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 5주기..젠더 갈등 늘고 여성 안전 제자리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역 살인사건' 5주년을 맞아 여성단체들은 온라인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얼마나 안전하게 바뀌었는지' 연대의 메시지를 모았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피해자 성별이 여성인 강력범죄 건수는 2만2718건으로 집계됐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2016년 2만2000건에서 700건 정도가 늘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살인, 강도, 성폭력 등 전체 강력범죄 피해자 성별의 80%는 여성으로 조사됐다.
시민들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대상 강력범죄가 줄어들기 보다는 페미니즘 운동 대한 '백래시'가 거세졌다고 봤다. 백래시는 진보적인 사회 변화를 두고 나타나는 반발 심리나 행동을 뜻한다.
2016년 5월17일 일어난 강남역 살인사건은 남성 김모씨(39)가 역근처 상가에 있는 남녀공용화장실에 숨어있다가 처음 보는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김씨는 남성 6명을 지나쳐 보내며 여성을 기다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여성들은 '무차별적 여성혐오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고 비판운동을 벌였다.
이모씨(29)는 "2016년 이후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GS25나 경찰청 포스터와 관련한 백래시 현상도 눈에 띄면서 사회가 여성에게 안전해졌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김모씨(30)는 "여성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위협과 여성혐오는 여전하다"며 "사건 이후 논의가 뜨거웠는데 정작 성별을 불문한 여성 안전 대책이나 고민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여성회가 마련한 온라인 추모공간에는 '사회가 나아지기 위해 겪는 성장통을 버티며 노력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포스트잇 4000여개가 게시됐다. 서울여성회는 이날 저녁 7시와 8시 2차례에 걸쳐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오프라인 집회를 강남역 9번, 10번 출구 사이에서 연다.
5년 전 사건에 대해 박모씨(29)는 "여성들이 불안과 분노를 이야기하며 집단행동을 하는 계기가 되면서 사회가 심각성을 깨닫는 모멘텀이 된 것 같다"면서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에도 'n번방' 사건이 터지고 여성 상대 범죄 기사가 쏟아지는 걸 매일 본다"고 했다. 이어 "여성과 남성 간 '성별 대립 구도'가 생기면서 비생산적인 갈등의 비중이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여성살해' 사건 285건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여성살해 범죄 동기로 '이혼이나 결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을 거부해서'가 23.3%(53명)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 52명(22.8%)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 34명(14.9%) △'자신을 무시해서' 9명(3.9%) △'성관계를 거부해서(성폭력)' 6명(2.6%) 순이었다.
'지인'에 의한 범죄뿐 아니라 면식없는 불특정인에 의한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2월에는 강남역 일대에서 길을 걷는 여성을 상대로 무차별 폭행을 저지른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그는 일면식이 없는 30·40대 여성 5명을 폭행하고 달아났다. 경찰조사에서는 "여자만 보면 때리고 싶다"고 진술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유형 중 남편이나 애인 등 '파트너'에 의한 살인, 폭력이 대부분이고 이는 예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신질환과 관련이 없는, 고의성이 있는, 불특정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혐오 범죄'는 좀 더 엄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엄벌주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범죄자는 약한 상대를 피해자로 고른다"며 "어린이와 노인도 있겠지만 여성은 약자이자 성적 대상이기 때문에 표적이 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성별 혐오가 아닌 범죄 그 자체로 보더라도 사법기관이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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