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탄소중립 명분 산림청 벌목, 원점서 재검토"

박상현 기자 2021. 5. 21.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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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명분 3억 그루 벌목.. 과학적 근거부터 면밀히 조사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 수령 30년 안팎 나무 3억 그루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30억 그루 어린 나무를 심겠다는 산림청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환경부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산림청 탄소 흡수 전략 마련을 위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 산림청 계획을 면밀히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산림청 계획을 시작 단계에서부터 다시 검토할 것”이라며 “지난달에도 이 같은 뜻을 산림청에 전달했다”고 했다. 과학적 검증이 미비한 상태에서 무분별한 벌목으로 산림 파괴 논란이 일자 원점 재검토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산림청의 ‘탄소 중립 벌채’ 계획 수립의 근거가 된 나무 수령에 따른 탄소 흡수량 분석에 직접 착수, 산림청이 구체적 안을 먼저 제시하면 각계 의견을 수렴해 환경부 의견을 제시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산림청에 협의체 구성을 통한 숲의 탄소 흡수량·배출량의 정확한 산정 방식과 어느 지역에 어떤 나무를 어떻게 심을 것인지 등 세부 계획, 산림청 방침이 국가 생태계 보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내부적으로 사실상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 산림청 계획이 ▷산림의 생태계 기능을 간과했고 ▷생물 다양성 감소가 우려되며 ▷오래된 숲의 2050년 탄소 흡수율이 2018년 대비 70% 감소한다는 주장은 과다한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산림청은 올 1월 전국 산림의 약 14%를 차지하는 90만ha(헥타르) 규모의 경제림에 있는 나이 든 나무 3억 그루를 베고 어린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2050년까지 탄소를 3400만t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베어낸 나무의 상당 부분을 석탄 발전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목재 펠릿 등 바이오매스 발전에 투입하겠다고 해, 환경 파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탄소 더 뿜는 바이오매스 발전, 文정부서 2배로… 보조금 7년간 1조

벌채한 원목과 나뭇가지 등이 화력 발전소의 땔감으로 쓰이는 바이오매스 발전 규모가 문재인 정부 들어 2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바이오매스 발전을 신재생에너지의 하나로 규정해 발전 사업자 등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보조금 규모 역시 크게 늘었다. 석탄 발전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나무를 대량 벌목해 환경 파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바이오매스 발전에 국민 세금을 퍼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재 펠릿 생산공장서 나오는 흰연기 - 19일 충북 진천군 초평면에 있는 목재 펠릿 생산 공장에 벌채된 나무와 부산물이 쌓여 있다. 수북한 나뭇가지 뒤로 공장에서 나오는 흰 연기가 선명하다. /신현종 기자

20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과 전력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바이오 부문 발전 설비 용량(누적)은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905㎿(메가와트)에서 2020년 3458㎿로 81% 급증했다. 여기에 더해 전북 군산과 전남 광양, 충남 서산 등지에서는 총 420㎿급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설이 진행 중이다. 별도로 건설 계획 중인 바이오매스 발전소도 4곳 328㎿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늘어나는 바이오매스 발전 용량을 합치면 전 정부의 2배 정도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등을 앞세워 바이오매스 발전을 늘려왔다. 작년 기준 바이오 부문 발전 설비(3458㎿)는 풍력과 수력 발전 설비 용량 합계(3553㎿)와 맞먹을 정도가 됐다.

바이오매스 발전에 막대한 정부 보조금도 지급됐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집계에 따르면,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사인 남부발전·동서발전·중부발전·남동발전·서부발전이 2012~2018년 바이오매스 부문에서 받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 이행 정산금은 1조700억원에 달했다. 매년 1000억~2000억원꼴이다. RPS 이행 정산금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에 대해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윤영석 의원은 “정부가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퇴출시키면서 석탄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에는 막대한 세금까지 줘가며 지원해온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매스 소각 발전은 기존 석탄 화력 발전에서 연료를 목질로 대체한 형태로 이뤄진다. 원료로는 나뭇가지와 원목 등을 분쇄한 뒤 고온으로 압착해 단단하게 만든 펠릿, 나무를 잘게 파쇄한 우드 칩을 주로 사용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목재 바이오매스 연소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1TJ(테라줄·에너지 단위)당 112t으로 석탄의 하나인 역청탄(94.6t)보다도 많다.

그런데도 바이오매스 발전이 계속 늘어나는 건 단기간에 ‘탄소 저감’ 실적을 올리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IPCC 지침 등에 따라 미이용 바이오매스를 수집해 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 화석 연료를 대체한 실적으로 잡힌다. 나무는 벌목 시점에서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계산되므로, 땅에서 화석 연료를 새로 캐서 쓰는 것보다 낫다는 논리다.

정부는 2050년 기준 바이오매스 발전량을 연간 40만t(탄소 배출량 기준) 수준에서 520만t으로 13배 늘리겠다고 한다. 수입산 바이오매스가 환경 파괴 논란을 일으키자 국내산으로 대체하려는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바이오매스 발전에 주로 쓰이는 목재 펠릿은 90%가량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수입된다. 기후솔루션 측은 “베트남 등지에서 한국 기업들이 일으킨 환경 파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국제 환경 운동가들은 “바이오매스는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다”라며 반대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연료를 얻기 위한 무분별한 벌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급경사지가 많은 국내 벌목 현장에서는 낙엽 등 퇴적물과 흙에 저장됐던 이산화탄소도 대규모로 배출된다. 하지만 지난 1월 산림청이 발표한 ‘2050년 탄소 저감 3400만t’ 계획에는 흙과 퇴적물은 계산에 반영이 안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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