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문가 "삼성 대미 투자는 한·중 반도체 체인 약화할 것"

신경진 2021. 5. 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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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하오 외교학원 교수 "미국 목적 부분 실현"
전략틀·대만·남중국해·경제·한미일·미사일 등
중국 측 우려 조목조목 지적.."설명 도움될 것"
관영 신화사 대만 언급 없이 대북 정책 전해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렸다. 이날 두 정상은 야외테라스에서 단독회담을 마치고 실내로 이동해 소인수회담, 확대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워싱턴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우려’로 요약된다. 중국 외교 전문가들에게선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때만큼은 아니지만 중국의 우려 사항을 조목조목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첫 회담을 마친 문재인 정부로서는 중국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쑤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 [중앙포토]

중국 외교 전략에 정통한 쑤하오(蘇浩·61·사진) 외교학원 교수는 23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략 프레임에 한국을 끌어들인다는 미국 강경파의 목적이 부분적으로 실현됐다”며 “한국을 이해하지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쑤 교수는 이번 한·미 회담 결과에 담긴 중국의 우려를 여섯 가지로 설명했다.

①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과 한국 신 남방정책의 연계다. 쑤 교수는 “미국이 요구한 쿼드 플러스는 아니지만 한국을 미국의 전략적 구상에 제도적으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며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략 틀에 한국이 동참했다는 점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②대만이다. 그는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여겨 외국의 간섭을 용인하지 않는다”며 “미·일 공동성명보다 수위가 낮다고 하지만 처음으로 대만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본질에서는 내정 간섭”이라고 분명히 지적했다.

③남중국해다. 쑤 교수는 “남중국해 문제의 본질은 중국과 주변 국가 사이의 영토 분쟁으로 한국과 미국은 관계없는 사항”이라며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동맹국과 구상하는 구도에 한국이 동참했다는 점을 중국은 우려한다”고 말했다.

④경제 분야다. “한국 4대 기업이 미국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반도체에서 삼성이 170억 달러(20조원)를 투자한 것은 미국의 경제 전략에 따른 외교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투자는 삼성과 중국의 반도체 생산 연결 체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기업으로서는 미국 시장과 중국 시장 중 어느 쪽 발전 공간이 더 넓어질지 고려해야 한다. 선택의 결과는 최종적으로 기업과 한국의 장기 이익에 손해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쑤 교수는 반도체와 배터리의 대미 투자에 대해 미국의 안보에 의존하고 중국의 경제에 의존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안미경중(安美經中)’ 정책을 흔들려는 시도로 보고 다른 분야보다 더 길게 조목조목 설명했다.

⑤한·미·일 삼각 협력이다. “한국은 주로 북한의 위협을 받지만,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아닌 중국을 주로 겨냥한다”면서 “몇 해 전 한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3불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제기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⑥한·미 미사일 협정 중단 문제다.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 군비 경쟁을 가속할 수 있다”며 “북한이 강경하게 반응할 수 있고, 나아가 동북아 군사력 균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쑤 교수는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한국 측의 투명한 설명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을 동반자로 생각하는 대다수 일반 중국인을 위해 한국이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후 한·중 고위급 대면 교류 기회를 활용해 공개적인 설명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베이징의 대사관 채널을 통한 내부 소통도 중요하지만 공개적인 표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리춘푸 중국 난카이대 교수 [중앙포토]

“쿼드·대만해협, 새로운 지뢰 심어”

리춘푸(李春福) 난카이(南開)대 교수 역시 중국의 우려 입장을 전했다. 리 교수는 23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달 미·일 회담과 비교할 때 중국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적 회담”이라며 “단지 북핵 문제가 지나치게 원론적 언급에 그쳤고, 쿼드·대만해협 등 한·중 관계에 새로운 지뢰를 심은 측면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쿼드·대만 등을 한국이 받아들인 대신 미국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를 공동성명에 넣는 식으로 맞교환이 이뤄졌다”며 “미사일 협정 폐지와 관련해서는 북한과 일본 쪽 공식 반응이 중국보다 먼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특히 “미·중 경쟁이 기술 패권 경쟁으로 발전해가는 상황에서 한·미 공동성명에 담긴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 등의 협력이 향후 어떻게 발전할지 중국은 안보 분야보다 더욱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논평을 삼간 채 대북 문제에 초점을 맞춰 한·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관영 신화사는 22일 워싱턴발 “한·미 양국 지도자 북한과 외교 접촉 희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임명 소식과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거듭 확인한 점을 강조했다. 신화사 기사 제목은 이날 오후 웨이신(중국판 트위터)의 인기 해시태그(검색어) 12위에 올라 중국 네티즌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한편 중국 국수주의 일간지 환구시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환구망은 22일 오전 한·미 회담 직후 “중국 내정 간섭! 한미 공동성명서 과연 또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언급”이란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중국 외교부는 휴일인 23일까지 한·미 회담에 대한 공식적 반응을 발표하지 않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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