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미래를 묻다] '2050 탄소 제로' 달성에 소형원자로가 절실하다

2021. 5. 1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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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 혁신형 SMR 포럼 출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변화 조짐
SMR은 출력 30㎾ 이하 소형원자로
미국·러시아, 세계 SMR 개발 주도


지구온난화의 미래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 교수

2009년에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APR 1400 원자로 4기를 수출했다. APR 1400 원자로는 신고리 3호기와 같은 원자로인데 부산시 총 전력의 55%를 공급할 수 있는 대형 원자로다. 필자는 건설이 시작된 2010년,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바라카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건설하면 약 3조원이던 원자로를 1기당 대략 약 6조원에 팔았으니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140만㎾ 원자로를 세계에 선보인 것이다. 온도가 섭씨 50도를 넘는 바닥 공사장에는 방글라데시·파키스탄 등 34개국에서 온 노동자가 일하고 한국 사람들은 감독을 하는 풍경이었다. 그 뜨거운 공사장 바닥에는 70년대라면 한국 사람들로 가득했다는 생각을 하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고를 한 그 당시 한국 중동 근로자들에게 저절로 고개 숙여지며 가슴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는 한 끼 당 5000명이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원자로를 수출하고 건설하는 데에는 원자로 부품기술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5000명분의 밥을 거뜬하게 해내는 것도 원자로 수출의 소중한 인프라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제1호기가 완성되고 올해 4월 6일에 상업운전에 들어갔다니 한국이 UAE에 큰 업적을 남겼다는 회고를 해본다. 그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전 수출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는데 새로운 수출은 이어지지 않고 지금은 탈원전 시대에 맞닥뜨려 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산화탄소 제로라는 세계적인 변화에 한국도 편승하면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이 없이는 ‘탄소 제로 대한민국’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원자력 발전은 어떻게든 계속해야 한다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소형모듈원자로인 SMR(Small Modular Reactor) 기술 육성을 위해 ‘혁신형 SMR 국회포럼’을 출범시켰다. 포럼에는 국회 과방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산업계·학계가 참여한다. 특별히 여당과 야당 의원들이 함께 모였다는 사실이 원자력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는 조짐이 감지된다. 세계적으로도 소형원자로가 미래의 원자로라며 연구개발 및 투자를 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국회포럼 출발은 매우 고무적인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된다.

지난 11일 경북 경주시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국제 원자력에너지산업전’에서 원자로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물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SMR 왜 각광을 받는가. SMR은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원자로로 전기출력이 30만㎾ 이하의 원자로를 말한다. SMR은 바닷물을 담수화할 수 있고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공장에서 원자로를 만들어 오지나 다름없는 동떨어진 지역에 이송하여 건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사막이 많은 나라나 북극이나 남극처럼 극지 지역에 대단히 적합한 원자로다.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원자로 사고 경우에도 비상계획구간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에 안전성 측면에서도 대형 원전을 앞지른다.

소형원전에 대한 세계적 동향을 보면 미국이 17기, 러시아도 17기, 중국이 8기, 일본이 7기 한국이 2기 등 총 71종류 이상의 소형원전이 개발 중에 있을 만큼 소형원전은 탄소 제로 시대에 필수불가결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원자로사업 인증을 획득하는데 까다롭기로 짝이 없는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 NRC(Nuclear Regulatory Commission)가 미국의 뉴 스케일사의 소형원자로 인증허가를 내줄 만큼 미국은 소형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형원전은 30만㎾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로여서 이 원전을 여러 개 연결하면 수십만㎾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12년 7월에 10만㎾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SMART 원전의 표준설계인가를 원자력 안전위원회로부터 받고 사우디아라비아에 2기의 SMART 원전을 짓는 사업에 합의한 뒤 두 나라가 예산을 투자해 연구를 이어 왔고 지금도 그 협력은 진행 중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업그레이드된 SMART 원전의 설계인허가를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수력원자력·사우디아라비아와 공동으로 신청해 놓은 상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에 국회에서 발족한 혁신적 SMR은 17만㎾의 소형원전으로 수출 경쟁력은 더욱 향상된 원자로로 각국과 경쟁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개발을 촉진하며 10~20년 이후에는 해외에 수출하는 야심 찬 목표도 세워 놓고 있다.

미국·러시아가 주도하는 세계 SMR 개발

왜 세계 각국이 소형원전 개발에 매달리는가. 첫째는 탄소 제로 국가를 만드는데 이산화탄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소형원전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빠른 속도로 폐쇄하고 2050년 탄소 제로라는 국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 소형원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탄소 제로라는 목표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지구 전체의 문제라는 절박감을 갖고 대처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이 목표에 동참하고 있다.

둘째는 안정적인 전력 생산에 원자력 발전은 여전히 유효한 전력 생산 원천이다. 2013년 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는 테라파워라는 원자력 관련 회사를 차리고 차세대 원전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빌 게이츠는 정보기술(IT)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불가결한데 2050년쯤에는 전 세계가 쓰는 전력생산량의 약 50%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거래가 전기를 많이 잡아먹으면서 빌 게이츠는 비트코인으로 정전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이란 등 전깃값이 싼 나라들을 거론하며 비트코인 거래소가 늘어나는데 경계감을 표시했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고 있는 2050년 탄소 제로 목표와 어우러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원자력발전이 미래의 전력 에너지원이라고 확언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소형원전이 수출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대형 원전보다 값도 싸고 동떨어진 지역에 적합하기 때문에 대규모 송전탑을 건설할 필요가 없어 수출에 유리하다. 그리고 기존의 대형 원전 사업모델이 핀란드와 미국 등지에서 사업 부진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SMR과 같은 소형원전이 미래의 전력 생산원으로 개발 및 도입하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탄소 제로와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 미국은 노후화된 화력 발전을 소형원자로로 대체하는 것만이 해결방안이라 생각하고 소형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탄소 제로의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풍력을 늘려 가야 하겠지만 전력 생산에 안정성이 없어 소형원전을 개발하여 빈 공간을 대체해야 한다. 대형 원전은 어차피 줄어들게 되겠지만 소형원전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래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쳐 미래 과학인 SMR 개발을 주장하는 것이다.

원자력은 소형원전으로의 변환과 함께 미래의 에너지로 지속적인 진화를 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한국의 소형원자로 기술이 국제안보환경이 바뀌어 원자력 잠수함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즉각적으로 국가안보에 활용될 것이고, 우주개발도 왕성해지는 미래에 한국이 심우주로 우주개발 수준이 높아질 때 멀리 있는 별에 도달하려면 소형원전이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동력원으로서 활용될 수 있어 원자력은 미래로 이어지는 과학기술이다. 원자력 기술은 빠른 속도로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어 한번 손을 떼게 되면 다시 되돌리기에는 어렵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SMR 시장을 중심으로 미국·러시아·중국·일본 등과의 원자력 패권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고 수출 주도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번에 발족한 혁신형 SMR 국회포럼은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해 주는 포럼이 될 것으로 혁신적인 활동을 기대하는 바가 크고 탄소 제로의 대한민국의 목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동시에 원자력이 인류에게 주는 장점은 크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재앙에서 보듯이 방사성 폐기물과 안전사고에 대한 만전의 대비를 해야만 상생하는 원자력이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 ◆김경민

「 한양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정치학자이지만 우주와 원자력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왔다. 일본 와세다대와 방위청 방위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낸 일본통이다. 그 덕에 원자력학회에서 제1호 원자력과 사회 소통상을 받는 등 과학기술분야에서 다수 수상했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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