 낮은 화폐의 장점을 합친 셈이다.

디엠의 발행과 관리는 페이스북이 아닌 ‘디엠 협회(Diem Association)’가 맡는다. 디엠 협회에는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공유 차량업체 ‘우버’,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등 26개 기업과 비영리단체가 소속됐다. 페이스북은 자회사인 암호화폐 지갑업체 ‘노비’를 통해 협회에 우회적으로 참여한다. 향후 디엠으로 소속사의 서비스를 결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협회의 계획이다.


’리브라’의 실패…저커버그의 아픈 기억

2018년 정보유출 청문회에서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굳은 표정으로 질의를 듣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페이스북은 디엠 관련 사업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과거 추진했던 암호화폐 사업이 금융 당국의 거센 반발에 사실상 좌절된 ‘아픈 기억’ 때문이다.

디엠의 전신은 페이스북이 2019년 중순 발표한 스테이블 코인 ‘리브라’다. 리브라를 발행해 환전 수수료 등 별다른 비용 없이 화폐를 사진이나 이메일처럼 간편하게 송금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또한 리브라를 달러와 유로 등 주요국의 통화바스켓(기준환율 산정을 위해 가중치 등에 따라 묶은 통화 꾸러미)에 연동해 가치를 산정하려 했다. 세계 어디서나 환전할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민간 화폐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리브라를 사용할 경우 페이스북에 돌아올 이익은 막대한 수준으로 예상됐다. 페이스북의 전 세계 사용자는 약 28억명(지난해 4분기 기준)이다. 이들이 리브라를 결제에 사용하거나 송금할 때마다 수수료를 부과하면 급격한 매출 상승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계획은 각국 정부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인 화폐발행권을 위협해 통화 안정성을 해칠 수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리브라 협회 회원사였던 비자와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 주요 금융사들이 탈퇴를 선언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저커버그는 “공식 승인 전까지 리브라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한발 물러섰다. 각국의 통화에 연동된 개별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등의 다양한 개선책도 내놨다. 이후 지난해 12월 이름을 리브라에서 ‘디엠’으로 변경했다.


이루지 못한 저커버그의 꿈, 실현할 수 있을까

디엠 협회는 지난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캘리포니아주(州)에 위치한 실버게이트 은행과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사진 디엠협회 홈페이지]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의 반발에도 ‘저커버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디엠 협회는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실버게이트 은행과 협약을 맺고 디엠 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디엠을 선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본사도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으로 옮기며 미국 달러와 연동한 디엠을 가장 먼저 출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디엠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장악한 기존 암호화폐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페이스북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스테이블 코인의 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은 무르익고 있다. 일단 발행 규모 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NBC는 지난달 20일 소식통을 인용해 "시험 발행 규모는 작고, 주로 개별 소비자 사이의 거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난관도 있다.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반발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수 있는 데다 각국이 연구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의 경쟁도 해야 한다. 각국 정부가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발행하면 페이스북 같은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화폐를 사용할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블록데이터 조나탄 네그텔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간은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거대한 지정학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규제 당국이 CBDC와 스테이블 코인이 공존하게 놔둘 지 여부부터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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