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놀이처럼..서울시향의 '우리아이 첫 콘서트'

장지영 입력 2021. 5. 16. 12:23 수정 2021. 5. 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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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못가는 4~7세 영유아 대상.. 코로나19로 2년 만에 재개해 인기
서울시향이 15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최한 '우리아이 첫 콘서트'에서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가 단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뒷 배경에 동물 애니메이션이 보인다. 서울시향 제공

“현악기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순서대로 크기가 커지고 소리는 낮아지는데요. 줄이 모두 4개이고, 활로 그어야 합니다. 이 활 털은 무슨 동물의 꼬리털로 만들어졌을까요? 1번 사자, 2번 코끼리, 3번 말. 친구들 손들어 볼까요? … 맞아요. 말의 꼬리털로 만들어졌답니다.

15일 세종문화회관 연습동 내 서울시향 리허설룸. 오후 1시 반부터 S씨어터에서 예정된 ‘우리아이 첫 콘서트’를 앞두고 악기 체험 행사가 이뤄졌다. 이날 두 차례의 본공연에 앞서 체험 행사가 각각 3회씩 치러졌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처럼 머리에 큰 나비 핀을 달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양말을 신은 해설자가 높고 발랄한 톤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악기에 관해 설명했다.

서울시향이 15일 세종문화회관 연습동 내 리허설룸에서 ‘우리아이 첫 콘서트’를 앞두고 악기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보람 악보전문위원(왼쪽)이 아이들을 눈높이에 맞춰 의상을 입고 악기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해설자는 바로 서울시향의 김보람 악보전문위원.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의 모든 악보를 책임지고 있는 전문직이다. 하지만 이날은 TV 아동 프로그램 ‘뽀뽀뽀’의 진행자 뽀미 언니를 본뜬 ‘뽀람 언니’가 돼서 진행했다. 36개월 이상 영유아 및 어린이(4~7세 미취학 아동)를 대상으로 또래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이 반영됐다.

코로나19 탓에 회당 20명씩 3회로 나뉘어 악기 체험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은 마스크 착용은 물론 손에 비닐장갑을 낀 채 리허설룸을 돌아다녔다. 현악기 연주자들이 보여주는 악기를 만지거나 소리를 듣는가 하면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는 모습이었다. 리허설룸 뒤편에 앉아 있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눈으로 좇으며 즐거워했다.

서울시향 단원들이 15일 세종문화회관 연습동 내 리허설룸에서 열린 악기 체험 행사에서 아이들에게 악기를 만져보거나 소리내도록 돕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이어 본공연이 열린 S씨어터는 무대 스크린에서 우주와 악기에 대한 애니메이션 영상이 흘러나오는 한편 천장과 벽에 작은 전구들을 부착해 별이 반짝이는 듯한 분위기다. 영화 ‘스타워즈’ 속 다스베이더 의상을 입은 서울시향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가 등장해 반짝이 망토와 반짝이 넥타이를 걸친 단원 22명과 함께 ‘스타워즈’ 주제곡을 연주하며 공연을 시작했다. 이어 EBS 아동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의 삼촌으로 엄마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높은 배우 문종호가 우주인 차림으로 등장해 70분간 서울시향과 아이들 사이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 홀스트의 행성 교향곡 중 ‘목성’, 동요 ‘코끼리와 거미줄’와 ‘멋쟁이 토마토’ 등이 연주됐으며. 문종호는 곡 사이사이 아이들에게 질문하거나 반응을 유도하는 식으로 클래식 음악과 악기에 관한 관심을 끌어냈다. 코로나19 이전엔 아이들을 무대에 올리는 코너도 있었지만, 올해는 뺐다.

조카를 데리고 공연을 관람한 최지우 씨는 “월요일이 조카 생일이라 언니네 가족에게 티켓을 선물했다. 예전부터 ‘우리 아이 첫 콘서트’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꼭 보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공연 횟수가 적어서 티켓을 구하기가 힘들다. 도쿄필 등 해외 주요 오케스트라 중에는 아이들을 위한 콘서트를 매주 또는 매달 정기적으로 하는 곳이 많다. 한국에서도 어린아이들 대상의 공연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BS 아동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의 삼촌 역 배우 문종호가 15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우리아이 첫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주인 차림의 문종호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율동을 하는 등 서울시향과 아이들 사이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서울시향 제공

서울시향의 ‘우리아이 첫 콘서트’는 공연장에 입장할 수 없었던 영유아와 부모를 대상으로 올바른 예술교육 및 공연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정명훈 전 예술감독 시절인 2011년 처음 기획돼 유치원 등에 찾아가는 공연 형태로 3년간 진행됐다. 국내 공연장, 특히 클래식 콘서트는 8세 이상부터 입장이 허용되는 만큼 미취학 아동의 음악 체험이 해외보다 부족한 편이었기 때문에 기획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 연간 8회 안팎으로 이뤄졌지만 2014년 중단됐다가 2019년 서울시향의 ‘생애 주기별 클래식 교육’을 체계화하면서 부활했다. 다만 찾아가는 공연 형태 대신 서울시향 리허설룸과 세종문화회관 내 공연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봄과 가을에 2차례 열린다. 다만 지난해는 코로나19로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2019년부터 ‘우리아이 첫 콘서트’에 계속 참가해온 서울시향의 임가진 제2 바이올린 수석은 “아이들과 음악을 교감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아이들은 공연 중에도 바로바로 반응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보람을 크게 느끼는 공연이다. 오늘은 특히 조카가 처음으로 공연을 보러 와서 더 보람을 느꼈다”면서 “아이들의 음악교육을 위해 서울시향의 ‘우리아이 첫 콘서트’가 계속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우리아이 첫 콘서트’는 2019년 재개된 이후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 있는 공연이다. 코로나19로 2년 만에 열리는 데다 방역을 위해 좌석 수를 줄인 탓에 올해는 공지하자마자 바로 매진됐다. 15일 2차례 공연이 바로 매진되자 서울시향은 서울시, 세종문화회관과 협력해 14일 공연을 추가 편성한 뒤 평소 공연장 방문이 어려운 가정을 초청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향의 '우리아이 첫 콘서트'는 또래 아이들을 둔 엄마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정성이 결합돼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아이 첫 콘서트'를 진행하는 사회공헌팀의 장보라 대리(왼쪽)와 백지혜 팀장(오른쪽). 김보람 악보전문위원(가운데)은 이번에 진행으로 기꺼이 참여했다. 서울시향 제공

백지혜 서울시향 사회공헌팀장은 “‘우리아이 첫 콘서트’는 음악의 3요소인 리듬, 멜로디, 하모니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알고 느끼도록 기획된 공연”이라면서 “아이들이 음악을 놀이처럼 인식하면서 재밌게 받아들인다. 부모님의 만족도도 높다 보니 한 번 관람한 뒤엔 취학 이전까지 계속 관람하고 싶어하시다 보니 점점 경쟁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서울시향에는 ‘우리아이 첫 콘서트’를 관람한 아이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악기를 배우려고 한다는 소감도 들어오기도 한다. 관람객과 연주자 모두 ‘우리아이 첫 콘서트’의 공연 횟수를 늘리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서울시향이 전용 홀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니 쉽지 않다. 영유아 대상의 공연이다 보니 다른 공연에 비교해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상황에서 공연장 대관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서울시향은 지난 4일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서울시향 단원들이 연주하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에 동물 애니메이션을 결합 ‘카툰 클래식’을 공개하는 등 아이들이 음악을 보다 공감각적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어린이 콘텐츠 브랜드인 주니토니와 공동으로 ‘어린이 공연 예절 캠페인’ 영상도 선보였다.

서울시향이 지난 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카툰 클래식. '동물의 사육제' 연주 장면과 동물 애니메이션을 결합했다. 서울시향 제공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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