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만년 3위' 일본.. 정부 지원으로 韓·中 맹추격

김우영 기자 2021. 5. 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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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에 이어 만년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본 조선업계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해마다 선박 수주량이 곤두박질치면서 위기감이 극에 달하자 경쟁사간 합작에 나서는 등 업계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 선박 엔진 등 다양한 기술 개발에도 선제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조선업계가 아직 경쟁우위에 있지만, 일본의 행보에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쓰비시중공업 나카사키 조선소 전경

◇ ‘만년 3위' 日 조선업 정부 지원 받는다

17일 조선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 상원 격인 참의원 본회의는 지난 14일 자국 조선업계에 대한 지원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산케이신문 등은 이 법안을 통해 자국 조선소들이 사업 재편 계획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에 나설 경우, 정부 금융 기관으로부터 저금리 대출과 기술 개발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조선업계 지원책 마련에 나선 배경을 두고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언론은 이번 법안에 대해 “일본 조선업계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저가 경쟁을 벌이는 중국과 한국 조선업계에 대항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모습. /한국조선해양 제공

일본은 한때 글로벌 수주 1위 조선 강국이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과의 경쟁에 밀리면서 지금은 시장 지위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5년 28%에서 지난해 7.1%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30%에서 42.5%로, 중국은 28%에서 41.2%로 확대됐다. 올해 1~4월 누계 수주량만 봐도 중국이 46%로 1위, 뒤이어 한국이 44%, 일본이 7%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조선업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과거 정부 주도의 무리한 구조조정이 있다. 일본 정부는 1988년 조선업계가 장기침체에 빠지자 조선업을 사양 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설계·연구 인력을 대거 내보냈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설계·연구 인력만 남은 일본은 2000년대 선박 대형화 추세나 선박 추진 기술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기술력을 내세운 한국과 저가 수주에 나선 중국에 시장 지위를 내줬다.

◇ 몸집 키우는 日 조선…“韓 정부도 대책 마련해야”

최근 일본 조선업계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부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일본 정부는 자국 조선소에 수백억엔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고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등을 운영하는 해운회사가 해외에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일본 조선업체 선박을 구매하도록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일본 대형 조선소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일본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는 합작회사 ‘니혼십야드(NSY)’를 발족했다. 4위 츠네이시 조선소와 8위 미쓰이E&S조선도 오는 10월까지 합자회사를 출자한다는 계획이다. 가와사키중공업과 얀마파워테크놀로지, J-ENG 등은 선박용 수소 연료 전지 개발을 위한 컨소시섬을 구성하고 오는 2025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로 경쟁하는 대신 인력과 설비를 공유하면서 중복 투자를 피하고 기술 경쟁력을 키워 한국과 중국에 대항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 내부에선 일본이 한국에 비해 시장 점유율은 한참 아래에 있지만,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오고 있는 만큼 경계심을 풀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제의 한 조선기자재업체 고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친환경 선박 엔진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을 앞세운다면 10년 뒤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수소를 암모니아나 유기화합물, 액체수소 형태로 바꿔 선박을 통해 수송하는 기술은 한국보다 일본이 앞서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의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국 조선소에 막대한 자금을 퍼붓는 중국과 일본에 맞서기 위해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해외 선사들에 금융 지원을 해준다면 중국과 일본에 뺏기는 물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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