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회견장 나서며 "컴온 브로, 레츠고"..크랩 케이크 오찬은 문 대통령 취향 배려

박현영 입력 2021. 5. 24. 00:03 수정 2021. 5. 24.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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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무릎 굽히고 참전 용사와 촬영
문 대통령, 회담 뒤 '케미'에 만족감
"유머있고 쾌활..사람 편하게 대해줘"

“갑시다, 친구(Come on bro, let’s go).”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이 끝날 때쯤 문 대통령에게 손짓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폭스뉴스 기자가 미확인 비행 현상(UAP·일반적으로 UFO) 관련 질문을 던지자 “그(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다시 물어보겠다”고 답한 뒤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연단을 함께 내려가자며 사용한 표현은 친밀한 관계에서 사용하는 호칭인 “브로(bro)”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기간 문 대통령에게 자주 친근감을 표현했다. 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한국전 참전 용사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랠프 대령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당초 미국 측 의전 계획에는 랠프 대령과 그의 가족,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만 촬영 명단에 있었다.

랠프 대령 가족 등이 모두 모인 뒤 바이든 대통령은 주위를 둘러봤다. 문 대통령과 눈이 마주치자 “문 대통령도 같이 서 주겠어요?(Mr. President, do you mind standing here too?)”라며 기념촬영 자리를 마련해 줬다. 문 대통령이 머뭇거리자 바이든 대통령은 다시 손짓하며 재촉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랠프 대령 양옆에서 무릎을 굽혀 앉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졌다.

회담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23일(한국시간) 워싱턴DC에서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이동하면서 페이스북 등에 “최고의 회담”이었다며 “(바이든 대통령 등은) 모두 쾌활하고, 유머 있고, 사람을 편하게 대해 주는 분들”이라고 썼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둘만 참석하는 단독회담은 37분간 진행됐다. 당초 예정은 20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독회담에서 참모진이 계속 ‘시간이 지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난 회담이 무척 즐거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투자, 중국 견제 등 한국 측으로부터 얻고 싶은 성과가 많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독회담은 오찬을 겸해 진행됐는데 게살을 이용한 음식인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가 식탁에 올랐다. “미국 측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설명했다. 한·미 정상은 마스크를 벗은 채로 회담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 등에 “코로나 이후 최초의 해외 순방이고 대면 회담이었던 데다 최초의 노마스크 회담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고 썼다.

◆“여성 기자들 없나요” 논란=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문 대통령이 한국에서 온 기자단 쪽을 바라보며 “우리 한국은 여성 기자들이 없나요”라고 말해 다소 논란이 됐다. 일부 미국 기자가 이 장면을 트윗에 묘사했는데 “이상하게 보였다(seemed odd)”는 댓글이 달렸다. 미국에서는 공개 석상에서 특정 성별을 언급하는 게 낯설다. 여성을 우대하는 것도 대놓고 하면 성차별주의(sexism)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면 기자회견에서 각 정상이 자국 기자 2명씩 질문권을 주는 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모두 여성인 ABC뉴스 메리 앨리스 팍스 기자와 CBS 뉴스 낸시 코즈 기자를 호명했다. 이에 맞춰 문 대통령도 여성 기자에게 기회를 주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워싱턴=공동취재단·박현영 특파원, 서울=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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