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별장 동영상, 그래서 최종 결론이 뭔가요?

이준호 2021. 5. 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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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뉴스+] 김학의 사건은 끝났나

[이준호 기자]

다시 김·학·의라는 이름 석자가 회자합니다. 별장 성접대로 여론의 비난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출국하려고 하자 이를 알게 된 검찰이 그를 내사 대상자로 입건해 긴급 출국금지 요청을 했고, 이 요청을 받은 법무부 출입국 관리 공무원들이 그의 출국을 제지했으며, 이 과정에 불법이 있었고, 그 불법을 수사하려는 검찰을  법무부와 청와대가 개입해 무마했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김학의라 하면 원주 별장 성접대 동영상을 떠올릴 것입니다. 이어서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인데도 검찰이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수사에서 무혐의 처리해 제식구감싸기라는 비난을 자초했다는 점을 떠올릴 것입니다.

충격적인 동영상과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 이 두 가지가 워낙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보니 막상 그 후 김학의 전 차관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김 전 차관은 현재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1심에서는 성 접대를 포함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부동산 시행업자로부터 현금과 차명 휴대전화 사용 대금, 법인카드 사용 대금 등 4300여만 원을 대가성 있는 뇌물로 받았다는 뇌물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주 별장 성접대는 어떻게 됐을까요? 2019년 11월 22일 1심 재판부는 별장 동영상 속의 남성을 "김 전 차관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또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여성들과 지속적으로 성관계 기회를 제공받은 사실은 인정된다"라고 했습니다(김 전 차관은 법정 최후진술 당시 "아무리 안 갔다고 해도 간 것으로 돼 있다"고 오열하며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이유로 성접대 관련 뇌물수수죄에 대해 면소(소송절차 종결)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3년 3월 동영상을 통해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뒤 6년여 만에 법원이 동영상 속 남자가 김 전 차관이라고 결론 지은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습니다만 현재까지 사법부가 판결한 김 전 차관의 죄는 뇌물수수죄입니다. 앞서 말했듯 성접대는 인정했으나 공소시효를 이유로 면소 판결했습니다. 이렇듯 사법부의 판단까지 나왔으니 이제 김학의 사건은 끝난 걸까요?
 
 김학의 전 차관(왼쪽)과 윤중천씨. (자료사진)
ⓒ 권우성, 유성호
 
남은 사건

대검찰청은 2019년 3월 29일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수사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일명 김학의 수사팀)을 발족하고 수사에 착수합니다. 2013년과 2015년에 이어 세번째 수사입니다. 발족 한 달 반 후쯤인 5월 16일 검찰은 김 전 차관을 구속합니다. 

그 후 앞에서 언급했듯 11월 22일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돼 김 전 차관은 석방됐으나 2020년 10월 28일 2심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 되어 지금까지 수감되어 있습니다. 

김학의 수사팀이 마지막으로 수사한 것이 성폭력 고소 건입니다. 여성 ㄱ씨는 원주 별장 옷방에서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두 사람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김학의 수사팀은 2020년 1월 20일 이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는 수사를 종결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성접대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 성범죄이냐는 것입니다. 원주 별장 성접대 여성 3~4명은 2013년 7월 경찰 조사 때 '의사에 반한 성적 접대 행위가 있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같은해 11월 검찰 1차 조사에서 검찰은 피해자들이 '강간피해자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라며 무혐의 처분을 합니다. 2015년 1월 2차 조사에서 검찰은 고소인이 진술을 번복한다는 이유로 역시 무혐의 처분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학의 수사팀 역시 성폭력 고소건을 무혐의 처분합니다.

김학의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해 1심 판결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제33형사부의 판결문을 보면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을 알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윤씨가 벌인 성접대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이 '성범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확보된 이메일, 녹취록 등 객관 증거들과 일부 달라진 여성들의 진술 등을 감안할 때,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이 윤씨의 재력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공소시효와 고소기간 도과 등을 이유로 윤 씨의 성범죄 혐의들에 대해 면소나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하지만 판결문의 논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재판부는 설령 공소시효가 살아있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윤 씨의 '성접대'를 '성폭행'으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 [취재파일] 김학의 사건 ② 착취와 이용 사이, 토론 없는 평행선(sbs, 2021.4.30)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따르면서도 다른 생각을 내비칩니다.
 
2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법 형사6부는 (오석준 부장판사) 고뇌를 드러내기도 했다. 선고 과정에서 재판부가 "피해 여성이 매우 고통스러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사실 인정과 법률적 판단은 공소가 제기된 범행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이다.
- [취재파일] 김학의 사건 ② 착취와 이용 사이, 토론 없는 평행선(sbs, 2021.4.30)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두 사람을 고소한 여성 ㄱ씨는 2019년 12월 18일 '김학의, 윤중천 성폭력 사건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억울한 한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요. 살고 싶습니다. 제발 제 말을 들어주시고 가슴 깊이 박혀 있는 한 좀 풀어주세요"라고 호소했습니다.

2020년 11월 26일 대법원이 윤중천씨의 성폭력 범죄 혐의에 대해 '증거 부족'이나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사실상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한 직후 그는 "길을 가다가도 김학의 윤중천이 따라다닙니다. 그들이 구속 되어 있어도 항상 저를 따라다니는 것 같습니다. 가슴에 이 멍을 어떻게 보여야 할까요?"라며 "전 진실이 권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믿을 것입니다. 그리고 꼭 김학의 윤중천에게 그에 따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라고 다짐했습니다. 

ㄱ씨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김 전 차관 성폭력 문제가 '불법 출국 금지'에 가려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더 따져보기도 전에 검찰 고위공직자의 '성폭력' 문제가 사라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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