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 시사 파장.."韓 긴축대응 시계 빨라졌다"

김혜지 기자 2021. 5. 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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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자산매입 속도조절 논의 적절" 첫 언급
"국내경기 따라 악영향 클수도..백신이 최우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초로 등장했다. 테이퍼링은 연준의 금리인상 전 단계로 해석된다.

미국이 위기 극복을 위해 풀어놓은 돈줄을 조이기 시작하면, 국내 자산시장은 물론이고 '긴축 발작'에 따른 수출 타격까지 경제 전반에 파장이 우려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준의 이번 의사록 공개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미국의 긴축 개시에 대비할 수 있는 우리 정부 당국의 시간이 촉박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하루라도 빠른 백신 보급과 철저하고 세밀한 비상계획 마련을 촉구했다.

21일 미 연준이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27~28일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몇몇 참석자들은 "경제가 FOMC의 목표를 향해 계속 빠르게 진전할 경우 언젠가는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FOMC 의사록에서 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코로나 이래 처음이다. 앞서 연준은 "경제가 완전 고용과 2% 안팎의 물가 상승률이라는 연준 장기 목표를 향해 상당하고도 실질적 진전을 보이기 전까진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물가와 경기회복 등 예상을 웃도는 발표가 잇따르자, 그간 지속된 양적완화에 세부적인 조정은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에서는 원래 이르면 9월, 하반기부터 자산매입 테이퍼링이 있을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다"며 "이번 의사록 공개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사인(신호)이다"라고 해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연준에서는 과거엔 금리인상을 빨리 단행할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해당 발언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라며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로 인한 인플레 가능성,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해졌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연준이) 추가 대응을 하지 않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렇기에 옐런부터 시작해 (미 인사들이) 관련 발언을 계속 내놓고 있는 것이다"라며 "특히 의사록에 공개될 정도면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2021.5.20/뉴스1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달 초 인터뷰를 통해 "(미 행정부의 대규모 지출은) 완만한 기준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경제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이 언급은 옐런이 시장에 보내는 '긴축 대비' 신호로 해석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계속되는 연준의 '테이퍼링 → 금리인상' 시사 발언에 시장은 이번에도 긴장 중이다. 국내 경제에도 크고 작은 악영향이 예상된다.

김 교수는 "우리 경제에 백신이 완전히 공급되지 않았고 아직 불안정한 상황이라 미국에서 테이퍼링을 하거나 금리를 올리면 충격이 있게 된다"며 "(정부가) 내년 선거로 인해 올해 4% 정도 성장을 공약하고 있어서 재정지출을 더 벌릴 수가 있는데, 그러면 재정적자 누적으로 인한 재정 인플레, 물가 자극 소지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테이퍼링에 들어가면 우리도 테이퍼링에 돌입할 필요가 생긴다"며 "현재 시중 유동성 과잉으로 자산가격 거품 등이 발생하고 있어서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기 전에 테이퍼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이럴 경우 대출이 억제돼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될 수 있고, 투자 위축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래서 미 금리인상 시기가 언제냐는 것은 우리 경제에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우리 경제 상황에 따라서는 굉장히 나쁜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 땐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긴축 발작' 가능성도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국회 예산처 '예산춘추' 기고문에서 "(연준이 테이퍼링을 조기에 시작한다면) 양적완화 종료로 인한 기준 금리 인상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 증시가 급락하는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재찬 가천대 겸임교수도 예산춘추 기고에서 "금리 발작으로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인 신흥국이 위기에 처하면 한국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백신 접종을 조언했다. 또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를 선제적으로 예측해 대응계획을 구축하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강조했다.

김정식 교수는 "제일 좋은 건 코로나 백신을 확보해 최근의 확산세를 안정시키는 것이다"라며 "그렇다면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금리를 높이는 것인 터라 큰 충격은 없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미 금리인상은 자산가격 붕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금리·환율·재정 정책을 어떻게 시행할 것이냐는 대응 대책을 세워놔야 한다"고 권고했다.

성 교수는 "우리 경제는 당장 금리인상이 어려운 환경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대면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경기회복도 (금리인상도) 어렵다"면서 "거리두기가 아닌 방법, 즉 백신 접종으로 감염 확산을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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