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논란 中면화 사용" 日유니클로 美서 수입금지 당했다

이영희 2021. 5. 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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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 항구로 입하한 셔츠 통관 막고 압류
중국 국영기업 XPCC산 면화 사용했다 판단
유니클로, "공급망에서의 인권 침해 없었다"
한국 기업들도 제재 대상 될 가능성 있어

미국 세관 당국이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셔츠의 수입을 금지했다. 강제 노동 등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이유다.

20일 NHK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 1월 신장위구르에서의 강제 노동을 둘러싼 수입 금지 조치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미국 로스앤젤러스 항구로 입하한 유니클로 남성용 셔츠의 수입 통관을 막고 해당 제품들을 압류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의 무역엑스포 행사장에 설치된 유니클로 광고판. [AFP=연합뉴스]

CBP는 이 의류가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으로 신장위구르에 본사를 둔 국영기업 신장생산건설병단(新疆生産建設兵團·XPCC)에서 공급받은 면화로 제조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은 중국 XPCC의 면과 면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동했다. 이 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거주하는 무슬림 소수민족인 위구르인의 강제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측은 "압수된 제품에 사용된 면은 호주·미국·브라질 등에서 생산된 것"이라며 금지 조치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 당국은 "생산 공정과 생산 기록 리스트가 미비하다"며 해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클로 모기업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19일 미국 당국의 결정에 "매우 유감"이라는 성명을 내고 "본사에서는 어떠한 강제노동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방침 아래 공급망 인권 존중을 최우선 과제로 다뤄왔다. 공급망에서의 강제 노동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없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8월에도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거래처 공장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신장 면화' 사용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노 코멘트"라며 답변을 피했다.

유니클로의 미국 내 매출은 전체의 수 퍼센트대로 크지 않아 이번 수입 금지 조치가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중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가 일본 기업에도 리스크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진단했다.

앞서 인권 문제를 우려하며 신장·위구르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스웨덴 의류기업 H&M 등은 중국 내 거센 불매 운동에 직면해 매장 다수가 문을 닫아야 했다. 비슷한 입장을 밝혔던 나이키·버버리·아디다스·뉴발란스 등 유명 브랜드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유니클로는 중국 내 의류 매출 1위 기업으로, 중국서만 일본과 비슷한 규모인 80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중국에 인권 탄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제적인 압박은 커지고 있다. 인권 NGO인 휴먼라이츠나우는 지난달 8일 "(신장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 사실을 명확하게 부정할 수 없는 한, 즉시 거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의류 업체들에 호소했다. 이어 4월 10일에는 프랑스의 한 인권 단체가 강제 노동과 반인륜 범죄를 은닉한 혐의로 유니클로 프랑스 법인을 당국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와 관련한 국제적 제재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3월 한국 정부에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연루됐는지 여부를 묻는 서한을 보냈다.

해당 서한에서 유엔보고관들은 "필라, 해지스, LG, LG디스플레이, 삼성 등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들이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포함한 중국 내 공급망을 통해 인권 침해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12일 유엔에 답변을 보내 우리 기업이 인권 존중을 위해 취해온 노력을 설명했다고 밝혔으나, 향후 미국의 독자 제재가 강화될 경우 한국 기업이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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