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원전 2기 수명 80년까지 연장.. 탄소 중립위해 재정 지원

안준호 기자 2021. 5. 22. 12: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94기 중 6기 80년까지 수명 연장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서리 원전. NRC는 최근 서리 원전의 20년 추가 계속 운전을 승인했다. 이로써 서리 원전은 80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94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미국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2기의 수명을 8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버지니아주에 있는 서리(Surry) 원전 1·2호기의 20년 추가 수명 연장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로써 서리 1·2호기의 수명은 기존 60년에서 80년까지 늘어나게 됐다. NRC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에서 80년 계속운전을 승인받은 원전은 플로리다주 터키 포인트 3·4호기, 펜실베이니아주 피치 보텀 2·3호기 등 모두 6기로 늘었다.

◇탄소 중립에 필수···원전

서리 1·2호기는 각각 1972년 12월과 1973년 5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서리 원전은 연간 1410만MWh(메가와트시)의 무탄소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이용률은 97%에 달했다.

랄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는 NRC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성명을 내고 “주정부는 탄소 배출 없는 전력망(carbon free electricity grid)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며 “24시간 탄소 배출이 없을 뿐 아니라 고임금의 깨끗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원전은 우리 목표 달성에 필수”라고 말했다.

버지니아 주정부는 청정경제법을 통해 2045년까지 전력 생산 과정에서 탄소 ‘제로’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노덤 주지사는 “서리 원전의 수명 연장은 원전 운영사인 도미니온 에너지가 청정경제법을 준수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버지니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원전 재정 지원 연장

지난 10여년간 미국 원전은 셰일혁명 덕에 값이 하락한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발전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져 폐쇄 위기로 내몰려 왔다. 그러나 탄소 중립을 위해 그 가치가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원전은 미국 전체 발전량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무탄소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는 지난달 원전에 대한 재정 지원을 3년간 연장키로 했다. 전력회사인 퍼블릭서비스엔터프라이즈그룹(PSEG)과 엑셀론은 뉴저지주에 위치한 원전 호프 크릭과 살렘 1·2호기의 높은 운영비와 엄격한 규제 요건, 낮은 전력 가격, 탄소가격제(배출된 탄소에 가격을 부과해 탄소 배출 주체에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 미도입 등으로 원전의 수익성이 악화됐으며, 재정 지원이 지속되지 않을 경우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 NRC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호프 크릭 원전.

지난 4월 뉴저지주 공공 유틸리티 위원회는 만장일치로 호프 크릭을 포함한 주내 원전 3기에 대한 재정 지원을 2025년 5월 말까지 3년 연장키로 결정했다. 뉴저지주는 전력 사용자로부터 kWh당 0.004달러를 추가로 걷어 원전 사업자에게 연간 최대 3억달러의 재정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조셉 피오르달리오 뉴저지주 공공 유틸리티 위원회 위원장은 재정 지원 결정과 관련, “무탄소 전력의 90%를 차지하는 원전이 조기 폐쇄될 경우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가 높아지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뉴저지주는 2030년까지 주 전력의 50%를 무탄소 발전원을 통해 공급하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80%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리노이주도 원전 재정지원을 포함한 청정 에너지 법안을 발표했다. 프리츠커 일리노이주 주지사는 지난 4월말 원전에 대한 재정 지원과 2050년까지 발전부문의 100% 청정에너지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2050년까지 100% 청정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고, 원전을 그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또 2025년까지 바이론 원전에는 연간 1900만달러, 드레스덴 원전에는 연간 5200만달러의 재정 지원 제공을 제안했다. 일리노이주는 주내 원전의 조기 폐쇄로 인한 발전 공백이 화석연료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전에 대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바이론 원전.

◇미국 원전 평균 가동 연수 40.5년

미국은 전체 원전 94기 가운데 88기가 60년 운영 허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서리 원전 등 6기는 수명이 80년까지 연장됐다. NRC는 또 포인트 비치 1·2호기와 노스 애나 1·2호기 등 4기에 대해서도 80년 수명 연장을 검토 중이다. 포인트 비치 1·2호기는 각각 1970년 12월과 1972년 10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노스 애나 1·2호기는 각각 1978년 6월과 1980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미국에선 현재 수명이 40년이 넘은 원전이 47기로 절반에 해당한다. 미국 전체 원전의 평균 가동 연수는 40.5년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은 뉴욕주에 있는 나인 마일 포인트 1호기다. 1969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오는 2029년까지 계속운전할 예정이다.

미국 전체 원전의 평균 이용률은 90%를 웃돌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세계 최대 에너지 부국인 미국은 탄소 감축을 위해 원전에 보조금을 지급해 가면서까지 원전을 장려하는데 에너지 빈국인 한국은 오히려 거꾸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원전을 죽이고 있다”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배제한 채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것은 허구”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