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식이두마리치킨도 당했다..눈뜨고 베끼는 中 '짝퉁 K'

손해용 입력 2021. 5. 20. 04:50 수정 2021. 5. 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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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상표 도용 피해기업 2753곳
1년새 245% 급증, 동남아서도 기승
미리 상표 등록뒤 돈 요구 브로커도
최근엔 신생 브랜드들이 메인 타깃
오롤리데이 "상표·캐릭터 다 베껴"

중국에서 상표를 무단으로 선점당한 국내 기업이 1년 새 3.5배로 폭증했다. 상표 도용 피해도 베트남ㆍ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짝퉁 한류’ 피해를 막고, 한국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젠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자사의 상표가 도용된 한국 피해기업은 2753곳으로 2019년(797곳)보다 245%나 늘었다. 피해기업 수는 2016년(301곳)부터 추세적으로 늘긴 했지만, 지난해 증가 폭이 유독 컸다.

중국의 상표 도용으로 피해를 본 한국 기업 폭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업이 피해를 입은 상표 도용 사례도 지난해 총 3457건으로 2019년(1486건) 대비 133%, 2016년(535건) 대비 546% 증가했다. 2016년 이래 피해 기업은 총 5275곳, 상표 도용 사례는 총 8121건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의 한국 기업 상표 도용은 파리바게뜨ㆍ네파ㆍ모노크롬ㆍ네이처리퍼블릭ㆍ풀무원ㆍ호식이두마리치킨 등 프랜차이즈나 의류ㆍ식품ㆍ화장품 업종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한류 드라마ㆍ영화 붐을 타고 중국에서 한국의 소비재 품목이 친숙해진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허청이 적발한 짝퉁 한국 상표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 브랜드가 돈이 되다 보니 대놓고 상표 장사를 하는 ‘상표 브로커’들도 많아졌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식품ㆍ패션 상표를 중국에 미리 등록한 뒤, 이들 기업이 실제 중국에 진출할 때 웃돈을 요구하는 식으로 돈을 챙긴다. 업계에서는 중국동포 김광춘(金光春)의 악명이 높다. 본인과 본인이 대표로 있는 9개의 법인을 통해 조직적으로 한국 기업의 상표를 선점하고, 상표거래 사이트에서 이를 판매하고 있다.

호식이두마리치킨 관계자는 “중국의 상표 브로커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 ‘우리가 상표권을 등록했으니 협상을 하자’고 하더라”라며 “비슷하게 피해를 본 국내 기업들과 공동으로 악의적인 상표권 침해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의 상표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짝퉁' 한국 상표들. 하림·불고기브라더스·풀무원·뽀로로 등이 보인다. [자료: 윤영석 의원, 특허청]

최근에는 신생 브랜드가 ‘사냥감’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자,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낮은 소규모 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디자인 브랜드 ‘오롤리데이’는 최근 자사 유튜브를 통해 “중국에서 저희 이름을 도용한 매장이 오픈했다”며 “간판은 물론 매장에 가득차 있는 모든 콘텐트가 저희 상표명ㆍ캐릭터ㆍ슬로건을 베껴 만든 가짜 제품”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중국에서 자기네 권리인 것처럼 등록한 각종 캐릭터ㆍ그림ㆍ상표 등이 30개에 육박한다”며 “오롤리데이 팬들이 중국 매장 SNS에 중국어로 항의를 했더니 (중국 매장은) ‘자신들이 먼저 만든 브랜드이며 한국이 우리를 따라 했다’는 거짓말까지 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디자인 브랜드 '오롤리데이'의 상표권을 무단 도용한 중국 매장과 짝퉁 제품. 오롤리데이의 브랜드명과 고유의 캐릭터(못난이)를 그대로 베꼈다. 오롤리데이 SNS.

국내 중소기업ㆍ스타트업은 중국에 법적 대응을 하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윤영석 의원은 “이같은 짝퉁 한류를 방치할 경우 향후 한국 제품의 판매량 감소나 기업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국내 기업의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이젠 외교적으로 중국 정부에 재발 방지 및 피해구제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의 지적재산권 관리 체계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동남아에서도 상표 무단도용 사례가 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019년 204개 기업, 지난해 227개 기업이 피해를 봤다. 한샘ㆍ탐앤탐스ㆍ네네치킨 등 유명 기업이 포함됐다. 태국에서도 지난해 664개 기업이 상표를 도용당했다. 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에서 상표침해를 당한 한샘은 이후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아시아 16개국에 자사 브랜드에 대한 상표 출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 상표 도용, 동남아로 확산 추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동남아에선 한국 상품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수요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상표 도용 피해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 변리사는 이어 “그나마 중국은 상표 등록 규제를 강화하고, 피해기업의 승소율도 올라가는 등 전반적으로 피해 구제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면 동남아는 아직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한 데다, 사례 연구도 덜돼 있어 한국 기업이 제대로 대응하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특허당국은 국내 기업의 피해를 예방하려면 당장 해외진출 계획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중국ㆍ동남아에 자사 상표가 출원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예컨대 중국 내 상표 출원일이 한국에서의 상표 출원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한국 기업이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상표 선점 피해를 봤다면 특허청ㆍ한국지식재산보호원 등에서 지원하는 정부 사업을 이용할 수 있다.

서창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지원과장은 “최근에는 해외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석한 한국 기업의 브로슈어를 보고 바로 상표를 출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해외 진출계획이 있다면 한국에 상표출원을 하면서 동시에 진출 국가에도 출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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