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만나선 中 때린 바이든, 文 만나선 44조 실속 챙겼다

박현주 2021. 5. 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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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정상회담에선 '중국' 대놓고 압박
한국과는 '대만·남중국해' 명시 선에서 절충
북한 문제는 동맹 입장 존중
대신 기업 투자·신기술 협력서 실속 챙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ㆍ일 정상과 만남에서 각각 다른 분야에 집중해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로부터 대중국 견제 측면에서 정치적 지지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는 반도체 등 신기술 협력과 기업 투자 등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① '중국' 언급, 韓 '0회', 日 '5회'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ㆍ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는 '중국'이 5번 등장했다. "중국이 국제 규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데 우려를 표한다"며 중국을 규범 위반자로 대놓고 특정했다. 특히 대만과 관련해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한다"는 문구가 담겼는데,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이외에도 남중국해 문제와 홍콩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 등이 거론됐다.

반면 21일(현지시간) 한ㆍ미 공동성명에는 '중국'이란 국가명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만 문제를 명시하고,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또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하거나, 불안정하게 하거나,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넣어 질서 저해 행위의 주체를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우회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국이 동맹으로서 한국을 배려해 대중 견제 기조를 현실적 수준으로 조정하면서도 대중 정책의 우선순위인 대만 문제에선 기존보다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받아냈다는 분석이다.


② 韓과 "새로운 장 열겠다" 日과는 '인태전략' 강조
동맹을 정의하는 표현도 각기 달랐다. 백악관이 발표한 한ㆍ미 및 미ㆍ일 공동성명의 첫 소제목엔 동맹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정의하는 문구가 들어갔다. 한국과는 "동맹: 새로운 장을 열다", 일본과는 "동맹: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만들다"라고 적었다. 일본과 이미 '쿼드(Quad)'를 중심으로 인·태 전략 전반에서 깊이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한국과는 향후 협력의 반경을 넓혀가겠다는 기대감을 드러낸 셈이다.

또 백악관은 공동성명에 덧붙여 각 동맹과의 파트너십을 구체화한 설명서(Factsheet)도 공개했다. '한ㆍ미 파트너십'은 국가명만 넣은 반면, 미ㆍ일 파트너십의 경우 '경쟁력(Competitiveness)'과 '회복력(Resilience)'의 약어인 'CoRe 파트너십'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였다.

한·미-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③ '한반도 비핵화' vs '북한 비핵화'
북한 비핵화 해법에 있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의 시각을 충분히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최근 들어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한ㆍ미 공동성명에도 이 표현이 그대로 담겼다.
반면 지난달 미ㆍ일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됐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남한의 비핵화', 주한미군 철수 등 문제와도 연계하곤 했는데, 이에 대한 일본의 우려까지 반영한 표현이다.

그러면서도 한ㆍ미 및 미ㆍ일 공동성명은 공통적으로 비핵화 과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할 것을 명시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내지는 '핵 포기'(CVIA)다. 비핵화 검증과 핵 폐기의 불가역성 등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원칙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 필요성을 함께 넣어 확인한 셈이다.
한편 한ㆍ미ㆍ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은 양국 공동성명에 모두 포함됐는데, 한ㆍ미 공동성명에는 "북한 문제에 대한 3각 협력 차원의 대응"이 추가로 들어갔다. 3각 협력이 중국 대응용으로만 비칠까 우려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④ 日 비해 韓과 반도체ㆍ신기술ㆍ백신 적극 논의
한ㆍ미 공동성명에서 '반도체'는 3번, 백신은 6번 등장하며 성명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미ㆍ일 공동성명에서 반도체는 1번, 백신은 3번 언급되는 데 그쳤다. 언급 횟수 뿐 아니라 내용도 한ㆍ미 간 합의가 미ㆍ일 간 합의보다 구체적으로 작성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 SK 등 대기업이 총 4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런 실질적 협력 성과가 공동성명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한ㆍ미 간 공동성명에는 "반도체ㆍ전기차 배터리ㆍ전략물자 등 분야에서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협력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도 자동차용 레거시 반도체 칩의 공급 확대와 5Gㆍ6G 네트워크 기술, 바이오 기술, 우주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백신과 관련해서도 한ㆍ미 간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고위급 전문가 그룹을 함께 발족하기로 했다.

반면 미ㆍ일 공동성명에선 "반도체 등 민감한 공급망에 있어 양국이 공조한다"는 비교적 추상적인 내용이 담겼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모두 별도의 설명서에 포함됐다. 백신과 관련해서도 지난 3월 쿼드 정상회의 당시 성과를 상기한 부분을 제외하면 "국제적 제조와 공급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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