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하냐는 말, 비하 같다"..20대 '쓴소리' 들은 송영길

이서희 입력 2021. 5. 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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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친구들끼리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지하느냐'고 놀리곤 했는데, 요즘엔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느냐'가 더 비하하는 이야기 같아요."

17일 '성년의 날'을 맞은 20살 김한미루씨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에서 한 말이다.

송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2030세대의 신뢰 회복을 우선과제로 내세우며 "성급히 군 가산점이나 여성 군복무를 논하기보다는 민주당이 2030세대의 말을 경청하고, 공청하고, 이해하는 '아빠와 같은 민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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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성년의날 기념 20대 청년 초청간담회에서 청년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지하느냐'고 놀리곤 했는데, 요즘엔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느냐'가 더 비하하는 이야기 같아요."

17일 ‘성년의 날’을 맞은 20살 김한미루씨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이 마련한 20대 초청 간담회에서 김씨는 민주당에 대한 요즘 20대의 인식을 당당하게 쏟아냈다. 그는 "민주당은 각종 비리가 생기면 네 편 내 편 없이 공정하게 처리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거기서 (20대가) 하나씩 떠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씨는 "'어떤 분'은 대학 안 간 사람에게 1,000만 원, 군 제대하면 3,000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는데, 청년들이 더 이상 이런 공약에 속아서 표를 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최근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 원을 지원하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군 제대 시 사회출발자금 3,000만 원 지급'을 공약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김씨는 "(청년들은) 정의와 공정이 바로 서길 바랄 뿐"이라며 "이제라도 민주당이 하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아빠 같은 당 돼야” 쓴소리 계속 듣겠다는 송영길

간담회는 성년의 날을 맞아 "20대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취지에서 당 대학생위원회 측이 송 대표 측에 제안하고, 송 대표가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고 한다. 송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2030세대의 신뢰 회복을 우선과제로 내세우며 "성급히 군 가산점이나 여성 군복무를 논하기보다는 민주당이 2030세대의 말을 경청하고, 공청하고, 이해하는 '아빠와 같은 민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20대 청년 7명과 만남은 그 연장선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청년들은 청년 주거와 일자리, 젠더 정책 등에서 민주당이 부족했다는 취지의 지적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는 "한편으로는 가시방석이고, 미안하고 안타깝다"면서 "저도 91년생 딸, 95년생 아들이 있는데 저의 시간과 그들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그러면서 "청년들의 정의와 공평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엄정하다"며 "뒷세대의 비판에 기꺼이 길을 열어주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송 대표 측은 "향후 2030세대에게 쓴소리를 듣는 자리를 계속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말 잘하는 송영길의 경청 행보... 대표 모드 전환 중

취임 3주차를 맞은 송 대표의 초반 행보는 ‘경청’으로 요약된다. 초선, 재선 의원을 잇따라 만난 데 이어 13일에는 전임 대표 등으로 구성된 상임고문단을 만났다. 자리마다 송 대표는 주로 듣는 위치였다. "민주당에 그간 '민주'가 없었다"는 수위 높은 발언이 쏟아진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는 수첩에 해당 내용을 받아 적기도 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공식석상을 제외하면 언론에 개인 생각을 드러내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대변인에게 물어달라"고 넘기거나,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며 피한다. 대표 취임 전까지 과감한 언행으로 이따금 설화에도 휘말렸던 송 대표라, 당내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지도부 관계자는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거나 차별화하기보다 많이 듣고 소통하는 것이 먼저라는 게 송 대표 생각"이라고 전했다. 송 대표 측은 당원과 각 분야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한 재선 의원은 "비문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다 보니, 자신의 한 마디가 미묘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는 것 같다"고 했다. 조율을 거치지 않은 발언을 내놨을 때, 자칫 청와대나 친문재인계 의원들과의 갈등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데 대표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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