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날 이래야겠나"..폭력 사태 얼룩진 5·18 기념식 [영상]

진창일 2021. 5. 18. 18: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18 기념식날 구속부상자회 집행부-반대파 몸싸움 파행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5·18을 대표하는 3단체 중 하나인 구속부상자회 회원들의 폭력사태로 얼룩졌다. 5·18 단체 안팎에선 “새로운 공법단체 설립을 놓고 현재 집행부와 회장 반대파의 알력다툼 때문에 폭력사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구속부상자 회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8일 오전 8시 40분께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입구 민주의 문. 문흥식 5·18 구속부상자회장이 5·18 단체장 자격으로 기념식장에 들어서려 하자 같은 단체 소속의 반대파 회원들이 길을 막아섰다. 이후 이들이 고성과 욕설을 퍼부으며 문 회장과 몸싸움을 벌이자 인근에 대기 중이던 경찰이 긴급투입됐다. 앞서 반대파 회원들은 문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구속부상자 회원들간 몸싸움은 문 회장이 참가자 99명으로 제한된 기념식장 안으로 들어선 뒤에도 계속됐다. 반대파 회원 중 일부는 기념식장으로 진입하려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일부 회원은 “문 회장을 단체장 자격으로 초청한 보훈처장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이를 보다 못한 한 경찰관은 “성스러운 날 꼭 이래야겠느냐”고 말했다. 또 “제발 오늘만은 싸우지 말고 기념식 진행에 협조해달라”고 달래기도 했다.


보수·진보 갈등 끝 훈풍 속 ‘빈축’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둔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구속부상자 회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올해 5·18기념식이 시작되기 불과 1시간 전에 벌어진 파행을 본 유가족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기념식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5·18 유족회가 사상 처음으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소속 정운천·성일종 의원을 초청한 뒤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큰 분위기였다.

두 의원은 5월 단체들의 숙원인 공법단체 승격 등을 담은 ‘5·18 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통과에 힘을 보태면서 유족회가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추모제에 초청했었다. 두 의원은 광주에서 “5·18의 역사를 바탕으로 이제 다음 단계인 ‘국민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었다.

올해 5·18 기념식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으로 수년 동안 파행을 빚었던 과거와 달리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을 끊고 전 국민이 공감하는 행사로 치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었다. 하지만 정작 기념식을 시작도 하기 전부터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5월 정신을 되새기는 기념식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속부상자회 알력다툼 왜?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 구속부상자회 집행부와 반대파 회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18 공법단체 출범 때문에 양측의 갈등이 깊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1월 5·18 단체들이 기존 사단법인이던 3개의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들이 공법단체로 출범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된 후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를 보여서다.

한 5·18 단체 관계자는 “사단법인인 기존 3단체는 해체하고 법정 단체로 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새로 꾸려지는데 이 과정에서 공로자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구속부상자회 집행부와 반대파가 알력다툼을 벌이는 것”이라며 “공법단체가 되면 정부 지원이나 수익사업도 가능한데 이를 놓고 현 집행부와 반대파가 새로운 공법단체 밥그릇 다툼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