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동맹에 초조해진 日.."이러다 한국에 밀릴수도"

김보겸 2021. 5. 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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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 "車배터리서 한미 제휴 확대..日, 밀려날 위기"
美 1·2위 완성차업체 모두 韓업체와 손 잡아
"LG·SK·삼성 배터리 뛰어드는데..日은 파나소닉뿐"
美中 갈등도 한몫..美, 韓과 손잡고 中CATL 견제
미국 미시간주 포드 본사에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F-150 라이트닝을 소개하고 있다. SK이노가 공급한 배터리를 탑재한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한국과 미국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동맹에 일본이 긴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체제로 전환을 꾀하는 가운데 한국이 존재감을 드러내면 일본 소재·부품 업체가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1일 “차량용 배터리에서 한국과 미국의 제휴가 커지고 있다”며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면 일본은 공급망에서 밀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1위 완성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2위 포드까지 한국 배터리 회사와 손을 잡은 데 대한 위기감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오는 2022~2023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합계 7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K-배터리 동맹은 계속됐다.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일(현지시간) 포드와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8일 미시간주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아 “중국이 전기차 경쟁에서 이기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 선언한 직후인 시점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1, 2 공장의 모습 (사진=SK이노)
SK이노베이션-포드 합작법인은 6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 오는 2025년부터 전기차 픽업트럭 60만대를 공급할 수 있는 60Gwh 규모의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포드는 SK이노베이션과의 합작으로 전기차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양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F-150 라이트닝은 포드 미국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인 ‘F-150’의 전기차 버전이다. 닛케이는 “미국 자동차 2강의 전기차로의 전환을 한국 배터리 대기업이 지지하는 구도”라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이 치열해지는 상황이 한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의약품·희토류·배터리 등 4대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취약점을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라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를 달려 온 중국 CATL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올 1분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1.5%를 차지해 2위 LG에너지솔루션(20.5%)과 3위 파나소닉(16.7%)을 훨씬 웃돌지만 안심할 수 없다.

미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검토 기간이 끝나는 오는 6월 한국 기업들에게 본격적으로 미국 내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CATL 입지를 위협하는 동시에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 확대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본격 공급하는 일본 기업은 사실상 파나소닉 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사진=AFP)
한국 기업들의 최근 약진이 과거 테슬라와의 계약에서 일본에 선수를 빼앗긴 것에 대한 설욕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4년 파나소닉은 미국 네바다주 테슬라 기가 팩토리에서 10년간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지난 2019년 파나소닉과의 독점 계약을 깨고 LG화학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합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닛산자동차와 제휴한 일본전기주식회사(NEC)가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서 철수하는가 하면 일본 전지업체 GS유아사도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와 배터리 합작사업을 접었다. 닛케이는 “본격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건 파나소닉 뿐”이라며 “핵심부품인 배터리를 중국과 한국에 밀리면 일본 업체는 기존 거래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이 한국과 배터리 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닛케이 인터뷰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기간 인프라나 기술 우위성을 확보하는 것은 안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다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 관계국과 관민이 제휴해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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