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8인치 파운드리에 뛰어든 이유는

조미덥 기자 2021. 5. 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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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SK하이닉스가 8인치(200㎜)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 능력을 2배로 키우겠다고 나섰다. SK하이닉스가 지금 12인치(300㎜)에 비해선 ‘한 발 뒤쳐진’ 기술로 인식되는 8인치 파운드리에 뛰어든 건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에 따라 8인치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정부 지원책이 많아지는 등 제반 조건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부회장)은 지난 13일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에서 “현재보다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내 설비증설,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월 생산량 10만장 규모로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후 SK하이닉스가 국내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의 완전한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중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충북 청주의 파운드리 설비 부지에 새로 파운드리 라인을 짓는 방안도 거론됐다.

18일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지나치게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된 사업을 파운드리로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최근 들어 8인치 반도체의 몸값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인치는 반도체를 만드는 원판인 웨이퍼의 지름이다. 8인치 웨이퍼는 2000년대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12인치(300㎜) 웨이퍼가 등장한 후 업계에서 점차 비중이 작아졌다. 8인치 웨이퍼에선 자동차용 반도체, 전력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초미세공정이 필요하지 않은 아날로그 반도체가 생산됐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8인치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는데, 지난 몇년동안 생산 설비 증설이 안되다보니 수급 불균형이 생겼다. SK하이닉스는 이 기회를 포착했다. 마침 정부는 파운드리 투자 지원에 1조원을 배정하고, 신규 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8인치 파운드리 투자는 향후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비하고, 국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를 키운다는 명분에도 부합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도 어차피 삼성전자나 대만 TSMC와 12인치에서 첨단 기술 경쟁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8인치 반도체가 수요는 꾸준한데 생산 설비가 늘어나지 않아 사업성이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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