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특허 발효 기술·밀폐캡 공정.. 생막걸리도 美 수출

김무연 2021. 5. 16. 11: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순당 횡성 양조장, 축구장 65개 크기·年 2억병 막걸리 생산 가능
84만L 술 발효되는 발효실 이산화탄소 농도에 현기증
자동 검사 뒤 방송 출연한 '달인'이 육안으로도 검사
양조장 2층, 전통주 체험 공간 '주향로'도 운영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서민 전통주 막걸리가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문화재청은 오는 6월 ‘막걸리 빚기 문화’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 막걸리는 물, 쌀, 누룩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어 저렴하고 지역별 특색이 뚜렷하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국세청은 최근 막걸리와 약주 판매 용기 용량 제한을 2ℓ에서 5ℓ까지 늘려 유통 편의성을 개선했다. 막걸리의 위상과 유통 편의성이 모두 개선되는 셈이다.

국순당 횡성 양조장 전경(사진=국순당)
코로나19로 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천편일률적이던 주류가 다양화되는 가운데 막걸리 수요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주 업체들은 독특한 맛에 건강까지 고려하는 MZ세대의 입맛에 맞춰 다양한 막걸리를 개발하고 있다.

전통주 기업 국순당도 ‘2010 다보스포럼 건배주’로 사용된 국순당 생막걸리를 비롯해 떠먹는 막걸리인 이화주, 막걸리에 유산균을 더한 1000억 유산균 막걸리 등을 내놓으며 급변하는 주류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국순당 횡성 양조장 건물과 밖에 조성된 공원(사진=김무연 기자)

축구장 65개 크기로 1년에 막걸리 3억병 생산

국순당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하는 곳은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횡성 양조장이다. 국순당의 사세가 커지면서 수원 양조장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다다르자 2004년 지금의 자리를 양조장을 옮겼다. 해발고도 500m 남짓한 언덕 위에 위치한 양조장 옆으로는 맑은 술이 물로 변했다는 유래를 지닌 주천강(酒泉江)이 흐르고 있다. 국순당은 주천강 인근 지하 340m에서 뽑아낸 청정수로 술을 빚고 있다.

지난 14일 방문한 국순당 횡성 양조장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전통 양조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양조장 밖 공원으로 조성된 공간에 늘어선 술독이 없었다면 이 장소가 술을 제조하는 곳이라고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술독마저도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에게 양조장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꾸며놓은 장식품이었다.

주정 제조에 사용할 쌀과 술을 담을 빈병들을 10t 트럭이 축구장 65개에 달하는 14만4367㎡(약4만3700평) 규모의 양조장 건물로 실어 날랐다. 술은 4만ℓ 용량의 대형 탱크에서 발효됐고, 발효 공정도 컴퓨터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은 고수하되 사림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하고 생산, 저장 시설 용량은 크게 늘린 것이 현재 국순당 횡성 양조장의 모습이었다.

이곳에선 국순당의 대표 약주인 백세주부터 유산균 막걸리까지 8가지 종류의 69개 품목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다. 횡성 양조장에서 생산된 전통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5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1년에 이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술의 양은 연간 21만6000㎘. 해마다 750㎖ 일반 페트 막걸리 기준 약 2억병을 생산할 수 있다.

양조장은 크게 양조파트와 제조파트로 구분한다. 양조파트에선 원재료를 분해하고 발효해 술을 만드는 과정이 이뤄진다. 양조파트는 다시 양조 순서인 △저장 △담금(원재료인 쌀을 세척 및 분쇄) △발효 △저온저장 △제정(술 원액에 첨가물 등을 추가)에 따라 공간이 나뉜다.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술은 제조파트로 넘겨져 각기 다른 처리방법을 거쳐 병에 주입해 상품으로 탄생한다.

발효 중인 술.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표면이 보글거리고 있다.(사진=김무연 기자)

특허 기술 다수 보유… 생막걸리 美 수출 쾌거도

전통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발효로 꼽힌다. 분쇄된 쌀이 불쾌한 악취를 풍기다 발효를 거쳐 향긋하고 시큼한 술로 거듭난다. 사실상 술의 맛과 도수를 결정짓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는 발효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쌀을 쪄 고두밥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횡성 양조장에선 옛 전통주 제조방법을 복원해 특허를 받은 ‘생쌀발효법’으로 고두밥을 짓는 과정을 생략하고 있다.

실제로 담금실에서 세척 및 분쇄한 쌀은 파이프를 타고 발효실로 직행했다. 허준원 국순당 생산본부 품질보증팀 팀장은 “국순당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누룩은 일반 생쌀도 발효를 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라면서 “고두밥을 만드는데 대량의 열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걸 건너뛴단 점에서 탄소량 배출량은 물론 비용과 시간도 크게 줄였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생막걸리를 생산하는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효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발효 과정에선 뜨거운 열과 함께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실제로 4만ℓ 용량의 발효 탱크 20여대가 모여있는 발효실에 들어갔을 때엔 술냄새와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로 살짝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발효제어실에 산소농도를 관리하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있을 정도다.

국순당 발효실. 탱크 하나당 4만ℓ의 술이 발효되고 있다.(사진=김무연 기자)
발효를 끝낸 뒤 효모를 제거해 발효를 멈추는 살균 막걸리와는 달리 생막걸리는 효모를 살려둬 유통 과정에서 추가 발효가 일어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므로 자연스럽게 병의 부피가 팽창할 수 있도록 살균 막걸리에 비해 부드러운 페트를 사용하고 뚜껑에도 작은 구멍을 낸다. 이에 따라 술이 새거나 외부 공기와 접촉 등 신선도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생막걸리 유통이 어려운 이유다.

국순당은 막걸리 발효제어기술로 이 문제를 극복했다. 특허받은 ‘발효제어 기술’을 이용해 효모가 일정 시간까지만 살아있을 수 있도록 해 내부 이산화탄소 증가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순당은 경쟁사와 달리 완전 밀폐된 뚜껑을 사용한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 본부장은 “특허 기술과 함께 완전 밀폐캡을 사용함으로써 생막걸리 유통기한을 30일 이상으로 확보했고 미국 수출도 가능해졌다”라고 강조했다.

국순당 복장관리 안내표(사진=김무연 기자)

‘막걸리 검수’ 달인이 마지막까지 제품 점검

국순당은 양조장 입성에 앞서 철저한 위생 점검을 진행한다. 방문자는 반드시 일회용 위생모와 위생복, 덧신을 착용해야 했고 강력한 흡입기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 먼지를 제거했다. 손 세척대도 의사들이 사용하는 것처럼 발로 버튼을 눌로 작동하도록 했다. 이후 최대 3인까지 입실할 수 있는 공기 샤워기를 거쳐 비로소 양조장 시설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직원들도 이 과정을 거쳐야 양조장에 들어갈 수 있다.

완성된 술 또한 밀폐된 R·F·C실에서 포장한다. 병을 고온으로 세척(Rinser)해 술을 병에 담고(Filling), 뚜껑을 막는(Capping) 과정을 진행한다. 술을 주입하고 뚜껑을 막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R·F·C은 라인을 따라 병과 병뚜껑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도록 투명 플라스틱 벽으로 감쌌다.

육안검사를 진행 중인 국순당 직원(사진=김무연 기자)
완성된 제품 검수는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 검사와 전문가가 육안으로 확인하는 육안 검사를 함께 진행한다. 자동 검사기는 △병에 찍힌 유통기한 △병에 담긴 내용물 용량 △올바른 뚜껑 사용 여부를 체크한다. 불량품으로 인식된 제품들은 기계가 밖으로 쳐내 라인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다.

육안 검사는 전문가가 자동 검사기가 잡아내지 못한 제품 내 이물질 확인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육안 검사 전문가들은 패키지가 찌그러졌거나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제품을 즉석에서 걸러내고 있었다. 국순당 관게자는 “전문성을 우려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오랜 경력과 연습을 거친 전문가들”이라면서 “10년 경력의 한 검수 직원은 ‘막걸리 검수 달인’으로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국순당 횡성 양조장 2층에 위치한 전통주 체험공간 주향로(사진=국순당)

횡성 양조장, 우리 술 체험 문화장으로 거듭나

국순당 횡성 양조장에서는 우리 술 체험 공간 ‘주향로’를 운영하고 있다. 신라 귀족들의 술자리 놀이기구인 주령구 모형과 조선시대 술병부터 50여년전 막걸리 병, 누룩 틀 등 술을 빚던 옛 도구 등이 전시됐다. 또 작은 인형을 이용해 우리의 전통 음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과거 각 지역에서 생산된 전통주를 소개하는 전통주 지도도 벽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해당 지도는 우리나라 가양주 문화를 소개하고 각 지역의 전통주 및 이에 어울리는 안주를 소개하고 있다. 국순당이 2008년도부터 ‘우리술 복원사업’도 알리고 있다. 국순당은 지금까지 25개의 전통주를 복원하고 그 중 △송절주 △자주 △사시통음주 △청감주 △이화주는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순당의 역대 모델과 출시한 술은 물론 건국 이후 우리나라 주류 기업들이 사용했던 술병, 캔을 전시해 우리나라 주류사를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주향로에서 바라본 저온저장실(사진=김무연 기자)
주향로에서는 주류가 생산되는 과정도 견학할 수 있다. 양조장 2층의 생산라인 쪽 벽면을 유리로 시공하여 양조장 전체 모습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박민서 국순당 기업마케팅팀 팀장은 “코로나19 전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하루에 3~4팀 이상은 꾸준히 방문할 정도로 인기였다”라면서 “반주로 음식과 함께 즐기던 조상들의 음주문화 체험을 통해 건전한 음주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국순당은 앞으로도 직원들이 주류 기업이 아닌 문화 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갖고 전통주 생산과 재해석에 박차를 가한단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연구원들은 항상 전통을 배우는 자세로 전통주를 재해석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든다는 강한 자부심이 있다”라면서 “새로운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은 물론 자사 주요 제품인 국순당 생막걸리 또한 상반기 안에 리뉴얼하는 등 개선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무연 (nosmok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