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하면서 "美와 원전 협력", 이 모순을 설명해보라

조선일보 2021. 5. 24.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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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완료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지난달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담에서 해외 원전 수출 시장에 한·미가 공동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은 현재 러시아·중국이 지배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12개국에서 29기의 원전 건설을 수주받아 진행 중이다. 미국이 한국과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러시아·중국에 넘어간 원자력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우리는 1980년대 중반 연구진을 미국에 보내 어깨너머로 기술을 습득한 끝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설계 등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손을 잡는다면 해외 원전 수주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원전 수출은 부가가치가 엄청나다.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은 우리에게 60년간 70조원 이상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그 이후 추가 실적이 없다.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4년 이상 이어지면서 원전 산업 생태계가 허약해져 독자적으론 원전 수출을 시도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이 정부는 경제성 평가를 거의 조작 수준으로 왜곡해가며 월성 1호기를 폐로시켰고, 7000억원 이상 투입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시켰으며, 삼척·영덕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문 대통령은 그래 놓고는 2018년 체코 대통령을 만나 “한국 원전은 40년간 사고 한 건도 없었다”고 원전 세일즈를 했다.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을 만나 원전 수출에서 협력하자고 합의했다.

그 말에 일말이라도 진심이 들어 있다면 탈원전이 잘못됐다는 자기반성과 함께 서둘러 신한울 3·4호기 건설부터 재개해 빈사 상태의 원자력 산업계에 인공호흡을 시켜줘야 한다. 원전은 위험하다면서 국내에선 짓지 못하게 막아놓고 해외에는 수출하겠다는 모순을 납득할 나라가 어디 있겠나. 실책 인정은 없이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말이 앞서는 것을 보면서 또 한번 문 대통령의 이중적 사고 방식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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