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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부터 얼굴 공개까지..한강 사망 대학생 친구 향한 도 넘은 신상털기

박채영 기자 입력 2021. 05. 16. 11:20 수정 2021. 05. 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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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 택시 승강장 인근 난간에 고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메모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닷새만에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22) 사건과 관련해 손씨가 실종 당일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를 겨냥한 ‘온라인 신상털기’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16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손정민’이나 ‘한강 대학생’이라고 검색하면 A씨의 실명, 소속 대학, 얼굴이 공개된 게시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부 검색창에서는 ‘손정민’이라고 입력하면 A씨의 신상정보가 자동으로 연관 검색어로 나타날 정도다.

유튜브에는 ‘A씨의 충격적인 실체’ ‘A가 확실한 범인이다. A가 기소 된 이유’ 등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대표 이미지)로 A씨를 범인인양 몰아가는 영상도 올라와 있다. 하지만 A씨는 현재 경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을 뿐 뚜렷한 범죄 혐의점이 없다. A씨와 그의 가족은 경찰 소환에 응하는 것은 물론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까지 모두 임의제출한 상태다. 또 경찰 수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A씨가 기소됐다는 내용 역시 사실무근이다.

A씨의 가족이 무분별한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며 근거 없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A씨의 아버지가 대형로펌 변호사라거나 A씨의 외삼촌이 경찰 간부라서 사건이 무마되고 있다는 내용이 대표적인 음모론이다. ‘A씨의 외삼촌’이라는 루머가 온라인상에 퍼진 최종혁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전 서초경찰서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A씨와는 친인척 관계도 아니고 일면식도 없다”며 “사건 자체도 형사과 소관이라 수사과장인 제가 관여할 일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때 A씨의 아버지가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라는 허위정보가 퍼지면서 병원 측이 “(사건과) 본원 소속 의료진 가족과는 무관하다”고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들은 A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게 된 배경으로 ‘손씨의 죽음과 관련된 진상규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타인의 신상 정보를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은 위법 행위로 형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찰 안에서도 A씨를 범인으로 간주하는 음모론이 되레 수사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위법적이고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사적 정의를 요구하는 것은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에 원인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사적인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정의의 실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상의 과도한 신상털기 등은 수사에도 혼선을 줄 수 있고 기본적으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명예훼손 등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손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밝혀달라는 목소리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방을 통해 모인 시민들이 사고 장소로 추정되는 한강 수상택시 승강장 앞에서 ‘고 손정민군을 위한 평화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경찰 등 수사기관에 손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 손정민군을 위한 평화집회’ 일정 공지.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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