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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툼 끝에 어린 자녀 앞서 동거녀 살해한 30대..법정서는 "사랑했다"며 눈물로 선처 호소

김현주 입력 2021. 05. 19. 09:05 수정 2021. 05. 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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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9일 새벽 충남 부여군의 한 술집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신 A씨(37)는 함께 자리를 지키던 동거녀 B씨에게 또다시 손찌검을 했다.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씨를 살해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동거할 당시 B씨를 폭행한 뒤 강간했다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B씨 유족은 A씨 모친이 살인을 저지른 아들을 위해 위증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항의하면서 "B씨가 평소에도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며 다시 한번 엄벌을 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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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범행이 매우 참혹하고,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는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
지난해 5월 19일 새벽 충남 부여군의 한 술집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신 A씨(37)는 함께 자리를 지키던 동거녀 B씨에게 또다시 손찌검을 했다.

뉴스1에 따르면 A씨의 습관적인 폭행은 이들이 처음 만난 2019년부터 동거와 헤어짐을 반복하게 한 이유였지만, A씨에게 죄책감이라곤 없었다.

더는 참기 힘들었던 B씨는 A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술자리에 함께 있던 지인의 차로 잠시 피신했다. 이후 차까지 따라와 대화를 시도하는 A씨에게 결국 B씨는 마지막 이별을 통보했다.

B씨는 술집에서 A씨와 다툴 때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었다. 지인에게 “A씨와 함께 있으면 오늘 죽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할 만큼 B씨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불안함에 A씨와 헤어진 약 3시간 뒤인 오전 6시께야 집으로 돌아온 B씨는 A씨를 따돌렸다는 생각에 비로소 안심했다. 그러나 B씨 집 인근에 숨어있던 A씨는 B씨를 몰래 따라 들어갔고,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다시 말다툼을 벌인 끝에 A씨는 잠에서 깬 어린 아들과 딸 사이에 누워있던 B씨를 흉기로 13차례 찔러 살해했다. B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A씨는 범행을 목격한 B씨 자녀들이 신고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빼앗아 도주했다.

그러나 범행 사실을 모친 등 자신의 가족에게 알린 탓에, A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지 못하고 곧바로 붙잡혔다.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씨를 살해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동거할 당시 B씨를 폭행한 뒤 강간했다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끝까지 A씨는 합의한 성관계였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B씨에 대한 폭행으로 처벌을 받았을 당시, B씨가 수사기관에 했던 진술 기록 등이 증거로 남은 탓이다.

결국 A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연인 관계였던 B씨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가해온 데 더해 강간하기까지 했으며, 결국 어린 자녀들과 함께 집에 있던 피해자를 무차별적으로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유족들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고,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해보면 사회로부터 완전한 격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한 A씨는 항소심에 이르러 “서로 미래를 약속할 만큼 평생에 가장 사랑했던 연인이었다”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항소심 중 증인으로 출석한 A씨의 모친은 “둘 사이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A씨가 만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모친의 증언 뒤로, A씨는 최후변론에서 “슬픔에 빠진 유족과 손가락질 받을 저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속죄하며 살고 싶다”고 말해 법정에 출석한 B씨 유족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B씨 유족은 A씨 모친이 살인을 저지른 아들을 위해 위증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항의하면서 “B씨가 평소에도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며 다시 한번 엄벌을 탄원했다.

유족의 진술 기회를 위해 재판을 한차례 속행하기도 한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4일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이 매우 참혹하고,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며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는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고 일축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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