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트코인 조악하게 설계됐다..신뢰 쌓은 새화폐가 대체할 것"

윤원섭,진영화 2021. 5. 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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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권위자' 핀 브런턴 UC데이비스 교수 인터뷰
비트코인 만든 블록체인기술
클라우드·보안·지재권인증 등
활용분야 무궁무진하지만
투자광풍에 가려져있어 아쉬워
가상화폐는 아직 사치재 성격
채굴과정에 비효율·낭비 과도
당초 화폐기능과도 맞지 않아
미술시장처럼 지속될수는 있어

◆ 가상화폐 거품 논란 ◆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18일 오후 3시 기준 1비트코인은 5497만원에 거래되며 전날보다 가격이 소폭 상승한 가운데 이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전광판에 시세가 안내되고 있다. 20231.5.18. [김호영 기자]
가상화폐 부문 세계적 대가인 핀 브런턴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UC데이비스) 과학기술학과 교수(사진)가 18일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가총액 1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해 조악하게 설계됐으며 열풍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 나은 기술을 가진 코인이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런턴 교수는 또 최근 각광받고 있는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NFT)은 사람들의 믿음과 희망에 그 가치를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투기 대상'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상화폐는 어떤 가치가 있나.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이건 다른 종류의 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화폐 가치가 있다는 상호 간 믿음이 있고, 이를 거래하는 습관이 생기고 실제 사용되면서 시간이 지나 지불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상화폐는 인류가 현금을 대신할 디지털 대응물을 만들려는 50년간의 노력 끝에 나온 가장 인기 있고 성공적인 해법이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가상화폐는 가상의 데이터가 가치가 있는 것이 되기 위한 도전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컴퓨터는 '복사 기계'다. 디지털 세계에 있는 데이터를 생산·전송하고 복사할 수 있다. 만약 가상화폐가 복사될 수 있으면 이를 거듭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데이터가 전송 가능하지만 희소한 동시에 복사를 불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건 극도로 어려운 작업인데, 이걸 해결해주는 하나의 해법이 가상화폐다.

―기술적 요건이 갖춰졌다고 화폐로 쓰일 수 있을까.

▷더 어려운 단계가 있다. 이 디지털 데이터에 가치가 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사람들이 채굴하고 저장하며 이것을 법정통화로 사들이고 거래에 사용하면서 '신뢰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신뢰를 쌓아 가상화폐의 가치에 합의를 이루는 이야기가 바로 비트코인이 써내려간 서사다.

―가상화폐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미래에는 다양한 종류의 전문화된 디지털화폐 시스템이 등장해 목적마다 서로 다른 화폐로 거래될 것이다. 사업에 특화된 화폐, 담보로 쓸 수 있는 화폐 같은 식이다. 각각의 화폐는 익명성이 있거나 공동체를 후원하는 등 기능도 있을 것이다. 항공사 마일리지나 신용카드 포인트처럼 말이다.

―비트코인의 가격 전망은.

▷비트코인 열풍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며 조악하게 설계된 코인이다. 비트코인의 목적도 부적절하다. 비트코인이 미술 시장처럼 지속될 수도 있다. 비트코인에 큰돈을 투자한 일부 부유층이 허구적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나은 기술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최근 뜨고 있는 NFT에 대한 전망은.

▷현재 NFT는 전체 가상화폐 관련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투기 대상일 뿐이다. NFT의 가치는 순전히 사람들의 믿음과 희망에 의존하고 있다. NFT가 고가의 미술품처럼 돈세탁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다. 다만 NFT는 다소 모호하지만 권리를 소유한다는 새로운 개념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한국 정부는 가상화폐에 소득세를 부과하면서 금융자산이나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

▷각국 정부는 상충적인 두 개의 정책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중이다. 미래 신기술 산업을 억누르지 않는 동시에 하나의 쇼크가 다른 시스템으로 전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단속하지 않으면 투기 거품이 일어나고, 거품이 꺼져 모두가 패닉에 빠지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국이나 미국, 유럽연합(EU)에서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건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 결과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는 어떻게 생각하나.

▷중앙은행 입장에서 CBDC는 훨씬 더 유연하고 정교한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게 해주고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전달을 간소화해줄 것이다. 하지만 CBDC를 통해 모든 국민의 거래 내역을 감시하거나 통제할 수 있어 도입 시 매우 신중해야 한다.

―CBDC가 발행되면 가상화폐의 매력인 '탈중앙화'를 해치는 것 아닌가.

▷'가상화폐는 탈중앙화된 화폐'라는 전제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가상화폐의 코드와 발전 과정, 채굴과 거래 방식, 발행과 거래 내용이 기록된 디지털 장부나 심지어 가상화폐 보유 방식까지 모두 높은 수준으로 중앙화돼 있다.

―가상화폐의 근간인 블록체인 기술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의 신뢰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도구다.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비단 가상화폐에 그치지 않는다. 클라우드 서비스부터 연산 능력, 물류, 지식 자산을 소유하는 방식, 사람이나 데이터의 진위 판별까지 무궁무진하다. 연구하기에 매우 흥미로운 분야지만 불행하게도 지금은 (가상화폐) 투자 광풍에 가려져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가상화폐는 어떻게 될까.

▷심각한 금융위기가 찾아오면 가상화폐 시장은 냉각될 것이다. 왜냐하면 가상화폐는 사치재이며 유지되기 위해 저금리 기반 유동성, 관련 인프라스트럭처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사회적·기술적 인프라는 매우 취약하다. 가상화폐 중 일부는 살아남고 일부는 죽게 될 것이다.

▶▶He is…

핀 브런턴 교수는 UC버클리에서 학사 학위, 스위스 유러피안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 스코틀랜드 애버딘대에서 현대사상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시간대와 뉴욕대 교수를 거쳐 현재 UC데이비스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팸: 인터넷의 비밀스러운 역사' '난독화: 디지털 프라이버시 생존 전략' '커뮤니케이션' '디지털화폐'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윤원섭 기자 / 진영화 기자 /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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