手語로 하는 랩 들어보셨나요..'스웨그'가 장난 아니랍니다
김지연·박지영·정정윤 씨
청각장애 예술활동 위해 설립
수어로 뮤지컬·연극·랩 공연
콘텐츠 개발하면서 수어 발전
"장애 말고 예술 주목해달라"
이달 초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김지연 핸드스피크 극단장(27)은 장애인 예술가로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예술 활동에 장애인·비장애인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장애인으로서 겪은 일을 말하려면 지금까지 저의 인생에 대해 전부 설명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불편한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과 함께 만난 박지영 부단장(23),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36) 또한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핸드스피크는 청각장애·농인에 대한 문화예술 활동 소외와 참여 기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설립된 (예비)사회적기업이다. 핸드스피크가 기업으로서 공식적으로 활동한 건 3년 남짓이지만 2010년부터 태동을 시작했다. 당시 공연예술 분야 회사를 다니던 정 대표가 기업 사회공헌활동으로 농인 댄스팀을 준비하던 김 단장을 비롯해 또 다른 농인 예술가 김희화·이혜진 씨와 인연을 맺고 그들이 설 무대를 모색한 게 바탕이 됐다. 이들은 모두 핸드스피크 창립 멤버다.
핸드스피크는 산하에 댄스팀과 극단, 영상미디어팀, 디자인팀 등을 두고 있다. 이 중 핸드스피크 극단은 농인 관객을 위한 수어 뮤지컬과 연극 등 공연 콘텐츠를 기획·제작·공연한다. 처음에는 농인 배우로만 구성된 무대를 꾸미다가 현재는 농인과 청인, 비장애인 등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 단장은 "농인 관객이 공연을 경험할 기회가 적은 만큼 초기에는 그들이 공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박 부단장도 이어 "핸드스피크 초기 작품은 농인 배우가 무대 위에서 수어를 사용하고 음성 배우를 무대 밑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농인과 청인, 비장애인 배우가 동등한 존재로서 함께 무대에 올라 연극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공연예술에서 한국 수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프라이머리·키썸 등 유명 래퍼들과 협업하면서 '수어 래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단장은 "한국 수어를 중심으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랩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비장애인의 랩은 음성을 중심으로, 나(농인)의 랩은 수어를 이용해서 표현한다"며 "특정한 단어가 정해진 수화 말고도 표정과 각종 비수지 신호,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수화 등으로 더욱 극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의 예술 활동 참여를 가로막는 사회적 요소에 대해서도 비판의 의견을 더했다. 김 단장은 "최근 평소에 궁금해하던 공연을 보러 갔다가 농인을 위한 설비가 없어 난감한 적이 있었다"며 "티켓을 구매할 때 장애인 할인을 받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할인이 아니라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반시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스갯소리지만 공연 제작자로서 우리 공연에 비장애인에게 50% 할인 혜택을 주고 아무런 배려를 해주지 않으면 어떨지 생각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핸드스피크의 향후 목표는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정 대표는 "핸드스피크 작품에 '수어 예술' '농인 예술'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지만 농인 예술가도 그냥 예술가"라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별개의 장르로 구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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