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주고 뭘 받았나..한미 정상회담 성적표는?

김경진 2021. 5. 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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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 끝났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의제도 많고, 기대도 많이 받았던 회담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으로선 코로나 19 이후 1년 반 만의 해외 순방이었습니다. 3박 5일간의 방미 일정, 한국은 뭘 주고 뭘 받았을까요? 분야별로 살펴봤습니다.


■ 문 대통령 "정말 대접받는다는 느낌"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SNS에서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자평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정말 대접받는다는 느낌이었다"면서 "우리보다 훨씬 크고 강한 나라인데도 그들이 외교에 쏟는 정성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직접 지원 발표'는 그야말로 깜짝 선물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백신 지원과 관련해선, 한국이 형편이 좋은 편인데 왜 지원해야 하느냐는 내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며, 그럼에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특별히 중시해 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 김 대북특별대표의 임명 발표 역시 기자회견 직전에 알려준 깜짝 선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예민해 하는 '북한 인권대표'를 먼저 임명할 거란 관측이 많았는데,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더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싱가포르 성명에도 기여했고 통역 없이 대화할 수 있어서 북한에 대화가 준비됐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백악관에서 ‘크랩 케이크’를 오찬으로 함께 하고 있다. (출처 : 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 날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대접받았다'는 문 대통령의 평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문 대통령 방미에 맞춰 바이든 정부 첫 명예훈장 수여식을 진행했습니다. 6·25 전쟁 영웅에게 명예훈장을 주면서, 수여식에 해외 정상으로선 최초로 문 대통령을 초청했습니다.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수여식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이 자리엔 질 바이든 영부인도 등장했습니다. 외교무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얼굴이었습니다. 질 바이든 여사는 문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를 했고, 문 대통령은 선물은 전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모두 호의적이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자신의 한국계 보좌관이 문 대통령의 팬이라며, 하이힐을 신고 뛰어 나와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회담은 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실무진이 너무 오랜 시간 대화를 한다며 빨리 끝내라고 했지만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너무 즐거웠다고 밝혔습니다.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며"란 표현으로 시작됩니다.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발전시킬 구조적인 틀이 새롭게 재정비됐습니다.

의전과 내용 등 모든 면이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방미와 비교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이 많이 개선돼서, 미국의 환대가 더 돋보인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측이 문 대통령의 방미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입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한미동맹 균열'이란 우려는 일단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방위비 분담금 협상, 남북관계 개선 추진 과정에서의 대북제재 문제, 미·중 갈등에서의 모호한 입장 등으로 한미동맹이 균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런 우려를 씻어낸 건 이번 방미의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 도중 성 김 신임 대북특별대표를 소개하는 모습


■ 남북미 대화 시작 여건 만들어…결정적 유인책은 아쉬워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미 대화 시작의 여건을 만든 것도 성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화와 외교를 강조했고, 특히 '남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목표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제시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이 강조해오던 CVID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과정은 한국과 조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에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기반으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부분을 가장 큰 성과로 보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기자회견 도중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했습니다.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4개월간 공석이었고 미국이 채울 의지를 보이지 않아서, "대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누구보다 북한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을 정상회담에 맞춰 임명했다는 건, 북한에 보내는 확실한 대화 신호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결정적 유인책을 이번 기회에 제시하지 못했다는 건 다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선언적인 측면에서 '남북미 대화'의 선순환을 지지하면서도, 협상의 진전이 없으면 대북제재는 건드릴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또 북한이 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에도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게 이번 회담에서 드러났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일만 한 단어를 정책에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본인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되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으로선, 당분간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고 전략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미 정상이 회견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 것으로 수위 조절을 했지만, 공동 성명에 북한 인권 얘기를 담았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협력하고, 인도적 지원을 촉진하기로 약속했는데, 인권 문제를 예민하게 여기는 북한으로선, 미국의 진의를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 미국과 중국 사이, 서 있을 위치 정립

미국은 중국과 패권 경쟁 중입니다. 일본은 지난 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확실히 미국을 우선한다는 점을 공고히 했고, 호주와 인도도 비슷해서 이 조합은 '쿼드(QUAD)'라는 형식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늘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도 쿼드에 참여하는 게 좋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영 김 미국 하원의원이 KB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우려가 다소 불식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정상 레벨에서 마주 앉아 이 문제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성과입니다. 미국은 대중국 전략에 확실한 입장을 취해주기를 요구했을 것이고, 우리는 그러지 못하는 사정을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정상 공동성명에 담겼습니다. 정상 공동성명에는 '쿼드'와 남중국해 문제, 타이완 문제 등 중국이 예민해 하는 문제가 다수 포함됐습니다. 애초에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이란 중립적 표현만 담길 걸로 예상됐지만 한발 더 나아간 것이었습니다.

특히 한미 양국이 공동성명에서 타이완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그 내용이 중국을 자극할만한 것은 아닌, 원론적인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란 국가 명칭도 담지 않았습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오늘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신남방 정책과 항로의 자유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일반적인 우리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며 "중국을 적시했다기보다는, 우리 근접 역내인 타이완 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우리 국익에도 직결된다는 우리의 의지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이 선에서 미국과 한국이 입장 정리를 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때문에 더 노골적인 쿼드 참여 압박이나 입장 선회에 대한 요구는 없을 것이고, 이 문제가 한미동맹을 가로막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 바이오-모더나, 코로나 19 백신 위탁생산 체결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 백신·반도체·배터리 협력 강화 기반 마련

대신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신기술 분야와 코로나 19 백신 등 바이오 산업, 그리고 환경 분야, 원자력 협력 분야 등에서 본격적인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으로선 실리를 취한 겁니다. 굳이 남중국해나 타이완 해협의 군사적 참여까지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겁니다.

반도체 등 신기술 분야, 5G 기술, 백신 등도 모두 '안보'와 연결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쿼드를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이 더 커짐으로써 자연스럽게 중국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한국으로서도 경제적인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win)-윈(win)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중국의 반발입니다. 현재로선 중국은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관변 학자인 뤼차오 중국 랴오닝 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23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같은 성명 내용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미국과 한국이 중국 문제에 관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합의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앞으로의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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